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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 자영업자는 언제나 위기였다!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자영업자들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대기업, 공장에선 수백, 수천명이 모여서 일하는데 힘없는 자영업자들만 제한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치솟고 있다. 수도권 자영업자들 일부는 수도권 오후 9시 이후 영업 제한 유지를 결정한 정부에 항의해 2월 7일부터 3일간 '개점 불복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정부는 방역단계를 조정하며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 ‘카페 1시간 제한’ 등을 조정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자영업자들은 수입이 줄어들자 일하는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직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36만 3,000명으로 1년 전보다 17만 2,000명 줄었다.(2020년 8월) 고용이 없는 자영업자도 419만 3,000명으로 6만 6,000명 늘었다. 
인건비를 줄여도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임대료, 공과금, 세금, 이자 등 운영비는 계속 지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빚으로 이를 감당해야 한다. 지난해 6월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019년보다 70조 2,000억 원 늘어난 755조 1,000억 원에 달했다. 
정부는 중소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100~300만원 가량을 재난지원금과 버팀목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지원했지만, 수입은 없고 지출은 산더미인 자영업자들에겐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자본가들의 선의로?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며 ‘상생 3법(손실보상법협력이익공유법사회연대기금법)’을 내놨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으로 손실을 볼 경우 일부를 보전해주겠다는 손실보상법은 정부재정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손실을 일부 보상하는데도 월 24조 원 가량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협력이익공유법 역시 대기업들이 반대하고 있다. 대기업 및 플랫폼 기업이 이익을 얻으면 자영업자 등에게 나눠주라고 하니 대자본가들은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사회연대기금법은 개인과 기업이 자발적으로 모금하여 기금을 마련한다는 것인데, 이 또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착한임대인 운동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말이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임대료 부담이 문제가 되자 임대료를 깎아준 임대인에게 50%를 세금으로 감면해주는 착한 임대인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의 설문에 따르면 코로나 시기에 임대료 인하는 5.5% 가량인 반면, 오히려 인상됐다는 응답이 1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주의 선의에 기대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게 확인된 셈이다.
이처럼 민주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상생3법은 말은 번드르르 하지만 현실성은 없다. 이마저도 자본가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류가 퍼뜨리고 있는 자본가와 자영업자, 노동자가 함께 ‘상생’할 수 있다는 환상을 걷어치우지 않고서는 해결은 불가능하다. 

 


왜 이렇게 자영업자들이 많은가?

한국은 '자영업자 공화국'이다. 전체 취업자 4명 중 1명이 자영업자로, 주요 7개국(G7) 평균의 2배가 넘는다. 2019년 기준 한국 자영업자 비율은 24.6%에 달한다. 미국 6.1%, 독일 9.6%, 일본 10% 등으로 G7 평균은 12%다. 세계 10대 경제규모를 가진 한국은 지나칠만큼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안정적인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고, 저임금의 불안정한 노동을 한다. 해고가 쉽게 이뤄지니, ‘잘리면 치킨가게나 해야지’라는 푸념은 실제 현실이 된다. 어차피 최저임금을 벗어나기 어렵다면 장사를 해서 성공신화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기도 한다. 특히 한국에서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강압적인 노동통제다. 높은 노동강도와 긴 노동시간, 사장과 관리자들의 상명하복식 명령에 고통받는 많은 노동자들이 창업을 도망갈 구멍으로 여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전체 자영업자 수 563만 명 중 1인 자영업자는 426만 명에 달한다.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로 노동자가 아닌 사장님을 선택했지만 이들 중 대다수는 여전히 열악한 처지를 벗어나기 어렵다. 오히려 더 긴 노동시간에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벌며 일하기도 한다. 이들의 어려움은 수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2019년 통계를 보면 자영업자들은 평균 1억 200만 원으로 창업해 연 3,300만 원을 벌었다. 그런데 빚은 1억 7,100만 원이었다. 심지어 새로 개업한 가게 중 40%는 1년 안에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27%에 불과하다. 특히 자본의 규모가 작은 영세 자영업자는 생존 자체가 구조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규모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거대자본이 골목으로 들어오거나 매출이 높은 소수의 자영업자가 덩치를 키우면서 자본의 집중과 집적이 가속화되면 영세자영업자들은 버티지 못하고 밀려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누구에게 피를 빨리나?

코로나19 이전에도 자영업은 위기였지만, 현재는 더더욱 버티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거대 자본은 자영업자들의 영업공간을 치고 들어와 생존을 위태롭게 한다. 건물주들은 매달 꼬박꼬박 임대료를 챙겨간다. 공과금과 세금도 해가 다르게 치솟는다. 울며 겨자먹기로 금융회사에 돈을 빌리면 결국 쌓이는 것은 빚과 이자다. 5대 시중은행의 영업이익은 매년 늘었다. 2016년 6조 6,134억 원에서 2019년 14조 4,909억 원으로 증가했다. 3년간 7조 8,775억 원이 늘어난 것이다. 시중은행의 영업이익은 대부분 이자 이익에서 만들어졌다. 
건물주, 대기업, 금융회사, 정부 등 자영업자들의 피를 빨아먹는 빈대들이 빼곡한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은 뼈 빠지게 일해도 먹고 살기 힘들다. 코로나 이후에는 일할 기회조차 빼앗기고 빚만 쌓이고 있다. 폐업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니다.  ‘성공신화’, ‘서민갑부’라는 포장지를 벗겨낸 ‘창업’의 민낯은 암울한 현실 그 자체다.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나?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책임져야 하는 이들은 자영업자의 등에 빨대를 꽂은 자들이다. 건물주, 대기업, 금융회사, 정부에게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해야 한다. 코로나로 모든 것이 멈추는 상황에서 멈추지 않는 것이 바로 임대료와 이자다. 자영업자들로부터 이득을 얻었다면, 자영업이 멈춘 상황에서 임대료와 이자 지급을 중단하는 것은 매우 상식적이다. 자본가들은 ‘사유재산’침해라며 핏대를 높이지만!
그러나 자영업자들의 빨대 몇 개를 치우는 것으로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자영업과 같은 소자본가 일부는 살아남아 중, 대자본가로 성장하지만 대다수의 소자본가는 폐업하거나 인수, 합병된다. 자영업자들이 대자본가들에 먹히는 적자생존은 자본주의에선 법칙과도 같다. 결국 몰락한 자영업자는 다시 생존을 위해서 노동자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처지를 벗어나려 자영업을 선택하지만, 일부를 제외한 다수는 다시 노동자로 살게 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이다. 눈을 감는다고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대로 된 일자리다. 일자리를 정부가 보장하도록 하고, 실업자에겐 생계비를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 몰락하는 자영업자의 대안은 노동자들의 요구와 다르지 않다. 
양질의 일자리가 보장되고, 사회가 열심히 일한 이들의 노후를 책임진다면 창업으로 뛰어들 사람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전 재산과 심지어 빚까지 안고 위험한 도박을 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자영업자들의 문제는 정부의 재난지원금, 상생 3법과 같은 땜질처방에 기대선 해결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노동계급의 요구와 함께 하는 것이 자영업 다수의 생존권을 지키는 길이다. 

 

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