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형일자리는 기업이 낮은(반값) 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는 대신에 정부 또는 지자체가 주거·복지·보육 등의 복리후생을 지원한다는 일자리 창출 사업이다. 광주형일자리는 ‘적정임금·적정노동시간·노사책임경영·원하청관계개선’을 4대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런 구상과 원칙에 따라 처음으로 세워진 기업이 현대차로부터 주문을 받아 경차 ‘캐스퍼’를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이하 GGM)다. 광주에서 처음으로 이런 구상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광주형일자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후 군산, 구미, 대구, 부산, 밀양 등지에서 광주형일자리의 다른 이름인 지역상생일자리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광주형일자리가 노리는 효과는 반값임금이라는 저임금 일자리 이데올로기가 전국적으로 그리고 전계급적으로 확산되는 것이었다.
민주적 외피를 쓴 양질의 일자리 창출 계획. 그러나 …
당시에 광주형일자리 구상을 밀어가기 위해 노·사·민·정 협의체가 구성되었다. 노·사·민·정 협의체에는 광주시와 광주시가 지원하는 일부 노동계 인사와 시민·사회단체의 명망가들이 참여했고, (문재인)정부가 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협의체는 ‘사회적 대타협’에 기반해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 아래 움직였다. 이처럼 GGM은 ‘대단히’ ‘민주적인?’ 외피를 쓰고 탄생했다. 그리고 그들의 목표도 대단히 ‘양질’의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대단히 민주적인 외피를 쓴 노·사·민·정 협의체는 이때부터 이미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민주적 조직인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에는 제한을 가하려고 했다. 각각의 주체들이 참여하는 민주적 형식을 갖췄지만, 노동자들을 하나의 주체로 인정하지는 않으려고 했다. 이처럼 계급을 초월한 듯한 협의체들은 필연적으로 친(親)자본적이고 반(反)노동자적인 성격을 드러내 보이는데, 광주형일자리의 노·사·민·정 협의체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이때 노·사·민·정 협의체에 참여한 노동자대표는 광주형일자리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금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이 되었다. 그는 노동자들이 선출한 대표가 아니었다. 스스로 자임했을 뿐이다. 그는 구청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광주형일자리 시즌2’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특구’를 공약했다. 경제특구는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의 공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노동자대표를 자임한 출세주의자와 광주광역시장의 ‘비전공약’에도 불구하고 광주형일자리의 현실태인 GGM의 노동자들은 그들이 애초에 약속했던 대우를 전혀 받고 있지 못하다. 결국 ‘광주형일자리 시즌2’도 결국 저임금 일자리 창출 계획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거짓 약속

GGM이 세워지기 전,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에 ‘반값’임금 논란이 있었다. 이때 논란이 되었던 임금이 연 3500만원이었다. 그리고 부족한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주거·복지·보육’ 등의 명목으로 광주시가 700만원을 지원한다고 얘기됐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에 약속의 구체적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그들은 ‘상생형 일자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생이란 ‘서로 산다’는 뜻인데 과연 그렇게 되고 있을까?
공장이 가동된 지 1년을 넘긴 지금 노동자들의 평균연봉은 주44시간을 기준으로 2900만원 수준이다. 반값임금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가 지원한다고 약속했던 복지후생비도 700만원이 아니라 161만원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생산직 노동자들의 10%(50명)가 물갈이됐다. 지난 5월 11일에는 GGM 노동자들이 광주시청을 찾아가 낮은 처우 문제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저들이 말하는 ‘상생’의 내용은 이런 것이다.
광주형일자리 구상단계에서의 이러저러한 약속들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민주적 기관 즉 노동조합과 합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다. 그래서 사실상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광주시는 자신들의 약속을 전혀 지키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도 광주시는 GGM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것에 한사코 반대한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해서 처우개선을 주장하면 노동자들을 계속해서 저임금에 묶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들이 반값임금 일자리를 구상했을 때 그들의 목표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은 수준에서 결정해서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저임금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이것은 그렇게 투자한 기업에게 최대한의 이윤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뜻했다. 그래서 광주형일자리가 한창 논의되고 있을 때, 그들이 주장하는 연봉 3500만원 약속조차 지켜질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세금과 저임금으로 보장되는 이윤
이런 논리의 연장선에서 기업이 적자인 경우에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리후생은 더 낮은 수준을 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GGM의 2021년 영업이익은 201억원 적자다. (2022년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5만대가 넘어서 적자폭은 다소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GGM의 전망을 비관하는 이들은 시장원리가 아니라 정치적 판단으로 계획된 광주형일자리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면서 GGM를 민간에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민간에 매각해서 시장원리에 따라 GGM이 운영되면 그 성공이 보장될까? 아니 노동자들이 처우가 개선될까? 저들의 목표는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이 아니다. 광주형일자리의 목표는 더 낮은 임금으로 기업을 유치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결국 목표는 기업의 이윤을 보장이다. 이것이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GGM은 적자를 보아도, 그리고 노동자들은 처우는 대단히 열악해도 현대차가 적자를 보지는 않는다. 특이하게도 지자체가 운영하는 광주형 일자리인 GGM은 지자체의 적자와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기반으로 현대차만 이득을 보는 구조가 되어 있다. 광주형일자리는 결국 세금과 저임금으로 자본가들의 이윤을 보장하는 특이한 체제였다.
낙관적인 회사전망 그러나 비관적인 노동자들의 현실
적자상태에서도 GGM에서 생산하는 캐스퍼는 경차판매량 1위에 등극했다. 판매량 자체만 보면 대단한 성공이다. GGM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관적 전망을 불식시키려는 듯이 2024년 하반기부터 캐스퍼 전기차를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인력도 1000명까지 늘리고 1교대를 2교대로 전환한다고 한다. 23년부터 5년간 국비 145억도 지원받는다.
그러나 회사 발전의 낙관적 전망은 지금까지는 시민들이 세금과 대단히 열악한 노동자들의 처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개선될 전망은 있는가? 현대차는 주문단가를 최대한 낮춤으로써 광주시민들의 세금과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기반으로 최대한의 이윤을 달성하려 할 것이다. 이는 회사의 전망이 낙관적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노동자들의 삶의 전망이 낙관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GGM에서 일하는 지자체의 관료들은 좋은 대우를 받는 일자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 노동자를 대표한다고 자임한 출세주의자도 정치권력과 손잡고 출세가도를 달릴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광주형 일자의 낙관적 전망을 고무하면서 자신들의 ‘양질의 일자리’를 계속해서 보장받으려고 한다. 그러나 현대차의 최대이윤을 보장해주기 위해, 그리고 관료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 노동자들은 나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고, 노동자들은 그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도 없다. 그리고 광주시민들은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계속해서 세금을 먹어치우는 GGM의 호구가 되고 있다. 결국 광주시민들은 세금으로 현대차의 이윤을 보전해주고 있다. 이것이 광주형일자리의 자본가 계급적 속성이다.
김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