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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인력감축이 혁신이라 주장하는 윤석열 정부

 

공공부문 노동자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공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서 기능/조직·인력/예산/자산/복리후생 등 5대 분야 효율화를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기능조정에 따른 인력을 감축’하고, ‘비대한 조직·인력을 슬림화’할 것을 요구했다. 공공기관에게 각자 특성에 맞춰 자체적으로 혁신계획을 수립하고, 8월 말까지 주무부처에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자르고 외주화하기


최근 기획재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350개 공공기관은 내년까지 총정원의 약 1.5%(6735명)를 감축하는 내용의 혁신계획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각 부처별 인력감축 계획은 국토교통부 2006명, 산업통상자원부 1235명, 문화체육관광부 536명, 교육부 471명, 환경부 443명 등으로 확인됐다.

당초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서 인력 조정 방향으로 ‘상위직 축소’를 명시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 당시 공무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노동자가 속한 공공기관 자회사는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혁신계획안의 감축 대상을 살펴보면 하위직인 공무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들에서 감축 계획 중인 인원의 70%가 공무직이다. 대표적으로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424명 중 417명은 지난 정권에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공무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이다. 문화체육부 산하 공공기관들도 상위직급은 2~3명 감축할 때 공무직은 148명, 250명 감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관 운영에 필수적인 시설관리, 환경미화, 청소, 지원 상담(콜센터) 업무를 담당해온 노동자들을 하루아침에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한 일을 하는 노동자로 낙인찍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노동자들이 맡아온 업무는 다시 민간으로 외주화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노동자 쥐어짜기가 효율화라는 정부


문제는 이런 보여주기식 혁신이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혁신가이드라인’에서 어떤 직무의 인원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 등에 대한 기준도 마련하지 않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혁신계획의 적정성 및 성과를 평가하겠다며 공공기관에 일률적으로 정원감축을 요구했다. 이러다 보니 공공기관별로 얼마나 많은 정원을 축소하였는지 ‘성과’를 높이는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정부는 “정원(필요한 인원)과 현원(실제 일하는 일원) 차이를 축소하는 게 인력감축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원보다 현원이 적기 때문에 정원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을 나가라는 것이 아니라 빈자리를 없애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예를 들어 10명이 필요한 일을 7명이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일반적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원래 10명이 필요한 일이니 3명을 더 채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논리는 7명이 일하고 있으니 7명을 정원이라고 하자는 주장이다. 이렇게 정원이 줄어들면 그 일을 하는 노동자의 노동강도는 당연히 가중될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정부는 “우리는 그걸 효율화라고 본다”며 자본가 본성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공공부문 투쟁은 확대되어야 한다!


‘혁신가이드라인’으로 직접적 공격의 대상이 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공공기관 인력감축 등에 맞서 11월 23일부터 12월 2일까지 대정부 공동파업에 나선다. 공동파업에는 지하철, 철도, 화물, 공항, 병원 등에서 10만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23일 인천공항, 건강보험고객센터, 용인경전철을 시작으로 14개 사업장의 파업이 예정돼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30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나선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인력감축을 시작으로 임금인상 억제, 민영화, 직무성과급제 등 반노동적 정책을 줄줄이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기세등등해진 정부와 자본의 칼날은 민간부문으로 확대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은 단지 그들만의 투쟁에 그쳐서는 안 된다. 반노동적인 윤석열 정부에 맞선 모든 노동자의 투쟁이 되어야 한다.

 

이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