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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 한국지엠의 독이 든 사과 - 분열에 맞서 투쟁을 선택한 노동자들

지난 4월 13일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는 한국지엠의 260명 발탁채용안을 ‘불법파견범죄 축소은폐안’이라 규정하고 발탁채용에 대한 거부와 교섭중단을 선언했다. 그리고 이러한 입장에 따라 창원과 부평의 조합원 15명이 발탁채용을 거부하였다. 회사는 자신의 발탁채용을 감히 거부했다는 이유로 17명을(조합원 15명) 5월 1일자로 해고했다.  
한국지엠은 이번 제시안으로 노동자들이 분열되고 절망하기를 원했다. 직접생산공정과 간접생산공정으로, 1차와 2~3차로, 재직자와 해고자로 노동자를 갈라치려 했다. 자본이 임의로 그어놓은 기준에 맞춰 굴복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비조합원들과 조합원의 일부가 자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자본은 ‘다른 노동자들은 몰라도 나는 일단 정규직이 될 수 있으니까’라는 이기적 심성을 자극했다. 한편으로 ‘더 싸워봐야 되겠어?’라는 노동자들의 자포자기의 심정도 반영되었다. 

해고를 각오한 투쟁


자본의 이런 분열책을 17명의 노동자들이 거부했다. 자본은 이번 제시안으로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했다는 명분을 쌓으려 했다. 만약 자본의 제시안을 노조가 수용하고 조합원들이 모두 수용했다면 한국지엠의 의도대로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본이 제시한 정규직화의 기준은 바꿀 수 없는 경계선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17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를 각오하고 자본의 제시안을 걷어차면서 상황은 달라지게 되었다. 
아무리 집행부에서 ‘1차와 2차하청을 분열시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직접생산공정과 간접생산공정은 같은 노동자다’, ‘해고자와 재직자가 분열돼서는 안 된다’고 얘기해도 실제로 몸으로 보여주는 노동자들이 없다면 그 주장은 힘을 잃었을 것이다. 그런데 17명은 자본의 제시안이 불법파견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이 아니라 불법파견범죄를 축소하려는 꼼수임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독이 든 사과


이런 상황에서 자본은 또 다른 술수를 준비했다. 4월 20일, 한국지엠 최종 부사장은 창원비정규직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합원이 거부한 15개 자리 중 5명을 해고 조합원으로 추천하라고 했다. 단, 1차 하청 직접생산공정이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넣었다. 지회장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너무나 상식적인 판단이었다. 
그런데 자본의 기만적인 제안을 지회장이 거부하자 사측은 창원비정규직지회 한 조합원(전직 지회장 ‘김**’)에게 전화를 걸어 발탁채용을 거부한 15명 조합원의 자리에 대신 들어갈 해고조합원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고, ‘김’은 이를 수용하여 창원비정규직지회 쟁대위의 반대입장에도 15명을 선별하여 발탁채용에 응했다. 독이 든 사과임이 뻔히 보임에도 ‘김’은 이를 성과인 냥 포장했다. 

▲ 한국지엠은 260명의 발탁채용으로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했다는 면죄부를 얻고자 했다. 하지만 자본의 분열책에 맞서 17명의 노동자들이 신규채용을 거부했다.

결과와 과정


‘김’은 사측의 거래를 받아들임으로써 노동자를 갈라치려는 자본의 제시안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리고 해고를 각오하고 발탁채용을 거부한 조합원의 자리에 들어가기 위해 본인을 포함해 일부 조합원을 조직함으로써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의지를 무시했다. 노동자들의 단결을 만들어도 부족할 상황에서 오히려 분열을 준동했다. 
분열의 대가로 ‘김’은 정규직으로 채용되어 정규직의 흰명찰을 달고 일하고 있다. 그리고 정규직이 되어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면 좋은 것 아니냐고 합리화한다. 그런데 ‘정규직’이라는 결과만 나오면 그 과정은 중요하지 않은 것인가? ‘정규직’을 쟁취하는 과정이 노동자를 분열시키고, 노사협조주의를 확대한다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노동자의 힘을 키우는데 독이 되는 것 아닌가? 또한 이런 방식으로 정규직이 되면 정규직 노조 안에서 똑같은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정규직’은 중간과정일 수 있지만, 최종 목표는 아니다. 정규직이 된다고 자본의 착취와 억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 이어진다. 그런데 ‘김’의 행위가 용인된다면 노동자 사이에 분열은 내부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날 것이다. (‘김’은 여전히 본인의 행동은 정당하며, 집행부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고, 현재 금속노조 경남지부 징계위에 회부되어 심의 중에 있다.)

투쟁은 계속된다!

▲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연대의 힘을 보태자.


자본은 불법파견 문제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노동자들도 싸움을 이어오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자본도 장기전으로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260명 발탁채용안을 던진 것이다. 이를 거부한 노동자들이 등장하자, 또다시 술수를 부려 조합원이 조합원 자리를 차고 들어가는 노-노갈등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어려운 조건에서도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투쟁하고 있다. 자본에게 책임을 묻고, 제대로 된 정규직전환을 만들어가기 위해 싸우고 있다. ‘어렵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현실에 순응하기보다는, ‘어럽고 힘들지만’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호소드린다. 

 

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