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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해결은 직접고용’- 신라대학교 청소노동자 동지들을 연대하며

▲ 본관 건물에서 집단 해고에 맞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신라대 청소노동자들

부산 사상구 괘법동에 위치한 신라대학교 청소용역노동자 51명 전원은 2월 말일 자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이에 반발한 노동자들이 대학본부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민주노총 부산 일반노조 소속으로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붉은 색 조끼를 입고 가열찬 투쟁을 하고 있다.
  
노동조합을 만들다, 그리고 투쟁을 해보다

  민주노총 일반노동조합에서 학교에 홍보를 하러 왔었을 때,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라고 하니 괜히 무서워서 다들 피하고 모른 척했었다. 하지만 청소 일을 하러 와서 교수들 이삿짐 옮기고, 학교 온갖 행사에 동원되기도 하고, 학교 전체 잔디를 심고 다듬는 일 등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 등에 불만이 쌓여서 노동조합을 만들 생각을 하게 됐다. 이렇게 해서 2012년도에 신라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똘똘 뭉쳐서 8박 9일의 파업을 통해서 쟁취해냈다. 이전의 청소노동자 사례의 기사를 꼼꼼히 찾아보면서 읽고 ‘노동조합 가입하면 잘릴 수도 있는데’하는 걱정을 하면서도 비밀리에 노동조합을 만들어갔다. 그래서 당시 청소노동자 전원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었다. 
노동조합을 조직하면서 법정 최저임금이라도 받게 됐고, 교수들 이삿짐 옮기는 일도 사라졌다. 그리고 학교 행사에 동원되는 일도 없어졌고, 학교 잔디는 전문 업체가 학교 안에서 관리하게 됐다. 청소 노동자들은 비로소 진짜 ‘청소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나니 노동부에서 1년에 한 번씩 근로감독을 나와서 둘러보고 힘든 점을 물어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 제일 좋은 점이었다.
그런데 2014년도에 신라대학교 총장이 박태학으로 바뀌면서 2012년도에 맺은 단체협약을 다 무효화시키려 했다. 그러나 79일동안 투쟁하면서 전원 고용승계를 받아냈고, 진짜 사용자인 대학 총장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조합원들의 정년(65세가 정년)을 보장해주겠다는 합의서를 받아냈다. 79일동안 옥상에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는 옥상농성도 하고 단식농성까지 하면서 치열하게 싸운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2021년 일터에서의 첫 소식, 집단해고 


7년간 무탈하게 일을 해오던 노동자들은 집단해고를 당하게 됐다. 어떤 예고도 없이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지회장은 2020년 크리스마스 날 용역업체 사장으로부터 원청인 신라대학교와의 계약이 2021년 2월 28일부로 만료되었다고 전해들었다고 한다. 해가 바뀌고 첫 소식으로 조합원들은 해고통보를 받게 된 것이다. 
투쟁을 준비하는 중에 얼떨결에 마주친 김충석 총장에게 왜 청소노동자들을 해고하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꼴불견이었다. ‘청소는 자동화할 거고, 교수들과 교직원들이 각자 기관을 맡아서 청소할 것, 코로나로 인한 재정 악화로 인한 것’이라 말하고 도망쳤다고 한다. 그럼에도 ‘설마’ 했다고 한다. 자동화를 한다고 해도 사람은 필요할 것이고 교직원들에게 청소를 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교 예산이 코로나로 인해서 적자가 났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청소 일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해고 통지서를 받아들고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하면서 철저한 투쟁을 결의했다고 한다. 
  청소를 자동화시킨다고 하더라도 강의실이나 계단 구석구석 사람 손으로 청소해야 제대로 청소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교수들과 교직원들에게 그 일을 떠맡긴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더군다나 학교 운영 총예산 900억 원 중 학생들 등록금 수입이 600억 원이고 국고 보조금 260억인데, 학교 법인 규모는 2억 원인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받아들일 수가 없다. 교직원들의 임금은 인상하면서 적자를 핑계댄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청소노동자들은 이대로 물러서 집단해고를 받아들일 수만은 없다고 모두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합의서가 아닌 진짜 해결을 하는 방법 

2014년 당시 신라대학교 측에서는 ‘노동조합과 하는 합의에는 도장을 찍을 수 없다’고 하면서 끊임없이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거부했다. 그래서 그 당시 야당이던 새천년민주연합이 을지로 위원회를 구성해 중재에 나서 합의서를 이끌어냈다. 그 때는 처음 하는 투쟁에서 고용을 승계한다는 그 구절을 받아낸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생각해 모두의 동의로 투쟁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총장이 바뀌니까 ‘내가 한 합의가 아니니 지킬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집단해고를 통보 했다. 일하는 장소, 학교는 가만히 있는데 학교 주인만 바뀌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니 아무리 좋은 합의서라도 노동자들을 지켜줄 수 없는 것이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학교에서 하청 업체를 최저입찰제로 결정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학교가 용역업체에 갑질을 해대고, 용역업체는 이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해 쥐어짜대는 구조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청소노동자들은 진짜 사용자가 직접 고용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가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 이런 불안정한 고용상태가 계속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 

총장은 집단해고를 철회하고 청소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청소노동자들이 대학본부를 점거하고 있어서 총장은 총장실로 출근하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업무를 본다고 한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것이다. 그렇다고 없어질 문제가 아니다. 지금같이 코로나가 유행해 위생관리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에 청소 노동자들을 해고한다는 것은 코로나 확산을 조장한다고 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청소노동자들을 해고시키면서 학교에 쓰레기통이 전부 사라졌다. 재단의 이익 때문에 청소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쓰레기통까지 전부 없애버리니 학생들과 교직원들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하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이 직접고용으로 고용안정을 쟁취하고 수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길 기대한다. 

 

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