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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반쿠데타 투쟁

더욱 거세지는 군부의 유혈진압,  그러나 더 조직적으로 발전하는 시위군중


▲ 경찰의 총에 맞아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사망한 20대 여성의 사진을 들고 시위에 나선 미얀마 학생들과 시민들 .

미얀마에서 반쿠데타 시위군중에 대한 군부의 유혈진압 강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군대와 경찰은 반쿠데타 시위대를 향해 실탄총격을 자행했다. 군대와 경찰의 총격으로 지난 달 28일에 18명이, 이번 달 3일에 38명이 사망했다. 8일에도 또다시 군대와 경찰의 총격으로 2명이 사망했다. 지금까지 미얀마에서 군대와 경찰의 유혈진압으로 사망한 이들이 60명을 넘었다.  체포된 사람들도 1,700명 이상이다. 그러나 이것은 유엔 등에 의해 집계된 숫자일 뿐, 미얀마 시민들은 실제 사망자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얀마 나우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군은 8일 새벽 양곤과 만달레이ㆍ사가잉주(州) 등 최소 10개 지역에 위치한 주요 시설을 기습 점거했다. 이 시설들은 부상당한 시위대를 치료하고 시위대의 피난처로 활용되던 200여 개의 각급 병원과 대학, 그리고 ‘전력 공급과 도시 간 이동’을 차단하기 위한 전력국과 철도역사 등이다. 군대의 주요시설 점거를 두고 현지의 많은 이들이  군부가 계엄령을 발동하겠다는 전략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군부가 계엄을 선포하려고 하는 것은 강경진압에도 불구하고 시위가 계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계엄령이 선포되면 군부가 사법권까지 장악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군부는 시위 자체를 내란죄로 다루어, 시위대에 대한 대규모 학살을 자행하면서 시위군중을 거리에서 완전히 내몰려 할 것이다. 
군부의 계엄령 선포가 임박한 가운데 미얀마의 반쿠데타 투쟁은 중대한 기로에 들어섰다.   

진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난 3일 유엔의 ‘크리스티네 슈라너 부르게너’ 미얀마 특사는 “미얀마에서 진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부르게너 특사는 이미 군대와 경찰이 실탄총격으로 시위대를 살해하고 있기 때문에 시위대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총으로 무장해 군대와 경찰에 대항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국에서도 1980년에 전두환 군부의 무력진압에 맞서 광주시민들이 무장해 저항한 바 있다. 
다른 한편으로 혼란한 정국을 틈타서 미얀마의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저항에 나설 수도 있다. 8일 남부 다웨이 지역의 카렌민족연합(KNU) 소속 반군들이 소총 등으로 무장하고서 시위대의 행진을 호위했다. 카렌민족연합을 포함한 10개의 소수민족 무장단체는 지난달 20일 성명을 내고 군정 타도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온전히 시위군중들의 편에 설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비록 지금까지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군부와 대립해 오기는 했지만, 이들이 복잡한 정세 속에서 이해득실을 따져 일시적으로 군부에 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시위군중의 독자적인 무장력 여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전히 ‘평화적인’ 시위
 
이미 한 달을 훌쩍 넘긴 시위는 군경의 실탄총격과 구타ㆍ폭행에도 불구하고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시위군중들은 군대와 경찰의 총격을 막기 위해 헬멧을 쓰고, 드럼통을 잘라 방패를 만들어 방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 시위군중은 맨몸으로 거리에 나서고 있다. 이것은 아직까지 시위군중이 ‘평화적 수단’에 의지하고 있다는 한계를 보여준다. 이런 소극적인 방어와 평화적 수단으로는 이미 실탄총격과 구타ㆍ폭행으로 사람들을 살해하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시위대를 거리에서 쫓아내려는 군부에 맞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위 군중이 군대와 경찰의 무력시위로 거리에서 쫓겨나지 않고 투쟁을 지속하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훨씬 강력한 방어조직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계엄령이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앞두고 시위군중들도 단순히 평화적인 방식만으로 군부를 권력에서 물러서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군부가 계엄령을 선포해 대량학살에 나선다면 시위군중들이 간디나 수치 식의 ‘평화주의 정신’으로 ‘무장’하고서 맨몸으로 군대의 총알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가 운동을 지도할 것인가

