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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아나를 침공한 후 6월 15일 현재 112일이 지났다. 그러나 전쟁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우리는 2월과 3월에 이 전쟁에 대해 다루면서 이 전쟁을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경쟁이 야기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전쟁 무기를 지원하면서 장기전으로 돌입한 전쟁은 러시아와 미국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전쟁이라는 성격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미국을 대리해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쟁의 결과들 : 죽음・물가인상・식량난


전쟁이 일어난 이후 4개월 동안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우크라이나 국내외 피난민도 수백만에 이른다. 또 전쟁 발발 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곡물수출이 막히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들의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기도 하다. 제국주의 이윤 경쟁이 불러온 전쟁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세계 도처에서 노동자·민중을 생존의 어려움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UN은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사망자가 4천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4월 우크라이나군 사망자가 1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 전사자가 2만3천 명 이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 영국의 BBC방송은 러시아군 사망자가 3000명을 넘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군 3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5월 29일 현재 우크라이나의 국외 난민은 680만 명, 국내 피란민은 700만 명을 넘는다. 이런 상황은 이 전쟁이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를 묻게 한다. 지배자들, 자본가들의 이윤을 위한 전쟁에서 왜 노동자·민중과 그들의 자식들(군인들)이 죽어야 하는가?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6% 올랐다. 한국도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상되었던 (경제는 침체되면서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쟁으로 인한 ‘유가인상’이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교란’과 ‘유동성 확대’에 따른 ‘물가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6월 15일 현재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120.78달러, 서부텍사스유는 배럴당 118.5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2월 23일 - 브렌트유는 배럴당 92.10달러, 서부텍사스유는 배럴당 96.84달러였던 것 - 과 비교하면 대략 30% 이상 오른 것이다. 2021년 2월과 비교하면 훨씬 극적이다. (6월 15일) 현재 유가는 2021년 2월 평균 - 브렌트유는 배럴당 59.06달러, 서부텍사스유는 배럴당 62.28달러였던 것 - 과 비교하면 100% 이상 오른 것이다.  
이처럼 전쟁으로 인한 유가급등이 물가상승을 더욱 부추기면서 세계의 가난한 노동자·민중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그런데 유가인상이 전쟁을 일으킨 푸틴이나, 산유국 석유자본가들, 엑손모빌과 같은 미국의 거대 석유자본가들의 이윤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리고 있다. 
우크라아나 프라우다는 전쟁 이후 지난 4개월 동안, 러시아의 천연가스 판매수입이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연합 국가들이 러시아의 석유와 특히 천연가스를 수입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푸틴은 이를 너무 잘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엑손모빌과 같은 미국의 거대 석유회사들도 유가인상으로 막대한 이윤을 얻고 있다. 미국의 거대군수산업 자본가들도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으로 막대한 이윤을 챙겨가고 있다. 미 하원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총 540억 달러의 예산편성을 결정했다. 이 돈의 대부분은 미국의 군수자본가들로부터 무기를 구입하는 데 쓰일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푸틴과 세계의 산유국들, 미국의 석유자본가들, 그리고 미국 군수산업자본가들이 막대한 이윤을 챙기는 동안 우크라이나의 노동자·민중과 군인들, 그리고 징집으로 전장에 끌려온 러시아의 군인들이 총알받이가 되고 있다.
이처럼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경쟁으로 촉발된 전쟁은 수많은 대중들과 군인들의 피를 대가로 지불하면서 푸틴이나 미국의 거대 자본가들의 이윤을 확대할 기회가 되고 있다. 거대 자본가들의 이윤 확대는 노동자·민중이 생활에 필요한 상품들을 살 때, (물가가 인상되었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그들 자본가들에게 수탈당한다는 것을 뜻한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곡물수출을 틀어막으면서 세계의 가난한 노동자·민중의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다.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는 물론 수많은 세계 인구를 기아와 불안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엔 〈세계식량계획〉과 〈식량농업기구〉도 이 전쟁으로 세계 기아 인구가 지난해보다 5천만 명 가까이 늘어나고, 내년까지 식량 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제국주의 전쟁은 자본가들의 이윤을 증폭시키면서 노동자·민중의 목숨을 앗아가고, 삶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에너지 자원 쟁탈전 


