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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건설노조 등에 대한 압수수색, 공안탄압으로 노동조합과 전면전 선포한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의 노동법 개악 청사진

▲ 1월 18일 국정권과 경찰은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지난 1월 18일 오전 국가정보원(국정원)과 경찰은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소속 간부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그 이유였다. 2시간가량의 대치 끝에 진행된 압수수색 과정이 실시간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혐의 내용이 유포되면서 마치 민주노총 전체가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왜곡되기까지 했다.

바로 다음 날인 19일에는 서울지방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수사하겠다며 민주노총·한국노총 건설노조 사무실 등 34곳을 동시다발로 압수수색했다. 2월 2일에는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인지역본부 등 2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건설노조가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현장에서 집회를 여는 등 실력행사를 한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 공동강요·공동공갈)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에 대한 연이은 압수수색은 윤석열 정부가 공안탄압을 동원해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려는 것으로 읽힌다. 노동조합을 간첩 집단, 불법 비리 집단으로 몰아 고립시키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민주노총=간첩 집단’ 만들기


국정원과 경찰은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등의 전현직 간부 4명이 캄보디아와 베트남, 중국 등에서 북한 공작원과 교류하고 북한으로부터 공작금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압수수색은 수사 대상인 간부 개개인에 한정된 것이었고, 노동조합의 공식 활동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하지만 국정원과 경찰은 해당 간부의 책상과 캐비넷 등으로 한정된 압수수색을 마치 민주노총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비춰지도록 만들었다. 간부 한명의 사무공간을 압수수색 하기 위해 700여 명의 경찰이 동원되고, 사다리차와 에어메트까지 등장시켰다. 이번 압수수색이 수사를 위한 절차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쇼에 가까웠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민주노총에 대한 공안탄압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악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을 부패·기득권집단으로 규정하고 공세를 지속해온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통해 “(정부가) 이번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바탕으로 노동조합 내부에 침투한 불온세력 운운하며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을 흠집 내려 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의도가 노동개악 추진에 걸림돌이 될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건설노조=불법 비리 집단’ 혐의 씌우기

▲ 1월 19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경기북부지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경찰


건설노조에 대한 전방위적 공격은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12월 4일 윤석열은 “건설현장에서 불법·폭력 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발언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경찰청은 같은 달 7일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200일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건설노조 탄압에 앞장서고 있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건설노조는 조폭’, ‘노조의 탈을 쓰고 돈을 뜯어가는 약탈집단’, ‘경제에 기생하는 독’이라며 온갖 악다구니를 쏟아내고 있다.
국토부는 건설현장 불법행위 실태조사 결과 전국 1,494개 건설현장에서 2,070건의 불법행위가 접수돼, 입증된 피해액만 1,686억 원에 달한다며 건설노조를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했다. 또한 특별단속으로 1월 20일 현재까지 총 186건, 929명을 수사해 23명을 송치(구속 7명)했으며 890명에 대해 수사가 계속 중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눈에는 건설현장에서 벌어지는 재개발재건축 비리, 불법 다단계 하청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저임금 구조,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으로 인한 부실시공, 매년 3,000억 원에 가까운 건설현장의 체불임금 등의 문제는 사소한 문제로 보이는 것 같다. 막대한 이윤을 위해 산업안전법 따위는 없는 셈 치는 건설사의 탐욕으로 인해, 1년에 400여 명의 건설노동자들이 후진국형 산재사고로 사망하는 일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저 불안정한 고용, 저임금 노동을 막기 위해 조합원 채용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조합만이 부패와 비리의 주범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과 전쟁을 선포한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는 꾸준히 노동조합을 부패기득권집단, 회계부정이나 저지르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규정하고 공격해 왔다. 입만 열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벌하겠다고 떠들어댔다. 정부에게는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데 방해가 되는 반대세력을,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인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는 게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조합을 부패기득권 집단으로 규정하고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이 나락으로 떨어져 있는 지지율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계산도 포함되어 있다. 작년 화물연대 파업에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강경하게 대응했더니 지지층 결집이 이뤄졌다는 경험도 작용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조합 때리기는 민주노총, 건설노조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려는 노동개악을 반대하고 맞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노동조합의 존재 자체를 무력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회계 점검 보고 강요 등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고, 노노갈등을 유발해 무한경쟁과 갈등,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법으로 보장된 가장 기본적인 보호막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노동조합조차도 무용지물로 만들려고 한다. 노동자를 무장해제 해 자본이 마음껏 착취할 수 있도록 먹잇감으로 내던지려 하는 것이다. 노동조합 무력화를 위한 공안탄압에 맞서 노동조합을 지키기 위한 조직노동자의 투쟁을 계획하고 결의해야 한다. 또한 경제위기의 책임전가를 막아내고 전체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미조직비정규노동자와 함께하는 계급적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이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