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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언론장악, 사찰, 감시 - 국가의 본질을 드러내다!

또다시 드러난 국정원의 언론장악 정황


최근 이명박정부 시절에 국가정보원이 수시로 MBC를 사찰하고, 내부자와 공모하여 PD수첩 무력화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던 것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최승호 뉴스타파PD(전 PD수첩 PD)가 국정원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받아낸 문건에서 드러난 내용이다. 이 문건을 보면 MBC의 고위관계자가 PD수첩을 없애기 위해 최승호 등의 핵심인사를 다른 부서로 빼내 PD수첩을 와해시킬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내용 중에는 ‘여권 핵심부에서 PD수첩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최우선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시사교육국을 ‘좌빨해방구’로 표현하며 경영진을 대상으로 문제 인물을 퇴출하고 엄중 징계하는 등 책임 있는 대응을 독려, 방송 건전화를  견인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결국 PD수첩은 여러 차례 불방되었고, 최승호를 비롯한 프로그램의 핵심PD 6명이 타부서로 강제 발령되었다. 그리고 다음해에 최승호는 해고되었다. PD수첩만이 아니다.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역시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되었다. 이것도 모자라 보수 매체를 통해 라디오 시사프로의 편파방송행태를 공론화하고, 좌파세력의 여론조작에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국정원이 주도해서 언론을 정권의 입맛에 맞게 통제하고 여론까지 조작한 것이다. 이번 정보공개청구로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이 MBC를 비롯한 언론 장악 시도를 했다는 것이 명명백백 확인되었다.

반복되는 역사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 문제가 불거진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1961년 중앙정보부(중정)에서, 1981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로, 그리고 1999년 재출범한 국가정보원(국정원)까지 이름만 바뀌었을 뿐, 국가의 안보를 핑계로 정치인, 언론인, 민간인 가리지 않고 감시, 통제와 탄압을 일삼아왔다. 정권에 따라 정도의 차이만 있었지 정보기관의 정보력과 힘을 이용하여 민간인을 사찰하고 정치공작을 하는 데 계속 앞장서 온 것이다. 과거 안기부 시절의 북풍, 세풍, 안풍, 총풍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국정원의 불법도청, 인터넷 댓글조작, 간첩조작, 카카오톡 사찰, 블랙리스트 작성 등 사례는 차고 넘친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불법사찰 문제는 최근까지도 계속 새로운 증거가 나오고 있다. 역대 국정원장들 대부분이 정치 개입 및 공작 의혹으로 매 정권마다 검찰 수사를 받거나 구속되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것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확인할 수 있다.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


국정원은 노동자운동에 대한 탄압에도 앞장섰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 시절 국정원은 2010년 2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10개월 사이에만 총 176개의 노조파괴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전달했고, 청와대와 국정원은 서로 수백 건의 문건을 공유하며 민주노총 와해 작업에 나섰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사업장별 민주노총 탈퇴 작업을 비롯해 민주노총 고립을 위한 여론작업, 제3노총 설립 등 노조파괴를 위한 광범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했다. 그 결과 2009년~2011년 사이 국정원의 공작으로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조가 KT, 서울지하철 등 21개나 된다. 유성기업, 발레오만도, 상신브레이크 등의 사업장에서는 용역들을 동원한 폭력사태까지 벌어졌다. 창조컨설팅을 통해 노조파괴를 일삼으며 노동자 파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것이다. 또한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를 사찰하고, 불법화하는 데도 앞장섰다. 노동운동에 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골적인 탄압을 자행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불법사찰 문제가 불거지자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법을 개정해 직무 범위에서 국내 정보를 삭제하고 대공수사권을 이관하여 정치 개입을 근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국정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국정원의 업무가 ‘반대세력’을 단속하고 ‘지배계급의 권력을 유지, 확대’ 하는 데 있는 이상 국정원의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권력을 쥐는 자본가 분파에 따라 날선 공방이 오갈 수는 있지만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에서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부의 적’을 감시, 통제하기 위해 정보력을 계속 유지, 강화할 것이 뻔하다. 이번 개정 역시 겉으로는 변화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오히려 정보수집의 권한을 더 강화하고, 관계 기관 및 단체에 자료 제출을 강제하는 조항을 신설하여 민간인은 물론 공공 기관과 민간단체의 모든 정보가 국정원에 쌓일 수 있게 만들었다. 국가정보원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가의 본질


레닌은 <국가와 혁명>에서 ‘국가란 화해불가능한 계급대립의 산물로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지배하기 위해 만든 기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국가는 자신의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 공권력, 즉 경찰과 사법기관, 정보기관, 군대 등을 통해 질서를 유지한다. 이런 기구들의 핵심 기능은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데 있다. 국정원 역시 마찬가지다. 계급사회가 유지되고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한 ‘민주주의’, ‘국익’라는 탈을 쓰고 한 계급의 ‘독재’를 강화하는 국정원과 같은 기관은 절대 사라지지도 변하지도 않는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여야가 바뀐다고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계급사회, 이 자본주의 체제를 바꾸는 것만이 계급지배를 위한 폭력적 기구들을 해체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권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