러시아 푸틴은 우월한 군사력을 이용해서 삽시간에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우이를 점령하고 친러시아 정부를 세우려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예상 밖의 저항과 미국과 나토의 지원으로 푸틴의 계획은 저지되었다. 그러나 푸틴은 크림반도와 동부의 돈바스 지역 전체를 기어코 수중에 넣으려고 한다.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의 ‘드니프로-도네츠크’ 지역, 그리고 서부의 카르파티아 등에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연합 국가들에 의해 확인된 것만 이 지역에 천연가스가 5조4천억㎥나 매장되어 있다. 학자들은 동부 돈바스의 드니프로-도네츠크 지역에서 상당한 양의 천연가스가 추가로 발견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래서 서유럽의 거대 석유회사들이 우크라아니의 원전 개발에 뛰어들었는데, 전쟁이 일어나자 모두 철수했다.  

유럽으로 수출되는 러시아의 원유와 천연가스는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파이프라인으로 운송된다. 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개발돼 유럽으로 값싸게 공급되면, 러시아는 유럽시장의 대부분을 잃게 된다. 그렇게 되면 푸틴 정부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이 때문에 푸틴은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아제르바이잔·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카스피해 주변국들이 개발한 원유와 천연가스가 유럽으로 이송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아 왔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가 만약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결론내리더라도 크림반도를 사수하고 동부 돈바스 전역을 확보하려고 필사적으로 분투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는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수복하고 싶어한다. 
여기에 유럽연합과 미국·영국 등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이해가 결합되면서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세계의 에너지 자원을 지배할 권리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자원을 수탈할 권리를 갖기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탈(脫)?러시아 계획 


그런데 서유럽 국가들은 이번 기회에 러시아에 의존했던 에너지 자원 수급선과 수급방식을 다변화하고 싶어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럽연합은 2006년부터 준비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축소하려는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유럽연합은 내년부터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천연가스를 ⅓가량 줄이고, 이를 미국산 천연가스로 대체할 계획이다. 그리고 20%를 재생에너지 개발로 대체하고, 다시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10%을 대체하고, 산업부분에서 에너지 절약함으로써 2025년까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성취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독립 계획은 급조되었으며,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천연가스를 미국산으로 대체하는 것은 운송비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고, 재생에너지는 아직까지 효율성 면에서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준이 아니다. 이미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유럽연합은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는데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리고 급하게 재생에너지 자원을 개발하려면 거대한 투자금이 필요하다. 유럽연합이 단기간 내에 이 비용을 모두 충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의 푸틴은 유럽연합이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유럽연합 : 균열 조짐


유럽연합 다수 국가들이 바라는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자원 독립 계획은 어느정도 비현실적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유럽 자본주의에 가혹한 에너지 자원의 위기를 낳고 있다. 이것이 유럽연합 내에서 러시아와 타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아직은 수줍은 수준이지만 독일·프랑스·이탈리아는 러시아와 타협해서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러시아가 세베로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전선에서 승리해서 돈바스 전역을 장악하게 된다면,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정상들의 이 수줍은 주장에 무게가 실리게 될 것이다. 6월 11일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지역 전선에서 러시아가 우세를 떨치면서 수주 내에 러시아가 돈바스 전역을 장악하게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다수 국가들은 여전히 러시아와 타협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를 유럽연합에 가입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러시아에 인접해 있어 언제든 전쟁에 휘말릴 수도 있는 폴란드와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의 입장은 완강하다. 그래서 이들 국가들은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정상들이 보내는 타협의 메시지에 날을 세워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의 입장도 단호하게 전쟁 지속을 고수하는 것만은 아니다. 미국은 젤렌스키 정부에 무기를 지원하기 위해 54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러시아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장거리 화기들을 제공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러시아와의 전면전은 피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전쟁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벗어나지 않게 하려고 한다. 미국은 러시아군을 전쟁 이전의 상태로 돌려놓고 러시아가 장악했던 크림반도까지 밀고 들어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바이든 정부의 목표는 이 정도에 맞추어져 있다. 

