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차별과 혐오로 점철된 아프칸 난민 반대

작년 8월 아프칸을 탈출해 한국으로 온 난민 중 391명이 올해 2월 울산, 경기, 인천, 충북 등으로 정착했다. 이렇게 대규모의 난민이 ‘특별기여자’ 자격으로 한국에 정착한 사례는 처음이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칸을 탈출한 이들은 한국을 도운 사람들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입국시에는 특별한 반대가 없었다. 2018년 제주도에 예멘 난민 561명이 들어왔을 때의 혐오 정서와는 달랐다. 
그러나 본격적인 정착이 시작되자마자 물밑에 가려졌던 난민 혐오가 수면위로 올라왔다. 울산 동구로 29가구 157명이 정착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이슬람교에 대한 근거 없는 거짓정보와 혐오 정서는 맘까페 등 커뮤니티나 SNS 등을 타고 삽시간에 지역에 퍼져나갔다. 

혐오를 조장하는 자들


아프칸 난민이 대규모로 지역사회에 정착한다는 소식은 갑작스럽게 퍼졌다. 아무런 사전 협의나 동의절차 없이 일방적인 결정이었고, 이는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슬람교에 대한 거짓정보를 퍼트리고 아프칸 난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낙인찍어 배척하려는 움직임에는 일부 개신교집단의 조직적 개입도 있었다. 이들은 작년에도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을 펼쳤던 자들이다. 동성애 혐오를 조장해 차별금지법이 문제인 것처럼 홍보하고 다녔었다. 
하지만 이들의 움직임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학부모들의 반발


울산 동구에 정착한 아프칸 난민들의 자녀들 중 28명이 한 초등학교에 배정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해당학교 학부모들이 학교에 찾아가 시위를 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아프칸 난민들이 취업한 현대중공업에도 엄청난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학부모들은 울산시, 동구청에도 항의 방문하고 치안대책을 요구했다. 
학부모들은 특정종교에 대한 두려움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자신들의 아이들이 해를 입을까 걱정하고 있다. 아직 어리지만 한 학교에 28명이나 되는(?) 이슬람 아이들이 다니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두려움이 컸었던 듯하다.

막연한 두려움인가, 혐오인가


울산 동구는 현대중공업의 도시다. 모든 것이 현대중공업 중심으로 돌아간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아프칸 난민 수용도 인력이 필요한 현대중공업이 적극적이었다. 
이런 현대중공업에는 외국인 노동자도 상당수 일하고 있다. 한 때 하청노동자만 4~5만 명씩 일할 때는 수천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와 있기도 했다. 그 중에는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이슬람율법에 따라 시간만 되면 일하다가도 예배를 올리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불과 10년도 안된 일이다. 그런데 그때는 이슬람교에 대한 혐오가 지역사회를 뒤덮지는 않았다. 크게 신경 쓰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수천 명의 외국인들이 일하던 때도 조용하던 문제가 단 150여명이 들어오자 난리가 난 것이다.   

다른 흐름


차별과 혐오는 단지 아프칸 난민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비정규직 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혐오는 넘쳐난다. 국적과 인종에 따라 혐오와 우호를 결정하는 분위기도 상당하다. 만약 아프칸 난민이 아니고 미국이나 프랑스 국적의 백인들이었다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을지도 모른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대놓고 반대하는 공기업 정규직들의 정서와 아프칸 난민을 무턱대고 혐오하는 정서가 다르다고 할 수 없다. 하나의 차별과 혐오는 그것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혐오와 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울산에서 아프칸 난민 정착을 환영하고 혐오정서를 반대하는 흐름이 만들어졌던 이유가 이 때문이다. 반대여론이 거세던 2월 9일 울산지역 53개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칸 난민들이 또 다른 차별과 멸시를 받지 않도록 이들을 환대와 연대의 손길로 따뜻하게 맞이할 것’을 호소했다. 

‘특별기여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아프칸 난민 반대여론을 비판하면서 그들이 ‘특별기여자’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논리를 펴는 사람들도 있다. 고학력이고 한국을 도왔던 사람들이기에 받아들일 수 있다는 주장인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제주도에 들어왔던 예멘 난민의 정착은 반대해도 된다는 뜻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점잖아 보이는 고학력자인 정치인과 종교인들이 끔찍한 성범죄를 저지르고 사기를 치며 갑질을 일삼는 일은 주변에서도 흔하게 본다. 그렇다고 고학력자나 성직자는 잠재적 범죄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다. 아프칸 난민이 특별기여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끔찍한 전쟁과 죽음의 위험에서 탈출한 사람들이기에 도움이 필요했을 뿐이다. 예쁘게 포장해서 이들은 괜찮다는 인식표를 달아 저항을 누그러뜨리는 꼼수는 차별과 혐오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고하게 만들 뿐이다.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