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 '비정규직 이제그만'에서 주최하는 '비정규직 배신정권 다시 촛불을!' 첫번째집회가 열렸다.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 500여명이 코로나 방역을 뚫고 목소리를 낸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2차 촛불집회가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둔 11월 12일에 진행되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서울시는 집회를 불허하고 전태일 다리를 원천봉쇄하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막으려 하였다. 2차 집회에 참석한 동지가 소중한 참가기를 보내주셨다. 감사의 인사를보낸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11월 12일, 전태일 열사 51주기 맞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이제그만”에서 주최하는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기리는 촛불 기자회견에 참여하기 위해 전태일 열사가 계신 평화시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집회를 불허했다. 이미 평화시장으로 가는 길목과 전태일 열사 흉상이 있는 다리 입구와 주변은 수많은 경찰병력으로 둘러싸였다. 기자회견조차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고 야구장과 축구장, 콘서트에는 수만 명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와 경찰은 기자회견조차도 안 된다며 집회를 불허했다. 집회만은 위드 코로나에서 예외였다. 경찰은 계속해서 감염병예방법을 운운하며 해산을 명령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51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음에 분노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리입구에서 촛불을 들었다. 여느 집회보다 질서가 유지되는 가운데 발언과 구호가 이어졌다. 자본가에겐 솜방망이 처벌을 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17명에게는 검찰 구형 22년 6월을 때리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분노,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 그리고 노동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사연, 비정규직 제로화한다고 해놓고는 거짓이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목소리, 불법파견을 바로 잡기 위해 16년을 싸워온 해고자의 절규가 이어졌다. 해고를 금지하라,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하라는 요구도 외쳤다. 노동 현실의 답답함을 떨쳐내기 위해 촛불을 들고 저마다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차 촛불 장소인 청계광장으로 행진해 나아갔다. 경찰은 행진하는 노동자들을 막아서며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방패로 막아서는 경찰을 뿌리치고 겨우 청계광장 근처에 도착했지만 청계광장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미 경찰버스로 차벽을 만들어 청계광장 주변을 막아놓았기 때문이다. 경찰차벽뿐만 아니라 수많은 경찰이 방패를 앞세우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막아섰다.
하지만 경찰의 탄압도 노동자들의 분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집회에 참석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청계광장 바로 앞에서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탄압하는 문재인 정부에 또다시 분노를 쏟아냈다. 경찰은 지나가는 시민들의 발길을 막았고, 집회 후 해산하는 노동자들도 가로막았다. 촛불집회 후 길바닥에서 노숙을 해서라도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외치고자 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경찰은 “불법집회 선동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며 광장에서 몰아냈다. 결국 계획했던 노숙농성은 하지 못하고 해산할 수밖에 없었다.
촛불 정부를 자처하면서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문재인 정권은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 아니 처음부터 들으려 하지 않았다. 우리가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할 이유가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 집회였다.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김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