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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제, 심야노동이라는 독 『좋은 교대제란 없다 ; 우리가 꼭 알아야할 교대제 이야기』를 읽고!

하루가 멀다 하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산업현장에서 죽어가고 있다. 오죽하면 누군가는 ‘우리는 왜 맨날 명복을 빌어야 하나’, ‘사람을 단지 ‘숫자’로만 통계잡지 말라’고 하며 어느 신문사에서는 ‘오늘도 퇴근하지 못했다’라는 특집 기사가 쓰여지기도 했다. 
  그리고 당장 죽지 않더라도 일하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노동자도 있다. 하루하루 본인의 몸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모르는 채 생계라는 압박에 짓눌려 꾸역꾸역 일을 하다 서서히 무너지기도 한다. 높은 노동강도와 노동밀도, 심야노동을 동반하는 교대제가 그 중 하나다.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 활동하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는 2007년 한 권의 책을 냈다. 그리고 2015년에 새로 개정판이 나왔다. 바로 <좋은 교대제는 없다. 우리가 꼭 알아야할 교대제 이야기>이다. 이 책은 노동자의 몸과 삶에 좋은 교대제는 없다고 못박고 있다. 

교대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책은 교대제를 자본가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 낸 생산체제라고 정의한다. 마르크스 경제학을 대입해서 이윤은 노동자들의 생산과정에서 만들어지며, 더 많은 이윤을 위해 교대제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자본가들은 자본금을 쏟아 부어서 마련한 설비와 기계장치들을 멈추지 않고 돌려 더 많은 생산을 하려 한다. 생산은 이윤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계를 돌리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이 24시간 노동할 수 없으니 교대제라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그렇게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은 사업장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교대제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인간의 노동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한 결과이며, 절대로 노동자의 삶을 염두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교대제의 유형과 현황이라는 부분에서는 교대제의 정의와 의미를 더 폭넓게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나의 사업장에서 교대업무를 실시하면 그 여파가 다른 사업장, 산업부문을 넘어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쿠팡에서 새벽배송을 하면서 판매자도, 포장 노동자도, 배송기사도, 구내식당 노동자도 야간노동을 하게 되었고 한 번 시작한 야간노동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하지만 밤에 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밤에 일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는 위험성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발전소나 병원, 철도 등 공공성이 높은 사업장에서는 야간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어쩔 수 없는 일로 생각할 게 아니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야간 노동을 하더라도 몸과 삶이 망가지지 않도록 노동조건과 강도를 획기적으로 고쳐나가면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망가지는 노동자의 몸

▲ 2007년 국제암연구소는 심야노동이 납이나 자외선과 동급인 2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결과를 발표했다. [출처: MBC 시사매거진2580]


교대제는 노동자의 몸을 망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물학적 리듬이 있는데 그것을 어긋나게 한다는 것이다. 심야조 노동자들은 자야할 때 자지 못하고 햇빛을 봐야할 때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온 몸의 생체리듬이 다 어긋나게 된다.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노동자는 수면 시간이 줄어들고 수면의 질 역시 나빠져서 몸에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 나빠진 몸 상태는 뇌심혈관 질환을 일으키기도 하고 위장질환부터 암 질환까지 유발한다. 실제로 교대근무자들이 걸리는 심혈관 질환과 암 질환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산업재해라는 판정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교대근무는 몸만 망가지게 하는 것이 아니다. 정신건강도 망가지게 한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상황에서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매 순간 위험한 상태에서 근무를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교대제는 일상적인 삶과 관계를 파괴한다. 반복되는 교대근무는 노동자들이 개인의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가족들과 원만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 평범한 노동자의 일상을 계속 제약 당하게 되는 것이다. 
  교대제가 미치는 영향은 역으로 주야맞교대를 주간연속2교대로 전환한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교대제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노동자의 몸과 삶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야간노동을 폐지한 이후 이 노동자들의 삶이 질적으로 발전하고 풍부해졌고, 가족들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여가활동을 하며 자신의 인생을 살아나가는 변화들을 경험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면서 교대제의 문제를 더 잘 인식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그러한 노동 형태를 노동자가 선택한 거 아니냐고, 그런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건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이미 짜여진 구조 안에서 선택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은 조금 더 나은 벌이를 위해, 잘리지 않기 위해 닥치는대로 일할 수밖에 없다. 야간 노동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돈이 더 되니까, 회사가 시키니까, 당장 나는 일자리가 그런 자리니까 울며 겨자먹기로라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교대제를 바꿔야 한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건강권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결코 이윤논리가 이것을 앞설 수 없다. 교대노동자를 보호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대제 없는 세상으로 갈 수 있는 발걸음의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교대제 철폐는 노동강도와 밀도를 낮추는 문제와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와 분석을 통해 교대제를 변화시킬 방향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자본가들이 순순히 비키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이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은 분배보다 성장이 먼저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저들이 주장하는 성장과 이윤은 노동자들의 건강과 행복, 안녕을 갈아 넣어야만 가능하다. 지금까지 죽고 다치고 망가져가며 노동한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이 무엇인가? 더 큰 빈부격차와 불안정한 삶만이 남았다.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저들의 달콤한 속삭임에 속지 않는 것이다. 나 자신과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저들에게 맞서 싸우는 것이다. 
  주야맞교대의 핵심이었던 자동차 산업에 주간연속2교대제가 도입될 수 있었던 것은 이를 쟁취하기 위한 자동차 원하청 노동자들의 수년간의 피터지는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투쟁해야만 노동자들의 삶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 좀 더 나은 교대제가 아닌 교대제를 없애기 위한 고민을 시작하고 행동해야할 때이다.

 

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