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2일, 홈플러스 사측은 부산매출 1위인 부산 가야점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홈플러스 점포 매각은 지난해 안산점, 대구점, 대전둔산점, 대전탄방점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 째다. 이에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3월 15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선전전과 집회, 전국본부장단 삭발식 등 수위를 높이며 투쟁을 확대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센텀지회 사무장 양민정 동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 현재 상황이 어떤가?
2015년, 사모펀드인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제대로 운영된 적이 없다. 인수자금 7조 2천억 원 중 2조 2천억 원만 지불했고 나머지 5조 원은 홈플러스가 빚으로 떠안았다. 게다가 지난 5년간 세일즈앤리스백(부동산을 매각한 후 매장을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2조 2천억 원치의 부동산과 매장을 매각했다. 그 돈은 MBK가 다 가져갔다. 빚은 많고 임대료도 늘어나니 아무리 벌어봐야 이익이 나지 않는 구조이다.
심지어 작년부터는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폐점매각까지 하고 있다. 이번에 폐업을 발표한 부산 가야점은 부산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영업점이다. 하지만 여기도 매각을 결정했다. 대구 스타디움점의 경우에도 3월 초에 누적적자를 이유로 임대재계약을 하지 않고 영업을 종료한다고 통보해왔다. 장사가 되든 안되든 돈만 되면 파는 것이다. 우려했던 것처럼 사모펀드 MBK자본은 운영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돈만 챙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

▶ 지난 2019년에 1만천여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떠들석했던 기억이 있다.
이미지를 좋게 하려는 시도였다고 본다. 인수 때부터 사모펀드가 인수했다고 말이 많았으니 그걸 좋은 이미지로 포장하고 싶었을 것이다. 말이 좋아 정규직 전환이지 변한 게 별로 없다. 무기계약직이었기 때문에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되어 고용에는 문제가 없었다. 월급도 거의 오르지 않았다. 기존의 정규직과는 다른 체계를 적용받고 있다. 호봉제도 없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돈 안들이고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한 거다.
▶ 최근 배송기사가 과로로 사망한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매출이 늘었다. 배송노동자들이 담당해야 할 배송물량 역시 많이 늘어났다. 그런데 인원이 충원되기는커녕 더 줄었다. 사고가 생길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게다가 배송노동자들은 산재보험 적용도 안 된다. 택배기사들은 산재적용이 가능하게 바뀌었는데 마트배송노동자들은 아직도 산재적용을 받지 못한다. 죽음에 대한 책임을 그 누구도 지지 않는다.
이번 과로사는 배송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매장, 모든 업무파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MBK로 넘어간 이후 지금까지 4천여 명의 인원이 줄었다. 외주업체 노동자들까지 합치면 9천여 명이 줄었다. 10년 이상 일한 노동자들이 많아 매년 정년퇴직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회사는 인원을 뽑지 않고 있다. 단기 알바도 쓰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노동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나이도 있는데 노동강도까지 높아져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노동자들이 많다. 그나마 다행인 건 노조가 생기면서 유급으로 병가를 쓸 수 있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연차나 기간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 핵심 요구는 무엇인가?
우리는 폐점과 이로 인한 고용불안에 반대한다. MBK는 마트 운영보다 부동산투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장사가 잘 되어도 부동산이 돈이 되면, 장사가 안 되면 적자를 이유로 매장을 팔아넘기는 사측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 사측은 1년 뒤 가야점이 폐점되어도 전환배치를 통해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백 명의 노동자들을 다른 사업장으로 전환배치하는 건 불가능하다. 재배치 과정에서 노동자들 간의 갈등이 확대될 수도 있다. 게다가 매각과 폐점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다. 더 이상 두고만 보고 있을 수 없다. 투기자본 MBK에 맞서 우리의 고용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 이후 투쟁의 과제와 전망
가야점의 경우 최근 조합원이 2배 가량 늘었다. 가야점 앞에서 매주 결의대회도 진행하고 있고 전 지회에서 매일 선전전도 진행중이다. 이후 지회장들까지 동참하는 삭발식, 전 조합원 파업 등도 계획하고 있다. 7월이 넘어가기 전에 끝장을 보겠다는 결의로 투쟁하고 있다.
▶ 투쟁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조합원들 전체의 호응과 투쟁을 끌어내는 것이 어렵다. 폐점 반대 투쟁이 내 발등에 떨어진 문제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폐점이 결정되었지만 1년 유예다 보니 당장의 문제는 아니라는 인식, 고용은 유지된다고 하니 방법이 있겠지 하는 생각 때문에 투쟁의 기세를 높이기가 어렵다.
또한 전국에 홈플러스 하이퍼(대형마트) 점포수가 108개, 지회는 84개이고, 익스프레스(슈퍼형) 지회는 4개이다. 이렇게 흩어져 있다보니 금속과는 다르게 집단적 힘을 발휘하는 것이 어렵다. 게다가 각 지점마다 조합원의 비율이 다르고, 매장마다 섹션이 나눠져 있어 조합원들 간의 소통도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열심히 하는 조합원들도 있지만 아직은 간부들 중심으로 투쟁이 이뤄지고 있다. 아쉬운 지점이다. 어렵더라도 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투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합원들과 함께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MBK는 거대 자본이라 노동자들이 이에 맞서 싸우는 게 쉽지 않다. 심지어 노동자들의 생존과 관련된 정보조차 잘 공개하지 않는다. 서울 중계점의 경우 폐점매각 추진 사실을 인근 중학교가 학부모들에게 배포한 가정통신문을 통해 알게 되기도 했다. 매각관련 구체적 정보도 비공개인 경우가 많다. 언제 어디가 매각될지 알 수가 없으니 노동자들이 불안과 우려가 크다. 노조가 대응하기도 어렵다.
▶ 하고 싶은 말
홈플러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투기자본 MBK에 맞서 싸우고 있는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투쟁에 많은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린다.
정리: 권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