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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격차, 확대되는 자본주의 위기

빈부격차, 실업, 고용위기, 물가 상승 등 경제 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끊일 새가 없다. 노동자 서민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은 통계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8월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위 20%만이 올해 2분기에 소득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924만 1천 원으로 1년 전보다 1.4% 증가했다. 반면 나머지 80%는 월평균 소득이 0.7% 감소했다. 특히 하위 20% 가구의 경우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도 채 되지 않는 96만6천 원으로 작년에 비해 6.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지출


소득만 준 게 아니다. 지출은 더 많아졌다. 저소득층(1분위)의 지출항목 중 1/5이나 차지하는 소비 항목이 식료품과 같은 먹거리인데 장바구니 물가가 계속 오르다보니 작년 대비 7%나 지출이 증가했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부터 4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생활물가지수(3.4%)는 2017년 8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저소득층 두 집 중 한 집 이상이 적자 상태이다. 이는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다. 하위 20%의 경우 월평균 34만1천 원의 적자를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상위 20%는 매달 278만7천 원의 흑자를 내고 있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사이의 소득 격차는 하루가 다르게 차곡차곡 더 벌어지고 있다.

줄어드는 고용


일자리도 문제다. 지난 1분기 한국의 실업률은 5%로,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전체 임금 일자리가 30만 개 늘었다고 하지만, 이는 대부분 5~60대 이상의 공공 근로 업무였다. 오히려 20~30대 청년층의 일자리는 약 10만 개가 감소했다. 특히 전체 일자리의 약 22%를 차지하는 제조업의 일자리가 줄고, 코로나 영향을 받은 숙박·음식업 등 대면 서비스업의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의 고용동향을 보면 임금노동자 수가 1년 전보다 31만 5천 명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눈덩이같이 불어나는 부담들


사회보험료 부담 역시 더욱 커졌다. 정부는 벌써 내년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인상을 예고했다.  박근혜 정부 4년간 건강보험료율이 연평균 0.99% 올랐는데 비해 문재인정부에서는 연평균 인상률이 2.7%에 달한다. 고용보험료율도 현 정부에서 두 차례 인상되며 2%에 육박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코로나 검사와 치료, 백신 접종 등 모든 사회적으로 지불되는 비용이 세금 인상으로 돌아오니 없는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다 부담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최근 정부가 발표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빚이 있는 가계들의 이자부담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가계 부채가 1800조가 넘고, 가구당 부채(평균 8800여만 원)가 월평균 소득의 17배에 달하는 현실에서 금리인상이 가져올 후폭풍은 결코 적지 않다.

확대되는 빈부격차


어려움이 가중되는 반대편에는 넘쳐나는 부가 존재한다. 최근 8월 수출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는 뉴스보도가 있었다.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등을 포함하여 15대 주력 수출품목 모두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수출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떼돈을 벌고 있다는 뜻이다. 바로 위기를 기회로 삼은 대자본가들이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받았던 지난해 국내 50대 그룹 총수가 받은 배당금만 1조8천억 원 규모였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소자본가들이 폐업하는 그 순간에도 이들은 흥청망청 돈잔치를 벌인 것이다. 이들이 가져가는 천문학적 이윤을 생계난에 허덕이는 노동자 서민을 위해 써도 모자랄 판인데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이들의 이윤주머니를 더 키워주겠다고 나섰다. 

감세를 통해 이윤 몰아주기


첫 번째가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7월 26일 세법 개정안을 통해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3대 국가전략기술에 5년간 1조1천억 원의 세금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국가경쟁력 확보를 명목으로 3대 분야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투자시 최대 50% 세액을 공제하겠다는 것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에 대한 감세방안도 있다. 개인투자용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면 이자소득을 줄여주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국내주식에 투자해 얻은 수익은 비과세하며, 기부금 세액공제율을 기존 15%에서 20%로, 1000만 원 초과분은 30%에서 35%로 5% 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대기업과 여유자금이 있는 고소득층에게 돌아가는 세제 혜택은 약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부동산 투기 근절? 


문재인 정부는 최근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깎아주는 개편안도 내놓았다. 그리고 지난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종부세 개편안이 통과되었다. 이번 개편으로 종부세 대상자는 기존 18만여 명에서 9만여 명으로 절반이나 줄어들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11억 원 미만이면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쉽게 설명하자면 시세 15억 원 정도의 주택을  소유해도(공시가격 11억 원이기 때문에 시세로는 15억 7천만 원 수준)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어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강남 3구 시세 20억 원의 아파트는 어떨까? 이 곳에 사는 사람의 경우에도 종부세가 기존 304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다. 게다가 집값이 비쌀수록 세금감면액은 더욱 커져 비싼 집을 가지고 있을수록 더 큰 혜택을 보게 된다. 
종부세는 비싼 집을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려 부동산투기를 막고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며 도입한 제도다. 종부세를 도입한다고 자본주의의 부동산 투기가 줄거나 집값이 안정화될 리는 없다. 하지만 그로 인한 폐해를 조금이나마 줄여보려는, 혹은 줄이는 척이라도 하려는 민주당 류의 정책이다. 하지만 가진 자들은 압력을 행사해 손쉽게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법을 바꾼다. 자본주의 사회를 근간으로 하는 정부, 가진자들을 대변하는 정부인 한 아무리 평등과 공정을 외친들 이들의 압력에 밀리지 않을 재간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지난 4년의 결과가 결국 종부세 개편인 것처럼 말이다. 

위기는 끝나지 않는다

▲ 자본주의 위기는 소자본가들의 생존도 위협한다.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선 자영업자들이 시위에 나서고 있다


자본주의는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다. 코로나는 그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 쪽에 넘쳐나는 부와 그 반대편에 실업과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는 가난한 이들의 삶 사이의 격차는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확대되고 있다. 노동자계급의 위기는 자본주의체제를 위협할 수 있기에 자본가 정부는 우리가 낸 세금을 풀어 재난지원금을 쥐어주고, 불안정하나마 공공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코로나로 인해 발생되는 비용을 지원해주는 등 어떻게든 대책을 내놓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에서 드러나듯 효과는 미미하다. 
그런데 심화된 위기는 노동자계급만을 향하지 않는다. 자본가들 역시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소규모 자영업자를 필두로 중소자본가들이 한파를 두들겨 맞고 있다. 대자본도 한번의 실수만으로도 고꾸러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 악착같이 자신의 부를 지키고 확대하는 데 열중한다. 덩치를 키워 살아남거나 도태되어 무너지거나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본가 살리기에도 열중할 수밖에 없다. 이들 역시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계급이기 때문이다. 
결국 심화되는 자본주의 경제위기는 노동자계급, 자본가계급 할 것 없이 모두를 위기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함께 잘 살 수 있는 희망찬 미래는 없다는 것을 통계들이 보여주고 있다.

 

권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