수치의 민족민주동맹은 결코 군부의 무력에 맞선 투쟁을 지도할 수 없다. 그들은 이전에 다수 노동자ㆍ민중에게 민주주의의 상징이었지만, 그리고 여전히 상당한 권위를 누리고 있지만, 군부독재에 맞서는 그들의 방식은 항상 평화주의적이었다. 처음 군부가 정권을 찬탈했을 때에도 수치와 민족민주동맹은 ‘평화시위’를 호소했었다. 
80년 광주에서, 그리고 이후 벌어진 민주화 투쟁에서 김대중과 김영삼이,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자들이 민주화 투쟁의 지도부였던 적은 없었다. 그들은 투쟁이 현장이 아니라 보이지 않은 곳에서 평화를 호소했다. 이런 자들은 거리에서, 파업현장에서가 아니라, 노동자ㆍ민중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곳이 아니라, 체육관 안에서 연설할 때에만 민주투사가 된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민주주의자들은 항상 대중의 피의 대가로 얻어진 성과를 가로채는 데 능숙할 뿐이다. 
수치와 민족민주동맹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지금 군부의 탄압을 받고 있지만, 어떤 이는 고문으로 죽기까지 했지만, 그들의 소심하고 평화주의적인 방식으로는 결코 군부의 무력에 맞서 승리할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은 결코 그렇게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목숨을 걸고 이 투쟁을 지도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다. 바로 노동자 운동의 지도자들이다. 80년 광주에서, 그리고 이후 80년대 내내 벌어진 민주화 투쟁은 노동자들과 학생들, 그리고 가난한 농민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리고 운동은 그들 속의 지도자들에 의해 지도됐다. 미얀마에서도 지금 그것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수치정부 아래서 성장한 노동자 투사들

 


시위 첫날부터 노동자들은 시위의 중심이었다. 그리고 시위가 한 달을 훌쩍 넘긴 지금 사실상 시위의 중심 세력은 조직된 노동자들이다. 그런데 미얀마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조직해 반쿠데타 시위의 중심에 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수치와 민족민주동맹이 집권한 5년 동안 미얀마의 노동자들은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임금 수준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최소한의 사회안정망도 없는 상황이었다. 사장들은 노동법을 지키지 않았으며, 최저임금조차도 지불하려 하지 않았다. 이런 사장들에 맞서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쟁취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파업투쟁에 나섰다. 사장들의 명백한 노동법 위반에도 경찰들은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늘상 사장들의 편에 서서 노동조합 지도자들을 체포하고 파업대오를 해산시키려 했다. 이런 일들이 수치정부 아래서 일어났다. 
코로나19 때문에 수치정부가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노동자들의 투쟁은 더욱 어려워졌다. 경제성장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사장들은 더욱 노골적으로 노동법을 위반했고 임금을 삭감했다. 해고의 위협도 점점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군부가 권력을 찬탈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수치정부 아래서도 힘겨웠지만, 군부가 집권하면 상황이 훨씬 어려워질 것을 직감했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수치정부의 복권보다는 자신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반쿠데타 투쟁에 앞장서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수단을 손에 쥐어야 하는가

미얀마의 노동자들은 지난 달 22일과 28일, 그리고 이달 8일에 대대적인 총파업에 나섰다. 미얀마 전역에서 수백만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8일의 3차 파업에서는 군부가 반쿠데타 시위에 나선 공무원들에게 8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오히려 공기업 노조 등 9개 단체가 이날 파업에 추가로 합류하기도 했다. 이미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어 있으며 그간 파업투쟁의 경험으로 단련된 노동자계급이 시위의 조직적 중심을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치의 민족민주동맹이 아니라, 이미 시위의 중심에 선 조직된 노동자들이 어떤 목표와 투쟁방식을 결정하느냐에 따라 시위의 양상이 판가름 날 것이다.
조직된 노동자계급이 확고하게 투쟁의 중심이 될 때 비로소 잔인무도한 군부를 타도할 수도 있는 힘이 결집하게 될 것이다. 또한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적 본성을 가진 수치의 민주주의를 넘어 스스로가 권력의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를 향해 전진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선 미얀마 민중들은 노동자계급을 중심으로 군부의 무력에 맞설 수 있는 수단을 손에 쥐어야 한다. 낡은 권력은 노동자계급의 정의로운 폭력에 의해서만 청산될 수 있다. 

 

김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