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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코로나 확산의 주범? 무책임한 떠넘기기!

 

지난 7월 3일, 정부의 집회금지 통보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이 주최한 전국노동자대회에 8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모였다.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고 있는 중이었지만 생존이 걸린 절박한 요구를 외치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열망을 가로막을 수는 없었다. 구조조정에 내몰린 마트노동자들, 해고에 처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서비스 노동자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금속노동자들 등 각자가 처한 절박한 요구들이 하나의 목소리가 되어 종로거리에 울려퍼졌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마른 땅을 적시는 단비같은 집회였다. 

정부의 강경대응과 언론의 마녀사냥

▲ 집회 전날 기자들을 대동하고 민주노총을 일방적으로 방문한 김부겸 총리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이번 민주노총 집회가 이슈가 되었지만 노동자들이 왜 모였는지는 전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오로지 민주노총을 탄압할 수 있는 좋은 먹잇감이 되었을 뿐이다. 정부의 탄압은 예정되어 있었다. 집회 전날 김부겸 총리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언론을 대동하여 일방적으로 민주노총을 방문했다. 그리고는 “만약 집회를 강행한다면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엄정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그리고 집회가 끝나자마자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수도권의 코로나 대유행이 민주노총의 집회 때문인 냥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수사에 착수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빠르게 진행되었다. 보수 언론 역시 이번 집회를 기회 삼아 민주노총 마녀사냥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집회참석자 중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공격의 강도는 점점 약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집회만 제한?


집회의 자유는 헌법 제21조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적 권리이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 이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감염병예방법)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명목으로 활용되어 왔다. 근래에 코로나 확진자가 늘면서 4단계 거리두기가 발표되어 상황이 달라지긴 했지만,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뮤지컬과 콘서트, 백화점 영업, 놀이공원 등은 인원 제한없이 대규모 행사가 가능해졌다. 1만 명이 운집하는 트롯 콘서트가 열리고, 수천 명이 다녀가는 유아박람회도 열렸다. 야구장에는 최대 7천여 명이 운집하여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다. 윤석열 대선 출범식에는 지지자 천여 명이 운집했다. 또한 소성리에서는 공사장비 반입을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수천 명의 공권력이 동원되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대규모 인원이 운집하는 일이 별다른 제약 없이 이루어져 온 것이다. 그런데 유독 집회만은 엄격하게 인원을 제한해왔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10인 이상의 인원 제한이 계속되고, 이제 1인 시위를 제외한 모든 집회가 금지되었다. 코로나 확산을 막는 게 목적인지, 노동자들의 입을 막는 것이 목적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대선만 바라보는 정치인들


코로나가 두렵지 않은 사람은 없다. 코로나가 정말 걱정되어서 노동자들이 모이는 것이 우려된다면 노동자들이 왜 모이려고 하는지를 들어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면 된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으로 고용이 위협받고, 낮은 임금으로 아무리 일을 해도 생계가 해결되지 않고, 해고와 실업에 내몰려 고통받아도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은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게다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은 온통 거기에 쏠려있다. 유력한 대선 주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X파일,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 등의 이슈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주요 대선주자나 이준석 대표가 한마디 하면 모든 언론이 달려들어 기사화한다. 여기에 노동자 대중의 삶은 들러리일 뿐이다. 노동자들이 집회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무도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입다물고 가만히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보다 자신의 삶이 망가지는 것이 더 두렵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집회에 나오고 투쟁에 나서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집회를 했다고 누가 비난할 수 있는가. 오히려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정부와 무능력한 정치인들이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제는 투쟁해야 할 때!


작년 한 해 숨죽이고 움츠려있던 노동자들의 투쟁이 올해 전국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경제 위기라고, 코로나라고 참고 참아온 노동자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엉성하게 싸운다면 더 큰 탄압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이미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은 들통났다. 말로만 노동자를 위한다고 하면서 정작 노동자들의 처지를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민주당 문재인 정부에 맞서 제대로 된 싸움을 시작하자. 내년 대선을 정치인들의 축제가 아닌 노동자들의 투쟁의 장으로 만들어 가자.

 

권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