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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들고 나온 “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 개편

▲ 1월 13일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직무·능력 중심의 공정한 임금체계 확산 지원'에 대한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포기하지 않은 임금체계 개편

박근혜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였던 공기업 성과연봉제를 폐기하며 노동중심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던 문재인 정부는 대신 직무급제를 대안으로 제시했었다. 문재인은 허울뿐인 공기업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하며 직무·직능급제를 힘없고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꼼수를 부렸다. 2018년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을 자회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직무·직능급제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성과는 미비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공정한 임금체계라는 말과는 다르게 임금삭감, 임금인상 최소화를 위한 온갖 꼼수들에 노동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포기한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13일 고용노동부는 호봉제 위주의 임금체계 개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 확산 지원 방향'을 발표했다.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기업까지 직무급제를 확대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조삼모사 임금체계 개편

고용노동부의 신호에 맞춰 한국경제연구원은 2월 3일 「주요국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국제 비교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임금체계 개편의 근거를 제공해줬다. “임금격차 및 양극화 완화와 세대 간 임금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연공서열형에서 직무급 임금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는 보고서다.
지금껏 역대 정부와 자본가들은 대기업 정규직이며 노동조합이 있는 노동자의 임금이 연공급으로 인해 너무 높아져 임금격차와 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 논리를 펴왔다. 문재인 정부도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저임금과 고용불안이 대기업 정규직에 비해 열악하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고 이를 바로 잡겠다고 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빼앗아 이를 재원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약간 높이는 ‘중향평준화’를 의미한다. 이렇게 정부와 자본가는 임금총액을 전혀 늘리지 않으면서도 양극화의 책임을 노동자계급에게 전가해 대기업 정규직노동자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의 몫을 빼앗아간 것처럼 몰아갔다. 

 


임금불평등이 보여주는 것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노동자들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고 고용도 안정되어 있는 것은 양극화의 원인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생활임금이 보장되고 고용이 안정되는 것이 나쁜 일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대기업 노동자들을 제외한 대다수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이 대단히 열악하고 고용불안이 심각한 것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 탓이 아니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7.2%에 불과한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노동자를 양극화의 주범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악의적인 비난일 뿐이다. 
법정 최저임금밖에 받지 못하는, 노조도 없어 최소한의 고용안정도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들에게는 연공서열형의 호봉제는 어차피 존재하지 않는다. 신입이나 10년을 다닌 노동자나 동일한 최저임금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열악한 노동조건은 지금껏 자본가들의 이윤보장을 위한 밑거름이었다. 이를 위해, 곧 자본가들의 효율적인 착취를 위해 정부는 노동법을 개악해주고 노동자들의 저항을 공권력으로 막아줬다. 정부와 자본가들의 착취를 위한 협력이 심각한 임금불평들을 야기한 주범이다. 문재인의 직무 직능급제 도입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하향평준화시키려는 자본가들을 위한 기만책일 뿐이다.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