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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폐지와 인력충원을 위한 SNT중공업 노동자 투쟁

 

SNT중공업은 창원에 위치한 군수와 민수 산업체이다. 처음에는 통일중공업이라는 이름이었으나 IMF때 부도 처리 되고 S&T로 인수되면서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 노동조합은 1985년 4월에 처음 만들어진 후,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때부터 마창노련의 핵심사업장으로 구사대의 폭력과 침탈에 맞서 싸우면서 성장해 온 지역의 대표적인 노조다. 방산 업체 최초로 파업투쟁을 벌인 곳이며, 투쟁한 노동자들에게 처음으로 손해배상 가압류를 적용시킨 사업장이기도 하다. 
이렇게 치열하게 싸웠던 역사가 있는 사업장이기에 회사는 노동자 투쟁을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신입 사원을 뽑지 않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3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3000여명이었던 노동자들은 S&T로 인수합병될 때 1400명으로, 현재는 500여 명까지 줄어들었다. 정년퇴직자가 발생하여 비는 공정에는 업체를 선정해서 비정규직으로 채워 넣었다. 남은 조합원들의 평균 연령은 만57세에 이른다. 이대로 가다간 몇 년 안에 정규직은 한 명도 남아있지 않게 될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투쟁을 시작했다.

 

▲ SNT중공업지회는 통일중공업 시절부터 현재까지 노조파괴를 자행하는 자본의 악랄한 탄압을 견디며 민주노조를 지켜왔다. 30년 간 구속자 연인원 1백여 명에 육박하고 징계해고와 강제사직으로 쫓겨난 노동자가 백수십 명에 달하지만 노동자들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1990년 5월9일 공장 안에서 이영일 열사 전국노동자장을 치르는 모습.

'임금피크제 폐지와 인력충원을 원한다'


임금 피크제는 노동자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그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이다. 2015년에 공공기관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일반 기업에도 적용되게 되었다. 도입당시부터 노조에서는 임금피크제를 반대했다. 숙련도가 늘어나는데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년 일자리를 청년에게 나누어주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임금은 깎고 청년들은 고용하지 않아 노동강도만 높아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난 지금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정규직들의 임금만 깎였을 뿐, 고용은 늘어나지 않았다. SNT 역시 마찬가지다. 노동조합은 임금피크제를 반대했지만 사측은 2017년부터 임금피크제를 강제로 밀어붙였다. 그 결과 고령의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도 못미치는 돈을 받는 처지로 내몰렸다. 원래 임금이 낮은데 임금피크제까지 도입하다 보니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해 보전수당으로 충당하고 있다. 게다가 2년 안에 남은 노동자 대부분이 임금피크제 대상이 될 예정이다.  

 


임금이 깎인 만큼 신규채용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특히 생산분야는 정규직 채용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부족한 일손은 외주화로 돌렸다. 정규직 일자리는 고용불안과 저임금인 비정규직 일자리로 대체되었다. 사무직의 경우에도 신규인원을 뽑은 후 이들을 현장으로 내려보내 스스로 그만두고 나가게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사무실과 현장 모두 인원이 줄어드는 현장이 발생했다. 비정규직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현장은 안전사고에는 취약해질 수밖에 없고 노동 강도 또한 올라갈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의 처지가 나빠지는 것과 정반대로 사측의 성장은 가파르다. 인수당시 마이너스였던 사측의 사내유보금은 그 사이 6천3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최평규 회장은 주식배당금으로만 작년에 57억 9천만 원을 받아갔다. 노동자들이 분노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최근 법원은 임금피크제가 위법이라고 판결을 내렸다. 고령자 고용법에서 ‘연령으로 인해 차별을 하면 안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임금피크제는 나이에 따른 차별이라고 보기 때문에 임금피크제를 무효라고 본 것이다. 연구원, 금융계 등에서 임금 소송이 줄을 잇고 있고 노동조합이 중심이 되어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는 투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SNT 노동자들도 임금피크제 폐지, 신규인원 충원 문제를 앞세워 임단협 투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신규인원 충원 문제를 중요한 요구로 내세운 것은 괄목할 만하다. 자본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임금을 문제 삼으며 이들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것마냥 호도해 왔다. 하지만 임금피크제가 실시된다고, 정년퇴직하는 노동자의 수가 줄어든다고 청년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채용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정규직 신규채용을 요구하는 SNT 노동자들의 요구가 더욱 반갑다. 비정규직 확대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현장부터 바꾸려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늙은 노동자와 젊은 노동자가 하나의 요구로 함께 단결하여 싸울 수 있는 요구, 당장의 이익에 기반한 요구가 아니라 계급적이고 단결력을 확대할 수 있는 요구를 건 이번 투쟁이 꼭 승리하기를 바란다. 

 

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