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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사망사고를 대하는 현대중공업과 검찰의 만행

안타까운 하청노동자의 죽음

 

현대중공업에서는 작년 920일 대형 LPG저장탱크 테스트캡 제거 작업 중 발생한 하청노동자의 죽음(관련기사 : 현대중공업, 비용절감을 위한 외주화가 부른 참사, https://wp.me/p9NPro-rZ) 이후 5개월 만에 판박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214시경 현대중공업 2야드 LNG트러스작업장에서 고()김태균노동자가 15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고인은 31조로 트러스 7단에서 합판조립을 하던 중 고정되지 않은 합판을 밟으며 추락했다.

노동자의 목숨이 너무나 하찮게 여겨지는 조선소라지만 매년 반복되는 사망사고의 최대 피해자는 이번에도 하청노동자였다.

 

현대중공업 2야드에서 작업중인 LNG트러스 구조물

 

명백한 산재사고

 

사고가 발생한 LNG트러스구조물엔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혹시라도 있을 추락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그물망은 물론 안전감시자(트러스구조물의 경우 작업자가 있는 각층에 한명씩의 안전감시자가 배치되어야 한다) 조차 배치되지 않았다. 추락을 막기 위한 난간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줄하나가 다였다. 태풍이 왔을 때와 맞먹는 풍속 9.5m/s의 강한 바람이 불었는데도 작업은 강행되었다.

트러스 제작과 해체작업 전체가 외주화되어 단 11일 만에 대형 트러스를 완성할 것을 종용받았던 하청노동자들은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작업을 해야만 했다. 이번사고도 제작단가를 낮춰 이윤을 더 뽑아내려고 사람 목숨을 갈아 넣어버리는 현대중공업 사측에 의한 명백한 타살이다.

 

무용지물 안전감시시스템

 

현대중공업은 20165년간 3천억원을 안전시설에 투자한다고 했었다. 세계최대규모의 안전체험장이 만들어지고, CCTV로 현장의 안전상황을 감시하겠다며 통합관제센터도 만들어졌다. 사고가 났던 LNG트러스구조물도 통합관제센터의 CCTV가 비추고 있었고 고()김태균노동자가 추락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있었다.

 

현대중공업 통합관제센터

 

하지만 안전그물망이 설치되지 않고 공정속도를 높이기 위해 고정되지도 않은 상하단 구조물을 적치해 동시작업을 강행하는 모습을 지켜봤을 현대중공업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이 자랑해마지 않던 안전관리시스템은 그야말로 있으나마나한 무용지물이었다. 정규직노동자가 단 한명도 없는 작업장의 하청노동자는 현대중공업에겐 안전을 무시해서라도 최대한 일을 시켜먹을 수 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책임회피를 위한 현대중공업과 검찰의 만행

 

명백한 산재사망사고를 대하는 현대중공업의 작태는 실로 어이없을 지경이다. 딸랑 임직원일동 명의로 애도를 표한다는 찌라시 한 장을 뿌리고는 뒤로는 책임회피에 혈안이다. 유족에게는 직접 찾아와 단 한마디의 사죄조차하지 않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며 한다는 짓이 피해자에게 어떻게 해서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시신탈취시도였다.

24() 아침 7시경 경찰은 부검을 하겠다며 영장을 들고 장례식장에 쳐들어왔다. “사용자 측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기존에 어지럼증이 있고 다리를 다쳤거나 불편해서 추락한 것이지 본인들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으니 원래 건강한 사람이었다는 증거를 준비해놔야 한다는 황당한 이유를 들었다. 이는 재해자의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하청업체사장은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심지어 그런 사람을 어떻게 뽑을 수 있겠냐며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검찰과 경찰의 만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날 유족의 강력한 항의로 물러갔으나 다음날인 258시경 다시 쳐들어왔다. 영장에는 범죄사실이 의심된다는 이유가 적혀있었다. 명백한 산재사망사고 피해자가 검찰에 의해 범죄자로 몰렸다. 26일에도 부검을 위한 시신탈취를 예고한 상태다.

 

2월 25일 8시경 울산동부경찰서는 강제부검을 위한 영장을 제시하며 안치실로 쳐들어왔다.

2014년 고()정범식노동자의 추락사를 자살로 몰고 갔던 검찰과 경찰이 현대중공업을 위해 똑같은 산재사망사고 은폐시도를 하고 있다.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

 

조선소노동자는 항상 목숨을 위협받으며 일을 한다. 안전하게 일하고 싶어도 다단계 하청구조에 묶인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보호조차 받기 힘들다. 그런데도 산안법과 노동법은 조선소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사용주의 책임을 경감시켜주는데 혈안이다. 명백한 산재사고가 나도 노동부는 원청의 공정을 걱정해주며 작업중지를 되도록 빨리 풀어주려고 한다. 검찰과 경찰은 산재사고발생의 책임이 있는 원청을 처벌하기보다 피해자의 책임을 찾기 위해 혈안이다.

자본가들이 걱정하는 것은 노동자의 안전이 아니라 비용이 얼마나 더 들어갈 것인가일뿐이다. 안전조치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사람목숨 값이 싸다면 기꺼이 사람을 갈아 넣고야 마는 것이 자본가들이다.

믿을 것은 노동자 스스로의 힘뿐이다. 단결하고 부당함에 맞서 싸워야만 자본가들은 최소한의 조치를 취한다. 목숨을 담보로 일하지 않고 언제든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권리도 뭉치고 투쟁해야만 쟁취할 수 있다.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더 이상 말도 안 되는 죽임을 당하지 않도록 단결하고 투쟁하자.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