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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비상경영’이 노리는 것

2020년 위기, 노사화합으로 극복하자?

대우조선해양 사측이 연 초부터 분주하다. 1월부터 ‘경영설명회’를 개최하고 ‘위기극복’을 부르짖고 있다. 
사측은 “2015년 이후 5년 동안 연 평균 45억 달러 수주에 그친 부진 여파로” 매출과 일감이 급감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수주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공비를 낮추고 운영경비를 절감하고 업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노사가 함께 원가절감 노력을 하자는 것이 사측의 주장이다. 
그런데 자신들의 주장이 궁색했는지 “단기적 위기”라는 단서를 달았다. 하반기부터 대형 LNG선 프로젝트 발주가 가시화될 것이며, 선가도 서서히 회복될 전망이라면서 “다함께 역경을 헤쳐 나가자”고 당부까지 한다. 과연 대우조선해양 사측의 말은 맞는 것인가?

위기의 근거, 수주부진과 매출감소

대우조선해양 사측이 주장하는 가장 큰 근거는 수주부진과 매출감소다. 하지만 이 근거는 빈약하기 그지없다. 수주부진이라고 하기엔 2018년과 2019년 수주실적은 뚜렷한 증가세를 기록했다. 사측의 주장처럼 2020년에는 대규모 LNG선의 발주가 기대되고, LPG선(현대중공업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으나 작년 12월 대우조선해양도 2척의 LPG선 수주에 성공했다)의 발주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신규수주 추이


대우조선해양 사측은 증가세에 있는 수주실적을 5년 평균으로 계산하고, 최근 최고매출을 기록한 2014년과 비교하고 있다. 즉, 교묘한 눈속임으로 수주가 저조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
매출액은 사측의 주장처럼 감소세가 분명하다. 그런데 이 문제는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하고 돌발 상황이 겹쳐지면서 감소폭이 커 보일 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3분기 2,563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드릴십 1척의 계약 취소에 따른 1,300억 원 상당의 충당금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가수주한 선박들이 인도되고 있기 때문에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는 불가피했다.
2020년에도 매출액은 감소할 수 있다. 그런데 이도 이미 예상되는 상황이다. 선박 인도량이 2019년에 비해 줄어들고, 2016년부터 2018년에 저가로 수주한 선박들이 인도되기 때문이다.

 


계획대로 되고 있어!

대우조선해양 사측이 위기라며 들고 있는 근거들이 빈약하기도 하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2016년부터 시작한 구조조정의 결과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6년 5월 자구계획안을 제출하며 “생산능력 30% 축소(매출 14조 원 -> 10조 원)”, 직영 인력 “5년간 총 1,200명의 인적 구조조정”, 협력사 포함 “총인원 3만 명 체계”로 인력을 효율화하겠다고 밝혔었다. 
수 년 간의 구조조정은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2020년 1월 말 정규직노동자는 9,074명으로 9천 명 대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하청노동자는 16,598명으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자구계획안의 기준이었던 2015년 6월말과 비교하면 약 50%를 감원하는 엄청난 인적 구조조정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생산설비 매각, 인적 구조조정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생산능력”은 30% 이상 축소됐다. 매출액 감소는 이미 계획된 것이었다. 그런데 2014년 14조 원과 비교하며 2019년 7.3조 원으로 절반가까이 줄었으니 위기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인력이 절반가량 줄었는데 매출도 반 토막 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계속되는 책임전가

대우조선해양 사측의 책임전가는 여전하다. 원가절감을 목표로 인건비 절감에 혈안이 되었다. 정규직에 대해서는 또다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무보직, 임금피크제 대상 관리자들과 정년 10년 미만 직접생산직 200여 명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청자들이 많지 않았다. 
이와 동시에 잔업·특근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사무직은 10시간, 생산직은 33.5시간으로 시간외 근무를 통제하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이미 2016년 자구계획에 있었던 외주노무비 절감계획이 실행됐고, 이에 따라 하청노동자들의 상여금 550%가 완전히 사라졌다. 상여금 중 150%는 “한시적”으로 삭감하고 350%는 기본급화 한다는 것이 협력사협의회가 내놓은 안이었다. 물론 한시적이란 말은 거짓말임이 드러났고 기본급화는 350% 전부가 아니고 일부였다. 

 

“사내 협력사 임금체계 개편 추진 설명회” 자료, 2016년 7월 5일


최근에는 토요일 무급화도 추진하고 있다. 토요일 무급화는 2016년에도 강행하려 했으나 하청노동자들의 반발이 심해 보류했었다. 원청의 원가절감 압박은 고스란히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삭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4대 보험 체납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의 피해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또다시 빼앗기지는 말자

많은 이들이 한국 조선업은 중국과 일본을 누르고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IMO(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LNG선, LPG선의 대규모 발주가 있을 것이라며 한국조선업은 승승장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LNG선이 주력 선종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과는 다르게 노동자들의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임금은 늘기는커녕 줄어들고 있고 노동강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불일치가 발생하는 것은 한국 조선산업이 엄청난 고기량 인력을 저임금으로 부려먹으며 지탱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자본가들은 경쟁력을 확보한다며 “원가절감”이란 명목으로 더 빼앗으려 한다. 대우조선해양 사측의 비상경영은 모든 책임을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떠넘기려는 수작이다. 노사화합, 협력이라는 말에 속아 거의 남지도 않은 것을 또다시 빼앗기지는 말자.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