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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노동으로 밥먹고 살기 힘든 세상” : 부의 불평등

옥스팜 [불평등 보고서 2020], 출처 : https://www.oxfam.or.kr/inequality-report-2020-time-to-care/

 

열심히 일해도 밥먹고 살기가 힘든 세상이다. 경기가 어려워서인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그런데 이게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분명 아니다. 옥스팜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70억 인구 중 억만장자(재산 10억달러, 1조 2000억원 이상을 가진 자)는 2008년 1천125명에서 2019년 2천153명으로 10년여 만에 47% 증가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억만장자들이 가진 재산의 연평균 수익률은 7.4%에 달했다. 빈부격가 엄청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저론? 새로운 신분제!

최근에 한국의 최상위 소득자 100명이 중간층보다 무려 1523배 많은 소득을 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 최상위 소득자들은 근로소득보다 금융이나 부동산 투자를 통한 이자, 배당, 사업소득 등이 큰 경우가 많았다. 큰 부자들은 일하지 않고 물려받은 재산을 불리는 방식으로 더 큰 부를 축적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그 부가 그대로 세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청년 세대들에게 유행했던 수저론이 새로운 신분제로 인식되는 것도 당연하다. 교육이 신분상승의 통로가 된 적도 있었지만, 더 많은 재산은 더 많은 교육의 기회를 가져다 주기 때문에 성적조차도 재산의 정도에 따라 좌우되는 시대가 되었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가난이 세습되는 것이다. 

착한 자본가가 정직하면 되지 않을까?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매년 기부를 하며 봉사활동을 하는 회장들의 선행이 심심찮게 신문을 장식한다. 그런데 기부천사 회장님의 재산도 줄기는커녕 늘어만 간다. 왜 그럴까? 
착한 회장님도 노동자들을 착취해 부를 축적하기 때문이다. 착한 회장님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자본가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그도 다른 자본가들과 마찬가지로 연월차 수당, 잔업 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거나, 정규직의 일자리는 줄이는 반면 비정규직과 계약직으로 그 자리를 채운다. 그의 회사에서 일하는 관리자들도 생산량을 채우기   위해 폭언폭설을 일삼고 노동자들을 혹사시킨다. 그 회장님은 그렇게 축적한 부의 작은 일부를 선심 쓰듯 다시 가난한 이들을 위해 내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착한 회장님도 어쩌면 그런 선행의 대가로 더 많은 매출을, 그리하여 더 많은 이윤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 이윤의 대부분은 일을 하지 않는 대주주가 가져간다. 주주 배당금은 2011~2017년 동안 31% 증가 했지만 노동 임금은 그 기간 동안 3%만이 올랐다. 아무리 ‘착한’ 기업이라도 노동자들을 착취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그들이 벌어들인 부의 일부가 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게 일부 돌아간다 하더라도 사회적 불평등의 격차는 결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벌어질 뿐이다.

세금을 많이 걷어서 나눠주면 되잖아?

그렇다면 이윤이 많이 나는 기업이나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서 세금을 많이 걷은 다음, 그 재원으로 복지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게 하면 불평등이 좀 개선되지 않을까? 물론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좀 나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상황은 반대로 돌아간다. 각국 정부는 자본가에 대해서는 여러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반면 빈곤층에게는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공공지출을 줄이며, 교육·의료 등의 민영화에 앞장서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본적으로 자본가의 입맛에 맞게 법과 제도가 짜여 있다. 세금 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본가들에게 고용된 능력있는 변호사와 세무사들은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고, 필요하면 정치인들을 매수하여 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뜯어고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진 자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걷어서 부를 재분배하면 불평들이 해결될거라는 믿음은 사실 환상에 불과하다. 

 

옥스팜 [불평등 보고서 2020], 출처 : https://www.oxfam.or.kr/inequality-report-2020-time-to-care/


가장 부유한 1%의 재산에 향후 10년간 0.5%의 추가 세금을 부과하면 교육, 건강, 노인 돌봄 등의 분야에서 1억1천700만개의 새로운 돌봄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필요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자본가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누가 이것을 실행할 수 있겠는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부의 재분배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 자체에 있다. 직접적으로 생산하는 사람이 그 만큼의 몫을 가져갈 수 있도록 사회구조를 뜯어고쳐야만 부의 불평들이 해결될 수 있다. 

이대로 괜찮지 않다. 바뀌어야 한다!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부의 불평등은 심화되어 부자는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 이들은 더욱 가난하게 되는 부의 양극화가 심화된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변화할 것이고, 변화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냥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손에 쥐고 있는 자신의 부를 쉽게 내려놓을 자본가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우리의 몫을 가져와야 한다. 세습된 부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 아닌 자신의 노동으로 사회에 필요한 재화를 창출해 내는데 기여한 이들이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노동은 점점 더 사회화되어가고 있는데 재산은 점점 더 사유화되고 있는 이 모순적인 사회를 바꿔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우리의 행동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만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