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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 자본주의 불평등의 민낯을 드러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집어삼킨 지 1년이 지났다. 자본가들은 이 바이러스가 남녀노소, 이념과 빈부를 가리지 않고 전염되기 때문에 “바이러스는 누구에게나 평등하다.”고 말해왔다.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진 바이러스 앞에, 인류는 같은 배를 탄 운명공동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바이러스는 전혀 평등하지 않다는 진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바이러스로 인한 재난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인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욱더 잔인하게 작동하고 있다. 눈부신 과학의 발전으로 만들어진 넘쳐나는 사회적 부가 가려왔던, 자본주의 불평등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빈부격차와 계급분열을 심화시킨다며, 인도의 신분제도를 빗댄 ‘코로나 카스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켰다.

최근에는 자본가들조차도 쏟아지는 통계로 증명되고 있는 부의 불평등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이다. 자본가들은 심화되는 불평등의 문제가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거대한 분노로 옮겨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경고하고 있다. 물론 자본가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따뜻한 인류애, 사회적 연대와 같은 숭고함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의 근원’인 안정적 이윤추구 보장에 있다. 

끝없이 벌어지는 빈부격차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에서 2억 2천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추정했고, 일자리 감소는 세계적으로 3조 7천억 달러(4천 94조 원)의 수입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업 규모는 2009년 금융위기 때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실물 경제가 침체하며 하루 생활비가 5.5달러(6천 원) 이하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최대 5억 명 증가하는 등 빈곤층 역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20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극빈층(하루 생계비 1.9달러 미만) 규모는 7억 280만 명으로, 전년 대비 9.2%(5,950만 명) 증가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부자들의 부는 더욱 늘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불평등 바이러스’ 보고서에서 세계 억만장자 총자산이 지난해 말 기준 11조 9천 500억 달러로 대유행 초기인 지난해 3월 중순보다 3조 9천억 달러, 약 4천 300조 원 늘어났다고 밝혔다. 상위 500명의 순자산은 작년 한 해 1조 8천억 달러(2천조 원, 31%) 가까이 급증했다. 500명의 순자산의 합은 7조 6천억 달러에 달해 미국 GDP의 3분의 1과 비슷했다. 자산 순위 10위 안에 드는 억만장자의 순자산은 대유행 기간에 약 5천억 달러 넘게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인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아무도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게 방지하는 데 필요한 액수보다 많다.

자본주의의 선두주자인 미국에서 이 같은 현상은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산업정책연구원(IPS)은 대유행의 초창기였던 3월 18일부터 4월 22일까지 약 한달 간 미국에서 2,6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일자리를 잃는 동안, 미국의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3,080억 달러(377조 원) 늘어 10.5%가 증가했다고밝혔다. 옥스팜은 미국 중앙은행이 주식시장의 폭락을 막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어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K-불평등


한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재용(삼성), 서정진(셀트리온), 김정주(넥슨) 등 세계 부자 순위 500위 안에 드는 국내 최고 부자 6명의 재산은 최소 약 27조 원, 약 80% 이상 불어났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버블이 커지면서 상위 계층의 부는 급증하고 있다. 반면 거리두기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이 붕괴하고, 비정규직 일자리가 증발하면서 저소득층의 소득은 급감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실업자 수가 157만 명으로 2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7.5% 감소한 반면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5.1% 증가했다. 실업자가 늘고, 취업 상태에 있어도 취업시간이 줄면서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는 더욱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은 더욱 부유해지는 ‘빈익빈 부익부’의 소득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소득 1분위) 계층은 지난해 2분기 1년 전에 비해 월평균 근로소득이 18.0%, 사업소득은 15.9% 각각 줄었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소득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4.0%, 사업소득은 2.4%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후 코로나19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약해진 3분기에도 1분위의 근로소득은 10.7%, 사업소득은 8.1% 감소했다. 같은 기간 5분위의 근로소득은 0.6% 줄었지만 사업소득은 오히려 5.4% 늘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임시·일용직 등 '약한 고리'의 취업자 감소 여파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산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양극화의 대표 지료로 불리는 순자산 지니계수도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지난해 3월 말 기준 0.602를 나타냈다. 순자산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개념으로,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상위계층과 하위계층 간 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상위 20%의 순자산은 평균 11억2481만원에 달한다. 반면 하위 20%는 평균 675만원을 보유 중이다. 주식,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올해에 이 격차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는 포스트 자본주의가 되어야 한다

코로나 시대에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불평등의 문제는 사실 최근에 새롭게 발견된 것이 아니다. 빈부격차는 자본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본주의의 태동 때부터 함께해온 오래된 문제이다. 그럼에도 자본가들이 마치 새로운 문제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이후) 시대에 가장 중요한 화두라 꼽는 이유는 심화되는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심화되는 빈부격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부유세(부자들에게 소득의 일정액을 세금으로 걷는 조세제도)를 걷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는 당장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방편도 될 수 없다. 코로나와 상관없이 미국 억만장자들의 자산 증가 규모는 1990년 이후 30년 사이에 1,130%나 된다. 이는 같은 기간 중위층의 자산 증가율 5.36%보다 200배 이상 많다. 반면 1980 ~ 2018년 사이에 억만장자들이 납부한 세금은 자산 대비 비율로 79%나 감소했다.
이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빈부격차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심화될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부유한 1천 명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회복하는데 9개월밖에 걸리지 않지만 코로나19로 급증한 빈곤층 규모는 10년 뒤에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 속에, 많은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소득과 자산 불평등이 이전보다 더욱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빈부격차로 인한 불평등의 문제는 해결될 희망도, 해결할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만든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우리는 저들의 실현 불가능한 포스트 코로나 대책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포스트 자본주의(자본주의 이후)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