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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검찰 수사권을 두고 벌어진 지배자들의 권력다툼

민주당이 강력하게 추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국회에서 격렬한 충돌 끝에 통과됐다.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두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4월 30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5월 3일 각각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마자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고,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마지막 날인 9일 공포됐다. 이로써 검수완박 법안을 놓고 벌어진 첨예한 충돌은 일단락됐지만, 반대하는 측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이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밀린 숙제 해치우듯


문재인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검찰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어 국회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촛불정부라는 시대적 소명에 따라 권력기관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왔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검수완박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는 것이라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자화자찬은 궁색하기만 하다. 개혁을 열망하는 촛불의 열기가 뜨겁던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이나, 민주당이 180석의 국회 다수당이 되어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힘이 있었던 시기에 문재인과 민주당은 입으로만 개혁을 떠들어왔다.

그러다 대선에서 패배하고 권력을 넘겨야 할 시기가 다가오자 검찰개혁을 한답시고 부랴부랴 법안을 발의하고, 꼼수(법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 의원을 탈당시켜 정족수를 확보)와 편법(법안 처리를 지연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기 위해 회기 쪼개기)을 동원해 졸속적으로 통과시켰다. 이 모든 일을 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18일이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 동안 뭘 하다가 이제야 밀린 숙제를, 그마저도 엉터리로 하냐는 비판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 

검수완박으로 검찰개혁?


민주당과 문재인은 견제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공정성과 중립성을 상실하고 집권세력의 시녀노릇을 해 온 검찰을 개혁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렇게 분리된 수사권은 공정성과 중립성을 가진 기관에게 이관되는 것이 아니다. 검찰에서 분리된 수사권의 일부는 경찰에 설치된 국가수사본부로, 나머지 일부는 새롭게 설치될 중대수사본부청(한국형 FBI)으로 이관된다. 집권세력이 예산과 인사권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이상, 새로운 수사 기관에게 집권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검찰로부터 대부분의 수사권을 넘겨받아 막강한 권력기관이 된 경찰 또한 검찰 못지 않게 역사적으로 집권세력의 하수인 역할을 담당해 온,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일 뿐이다. 수사권을 빼앗긴 검찰의 힘은 조금 줄어들겠지만 그에 못지않은 제2, 제3의 검찰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다. 

 

본질은 지배자들의 권력다툼


문재인과 민주당은 집권 초에 적폐청산의 적임자로 윤석열을 중용하며 훌륭한 칼잡이라 치켜세웠다. 검찰의 막강한 수사권을 동원해 이전 정권을 향한 칼춤을 추던 자들이 권력을 넘겨야 할 시기가 다가오자 자신들이 했던 것처럼 당할까봐 두려워서,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는 것이 개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반대로 윤석열 정부의 입장에서는 검찰이 지금과 같은 권력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으로,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통하는 검찰이라는 막강한 무기의 화력을 줄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수사권을 누구에게 쥐어줄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결정이 나든, 지배자들이 마음껏 부릴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기관의 명칭, 규모, 인적구성에서 변화만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민주당의 거짓 개혁을 지지할 이유도, 국민의힘의 반대를 지지할 이유도 없다.  

 

한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