아직까지 바이든 정부는 이런 목표를 두고 전쟁을 지속하려고 한다. 그러나 러시아가 돈바스 전역을 장악하고, 진지를 확보한 채 방어전에 돌입하면 미국은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소모적인 장기전에 빠져들게 될 수도 있다. 이는 미국에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굴욕을 반복하게 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런 전력 낭비가 미국으로 하여금 중국이라는 더 중요한 경쟁 상대에 맞선 전략에 차질을 빚게 할 수도 있다.  
미국 지배계급 내부의 이런 우려를 대변해서 5월 19일 〈뉴욕타임즈〉는 바이든 정부에 전쟁의 목표를 제한적이고 현실적으로 정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전 국무부장관인 헨리 키신저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미국 내의 엇갈리 전망은 바이든 정부가 좌충우돌하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가 돈바스 전역을 장악하고 장기적 방어전의 태세에 돌입하면, 바이든 정부도 푸틴 정부와의 타협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판단 때문인지 최근에 바이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의 전쟁 발발 경고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바이든 정부가 전쟁에서 발을 빼는 수순밟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정확한 속내를 다 짐작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행보만을 보면 아직까지 바이든 정부는 전쟁을 지속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쟁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제국주의 강대국들은 이해득실을 열심히 계산하고 있다.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경쟁과 이해관계의 셈법이 전쟁을 어디로 끌어갈지 짐작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우크라이나와 세계의 노동자·민중이라는 것이다. 아직 세계의 노동자·민중의 조직된 힘은 제국주의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그러나 침체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전쟁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경제가 세계 도처에서 노동자·민중의 저항을 불러올 가연성 재료들을 거대한 규모로 축적하고 있다. 각국 자본가들이 진짜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각국의 지배자들은 한편으로 전쟁과 물가상승을 이용해 거대한 이윤을 축적하면서도 치솟는 물가를 잡으려고 기를 쓰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어디로 나아갈지 아직 알 수 없다.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전쟁이 그들 자신들조차 원하지 않는 소모적인 장기전으로 치닫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통제할 방법을 알지 못한다. 경쟁이 그들을 끝을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밀어넣을 수도 있다. 그러다 그들 사이의 힘이 어떤 균형에 도달해 교착상태에 빠져들었을 때, 그들은 계산기를 두두리면서 전쟁을 끝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전쟁이 끝나도 달라지지 않을 자본주의 이윤 시스템 


그런데 그렇게 전쟁이 끝나면 무엇이 달라질까?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러시아의 푸틴도 미국의 거대자본가들도 전쟁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있다. 물가인상 때문에 고통받는 것은 이들 나라의 노동자·민중이다. 더 비싼 값에 기름을 넣고, 전기를 쓰고, 생활필수품을 구매해야 하는 노동자·민중들의 고통을 대가로 거대자본가들은 막대한 이윤을 얻고 있다.  
전쟁 때문에 유럽연합의 지배자들, 자본가들이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들 중 일부는 전쟁을 끝내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들조차도 그 비용의 대부분을 그들 나라의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고 있다. 더 비싼 값에 전기와 생활필수품들을 사서 써야 하는 노동자·민중이 그 비용의 대부분을 지불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유럽연합의 자본가들도 기필코 이윤을 챙겨간다.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가 굴어가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 자본주의 운동 방식은 다시 전쟁을 불러올 것이다. 

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수만명 군인들도 목숨을 잃었다. 도처에서 세계의 노동자·민중이 물가인상과 식량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한국의 노동자·민중들도 마찬가지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민중들의 목숨과 고통을 대가로 제국주의 자본가들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각국 자본가들은 이윤을 챙겨가고 있다. 자본주의 이윤 시스템을 끝장내지 않으면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 것이다.

 

김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