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선거가 진행되면서 국민의 힘 박형준 후보의 비리 의혹이 민주당 세력들의 의해 하나둘 터져나오고 있다. 각종 비리 의혹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면서 '이명박형준'이라는 호칭까지 붙었다. 이명박 청와대 홍보기획관 시절 4대강 사업 반대단체 사찰 연루, 딸의 홍익대 미대 입시비리, 국회 사무총장 시절 친인척 특혜 채용 등이 연일 쏟아져나오는데 ‘파도파도 비리’ 의혹들이다.
그 중 가장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부산 해운대 엘시티 2채 특혜 분양 건이다. 박형준은 자녀들이 엘시티 아파트 로얄층을 최초분양자로부터 우연히 500~700만 원의 프리미엄을 얹어 구매했다고 하지만 이를 믿는 이들은 없다. 박형준의 자녀가 20억 원 가량에 구매했던 엘시티 한 채의 현재 호가는 40억 원대에 육박한다. 엘시티 시행사 이영복 회장이 박형준에게 특혜를 줘 분양받도록 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엘시티, 권력자들의 부동산 놀음
엘시티는 부산 해운대 백사장 앞에 세워진 101층 주상복합아파트다. 해운대 백사장 바로 앞이라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기 어려운 제약이 많았음에도 쉽게 추진되었다. 건설 시작부터 온갖 특혜 구설로 얼룩진 부산지역 토착비리 카르텔의 결정체로 꼽힌다.
2007년부터 본격 시작된 엘시티 건설을 가로막던 고도제한 등 각종 규제가 손쉽게 풀렸다.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고 교통영향평가를 단 1차례만 실시했다. 민간사업자인데도 부동산 투자이민제도 허가해주었다. 부산도시공사가 공공개발 형태로 부지를 매입했는데, 개발 발표 이전에 부지를 미리 사둔 이영복에게 수십억의 보상비를 지급했다. 이영복은 페이퍼컴퍼니 10여 개를 동원해 엘시티 시행사와 용역계약을 맺어 500억 원 이상을 빼돌리는 등 회사돈 704억을 횡령해 비자금으로 사용했다.
특혜와 비리로 점철된 엘시티가 어떻게 세워질 수 있었겠는가? 인허가 과정부터 자금대출, 건설과정에서 청와대, 부산시, 국회의원 등 정관계 권력자들이 특혜를 준 것이다. 엘시티는 온갖 비리와 특혜로 건설된 만큼 그 과실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특혜 비리가 없을 수 없었다. 직접 비자금을 전달하기도 했지만, 아파트 분양 특혜도 동원되었다는 것이 이번에 밝혀지고 있다.
엘시티는 2015년 8월 분양 당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펜트하우스의 경우 전국에서 처음으로 3.3㎡당(평당) 7천만 원을 넘는 분양가를 기록했다. 로얄층의 경우 이영복이 직접 분양 리스트를 만들었다. 리스트엔 현직 국회의원과 전직 장관 등 130명이 넘는 인사들이 망라돼 있다. 부산시 부시장급 인사, 부산은행장을 지낸 사람, 부산지방검찰청장 출신 석동현 변호사 등이 실제 엘시티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관이었던 현기환이 검찰에 수사를 중단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2017년 시민단체에서 특혜분양자 43명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고작 2명만을 기소하면서 엘시티 게이트를 최대한 무마시키려 했다. 2018년 이영복은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이영복은 비리 연루자에 대해 최대한 입을 다물었고, 일부만이 밝혀져 연루자들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영복은 여전히 엘시티PFV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엘시티 건설로 7,000억 원 가량의 이득을 얻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영복 회장이 입을 다문 대가가 아니겠는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국민의 힘 세력만 그런가? 민주당은 다른가? 그렇지 않다. 부산시장 선거의 또 다른 쟁점은 가덕도 신공항이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2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각종 특혜를 담았다. 엘시티가 뒤에서 특혜를 받았다면 가덕 신공항은 앞으로 특혜를 공식화한 것 뿐이다.
국민의 힘은 벌써부터 오거돈 전 시장 일가의 부동산 투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예정지로 거론되는 노른자위 땅에 오거돈 일가족이 수만평에 달하는 땅을 사놓았다는 것이다. 오거돈 일가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수용되거나 직접 개발될 가능성이 있는 가덕도 일대에 약 7만8,300㎡(약 2만 3,700평)의 땅을 보유한 것이 확인되고 있다. 현재 가덕도 일대는 신공항 건설 기대로 땅값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비용은 최저 7조에서 최대 28조까지 예측하고 있다. 동남권경제발전, 숙원사업이라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과정에서 엘시티처럼 누군가는 특혜를 받고, 큰 이득을 가져갈 것이다.
이윤이 처음이자 끝인 자본주의 체제에선 어떤 미사여구를 붙인 사업이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권력자들의 특혜와 비리, 이득을 얻는 자본가들이 등장한다. 엘시티, 가덕 신공항 외에 다른 곳에선 이런 비리와 특혜가 없었는가? 모두가 누려야 할 자원을 일부가 독점하고 이윤으로 계산하는 자본주의 체제는 비리와 특혜를 기본으로 한다. 근본 시스템이 바뀌지 않고 과연 달라질 것인가? 정권이 바뀌고 시간이 지나면 엘시티 게이트처럼 가덕 신공항 게이트가 다시 등장하리라 보는 것은 지나친 의혹일까?
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