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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멈춘 코로나19,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마라!

3월2일 오전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4,000명이 넘었다. 사망자도 26명에 이른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일상은 공포스럽다. 모든 교육기관의 개학이 연기되었고, 다수가 모이는 공간은 기피대상이 되었다. 마트마다 생필품이 동나고 마스크를 사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대기업들도, 자영업자들도 이정도의 불황은 처음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정부는 20조가 넘는 재정을 긴급 투입해서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추경예산도 6.2조 이상의 규모로 논의 중이다. 월세를 경감해주는 임대인에게 임대료 인하분의 50%를 소득세/법인세에서 감면해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도 진행 중이다. 대규모 재정지원과 저금리 대출, 다양한 세제 혜택을 통해 멈춰버린 경제를 다시 살려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고 고통받는 노동자들

① 임금삭감, 무급휴직, 권고사직...고통으로 내몰리는 노동자들 

- 여행업체 : 코로나19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항공사, 여행사, 호텔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강제연차사용,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6개월 이상의 무급휴직, 임금 반납 등을 강요받고 있다.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권고사직을 하겠다거나, 부서별로 한명씩 그만둘 것을 종용받기도 한다.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도 주3회근무제를 시행하기로 하여 30% 이상의 임금삭감이 예상되고 있다.

- 서비스직 : 백화점, 마트, 의류업계, 병원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소비가 위축되고 대중밀집공간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다보니 서비스직 노동자들 역시 단축근무, 강제연차사용, 무급휴직을 강요받고 있다. 


- 교육관련기관 : 방학중 임금을 받지 못하는 급식노동자, 방과후강사 등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경우 개학이 늦춰지면서 무급으로 버텨야 하는 기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학원, 스포츠센터, 문화센터, 학습지 강사들의 경우에도 휴업기간동안 무급인 경우가 대다수이며, 휴업을 하지 않더라도 수강생이 줄어들면서 생계가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 알바 및 영세사업장 노동자 :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5인 이하 사업장이나 편의점 등 영세 자영업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시간이 축소되거나 임금이 삭감되는 경우는 예사고, 업체가 폐업하거나 하루아침에 해고를 통보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발생하고 있다.


② 마스크 지급도 안해... 모든 책임은 노동자의 몫

확진자 발생으로 휴업을 하는 사업장이 발생하자 다수의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일하는 사업장의 경우 마스크 미착용시 통근버스 및 현장 출입을 금지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지만 마스크가 아예 지급되지 않거나 부족하게 지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전제품을 수리하거나 정수기를 관리하는 노동자들, 택배 및 배달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불특정 다수를 계속 만나야 하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마스크와 세정제 등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배달원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2월 27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택배·배달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방역과 예방에 대한 모든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되다보니 어쩔수 없이 사비를 털어서라도 구매하지 않을 수 없다. 마스크 한 장에 3,000~4,000원이니 아껴써서 하루 한 장만 쓰더라도 1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게 된다. 4인 가정이면 40만원이다. 월급으로 생활하기에 빠듯한 노동자들에게 마스크비용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또한 코로나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사내 식당이 축소되거나 폐쇄되는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도시락이나 간편식으로 때우거나 외부 식당을 이용하다보니 개인의 식대부담이 늘어나고 식사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LG 창원 공장의 경우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사내식당 대신 각자 도시락을 싸오라는 지침이 내려와서 6,300여명의 노동자들이 새벽마다 도시락을 싸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집단감염의 우려 때문에 식당조차 이용하지 못하게 할거면 공장가동을 중단할 일이다. 일을 시키려면 도시락을 사다주든, 간이 식당을 만들어 분산을 하든, 부서별로 이용시간을 다르게 하여 밀집되지 않을 방법을 찾든 어떤 방법으로든 점심을 제공하는 것이 기본일텐데 대기업이 상식조차 무시하는 일을 버젓이 행하고 있는 것이다.    

③ 자가격리는 당연히 무급?

코로나 확진자가 아니더라도 해외여행이나 대구 경북지역을 다녀온 경우, 혹은 호흡기증상이 있거나 감염우려가 있는 경우 회사 방침으로 2주간의 자가격리를 권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기간을 강제연차나 무급휴가로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격리자에 대한 차별적 시선도 괴롭지만 월급의 절반이 날아가는 상황에서 생계에 대한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조직,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들이나 알바노동자들의 경우 2주간 업무를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해고가 되기도 하고, 확진으로 회사가 폐업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협박을 받은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 업체인 앰코테크날리지코리아는 “현재의 위중한 상황이 해소될 때까지 국내외 여행, 지역간 이동, 종교시설, 체육시설, 영화관, 쇼핑몰, 상가, 식당 방문을 엄격하게 자제해 달라”고 공지한 후 “회사 지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하는 사례가 재발될 경우에는 회사에 미치는 피해가 막대할 수 있으므로 행위자는 물론 관리감독자에게도 사규에 따라 파면과 보직해임을 비롯해 엄중히 조치할 수밖에 없음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을 올려 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④ 육아 이중고... 노동자는 아이도 키우기 어려운 현실

맞벌이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의 경우 어린이집 및 학교의 개학연기로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교육기관뿐만 아니라 학원이나 공부방, 복지관이나 스포츠센터 등 아이들이 이용하는 시설 대부분이 휴원이라 하루 종일 아이를 전담하고 식사도 챙겨줄 수 있는 친인척이 없는 경우 3주가 넘는 공백기간을 버티기 어려운 지경이다. 3월 2일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코로나 19에 따른 맞벌이 직장인 자녀돌봄 실태’에 대해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육아공백을 경험한 비율이 7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아(4~7세)' 자녀를 둔 맞벌이 직장인은 90.4%로 가장 높았으며 '초등학생’ 85.7%, ’영아(생후~3세)’ 75.8%로 대다수의 맞벌이 가정이 육아문제 때문에 고통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⑤ 일자리는 줄어들고...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이나 실업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자격증 시험 및 공채 일정들이 모두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어 새로운 일자리를 얻는 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 여파가 반영되지 않은 1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7.4만명으로 사상최대를 찍었다. 이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코로나와 상관없이 이미 경제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야기한 소비 위축으로 인해 더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당장 큰 어려움이 없는 경우에도 코로나 사태를 빌미삼아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노동자의 고용과 근로조건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최근 한 취업카페에는 정규직 전환형 인턴사업으로 입사하여 6개월의 인턴기간을 마치고 정규직 전환 사인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채용계획이 바뀌었다며 계약직 6개월 연장하자고 한 회사의 사례와 채용발표 후 대기중인 노동자의 채용을 취소한 사례가 올라오기도 했다.  

⑥ 과로로 고통받은 노동자들도 있다

반면 코로나19로 장시간 노동과 노동강도 강화로 고통받는 노동자들도 있다. 바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최일선에서 분투하고 있는 보건소 및 병원의 의료인들이다. 이들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죽을 힘을 다해 일하고 있다. 또한 비상업무에 돌입한 전국의 공무원들 역시 상황을 빠르게 수습하고 제때에 대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중이다. 마스크 및 손세정제 등을 생산하는 공장의 노동자들, 소독을 담당하는 방역업체 노동자들, 라면을 비롯한 생필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과 택배 및 배달 노동자들 역시 늘어난 주문량 때문에 몸이 상하는 것도 참으며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대책이 되지 못하는 정부 대책

 


정부는 긴급보육 실시, 가족돌봄휴가비 유급지원,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등으로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집단감염의 우려로 학교도 안가는 상황에서 집단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긴급보육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 신청률이 저조하여 맞벌이 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가족돌봄휴가의 경우에도 노조가 없거나 영세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은 연차조차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족돌봄휴가를 내기란 부담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정부가 지급해준다는 금액이 일인당 하루 5만원씩 5일간(부부합산 50만원)이 전부이다. 이 금액은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개학이 3주 이상 연기된 상황에서 생계를 이어가기엔 푼돈에 불과하다. 
고용유지지원금의 경우에도 이를 받기 위해서는 사측이 절반에서 1/3 정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조차 부담스러운 사장들은 손쉬운 무급휴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사업주 자체 판단으로 감염병 확산방지를 위해 노동자를 출근시키지 않는 경우 또는 그 밖의 이유로 휴업하는 경우 사업주가 휴업수당(평균임금 70%)을 지급해야 한다”고 지침을 내렸지만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앞서 본 것처럼 무급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대로 된 대책만 이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다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를 보면서 대중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고, 당장의 생계는 막막해지고 있다. 불안감만 가중시키고 고통을 전가하는 방식으로는 어떤 해결도 불가능하다. 실질적이고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하다. 
마스크 등 방역 물품을 사용하는 것이 집단적 감염을 막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면 사업주와 정부는 모든 노동자들과 개별가정에 이를 무료로 지급하여야 한다. 또한 감염을 막기 위해 자가격리를 하거나 휴업을 하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는 마음놓고 쉴 수 있도록 휴업수당 지급을 의무화해야한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일이 늘어나는 산업에는 정부의 주도 하에 구직중인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투입하여 무리하게 일하지 않을 조건을 만들어야 하며 적절한 휴식과 보상도 보장해야 한다. 또한 개학연기로 인한 양육 휴직이 필요하거나 돌봐야 할 가족이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유급휴직을 보장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땀으로 굴러가는 사회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하는 의료노동자, 밤을 새며 일하는 공무원들이 있다. 밤길을 마다하고 물류를 담당하는 화물 운송노동자들이 있고, 유통을 담당하는 택배, 배달 노동자들도 있다. 마스크, 손세정제를 비롯해 꼭 필요한 물건들을 생산하는 제조업 노동자들도 있다. 모든 노동자들이 바이러스에 막혀 세상이 멈추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사회를 위해 땀흘리는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는 사회, 이윤이 더 중요하다며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 그런 사회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제대로 막아낼 수 있겠는가? 노동자에겐 그런 자본주의 시스템이 코로나 바이러스만큼이나 위험하다. 


권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