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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에 이어 제주 제2공항까지! 빗장 풀리는 난개발 사업

지난 2월 27일, 환경부는 강원도 양양군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동의' 의견을 통보했다. 1982년 처음 제기된 이후 40년 만이다. 전문기관의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하겠다더니 올해 초 5개 전문기관이 모두 부적합 의견을 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결국 통과시킨 것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허가는 설악산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 등 무려 5개나 되는 보호장치를 가진 설악산이 개발에 착수할 경우 전국 곳곳에서 눈치만 보고 있던 개발 사업들이 봇물 터지듯 시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케이블카 설치가 거론되고 있는 지역은 제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을 시작으로 울산의 신불산, 부산 황령산, 대구 팔공산을 비롯해 서울의 북한산, 충북 속리산, 광주의 무등산, 그리고 제주 한라산, 우도 등 수십 군데에 이른다. 

제주도 제2공항도 OK


환경부는 3월 6일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서도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다. 조류와 남방큰돌고래 등 동식물에 대한 보호조치, 숨골 및 석회동굴의 보존 문제 등에 대한 해결방안 없이 이전과 진전된 내용이 없는데도 통과시킨 것이다. 심지어 전문기관의 보고서 내용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왜곡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연간 1500만명의 관광객으로 제주도의 환경수용력은 이미 한계상황임에도 관광객의 양적 확대만을 목표로 제2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제2공항은 강정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대중 전략작전기지로서 공군의 군사기지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 제주제2공항 예정지 근처의 숨골. 시민·환경단체가 2년간 조사한 결과, 예정지에서 최소 185개 이상의 숨골이 발견됐다.

윤석열정부의 의지


그동안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와 제주도 제2공항이 갑자기 추진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선거 당시 설악산 케이블카를 무조건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제주도에서는 제2공항 조기착공과 공항배후지역에 복합도시 조성을 내걸었다. 환경부는 윤석열 정부의 공약을 실현시키기 위해 전문가 의견까지 무시하며 귀를 막은 채 무조건 통과를 위해 환경파괴부라는 욕을 들으면서도 앞장서서 추진을 밀어붙이고 있다. 

확대되는 난개발


설악산케이블카와 제주공항이 물꼬가 트이자 전국 곳곳에서 개발 사업 바람이 본격화되고 있다. 앞서 살펴본 케이블카 사업뿐만 아니라 지리산 산악열차, 청남대와 대청호 개발사업인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대전시의 보문산 휴양단지 조성 등도 추진 중이다. 가덕도 신공항도 설계까지 바꿔가며 속도를 내고 있다. 게다가 둘레길, 출렁다리, 짚라인 등 온갖 형태의 개발 사업이 우후죽순 논의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각 지자체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 역시 확대되었다.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는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난개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누구를 위한 개발?


개발을 찬성하는 이들은 지역의 관광산업이 활성화되면 상권이 살아나고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며 모두에게 이로운 일인 것처럼 주장한다. 설악산 케이블카가 통과되자마자 강원도 상인들의 환영플랭카드가 도심 곳곳에 내걸렸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미 운영중인 케이블카 사업을 보면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년 전 개장한 ‘화성 제부도 해상 케이블카’는 개장 첫해에 이어 지난해에도 22억1천만원(전자공시시스템 기준) 이상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주 임진각 평화 곤돌라' 도 지난 2020년에만 23억8천만원의 손실을 봤다. 2013년 개통한 밀양 영남알프스얼음골케이블카는  첫해만 흑자를 기록했을 뿐, 매년 10~15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이미 30여개의 케이블카가 있고 새로 추진하고 있는 곳이 30여곳인 상황에서 케이블카가 반짝 특수를 누릴 수는 있을지 몰라도 지속적인 수익을 담보할 수 없다. 그리고 엄청난 건설 비용과 운영에서 발생되는 손실은 모두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떠안아야 한다. 오색케이블카를 건설하기 위한 비용 1천100억 중 800억원은 지방 재정자립도가 12.4%에 불과한 양양군민들의 세금으로, 나머지 300억원은 강원도민이 부담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케이블카 사업은 부동산 폭리를 취하는 투기꾼들과 건설자본가들에게는 노다지이지만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에게는 부담이 큰 사업일 뿐이다. 

 

거짓과 기만


또 이들은 이 사업의 정당성을 위해 ‘친환경’이니, ‘이동약자를 위한 시설’이니 좋은 말로 포장한다. 하지만 ‘친환경 공법’으로 케이블카를 설치한다고 해도 생태환경은 달라질 수밖에 없고 환경파괴는 불가피하다. ‘파괴’를 ‘친환경’적으로 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개발사업마다 ‘친환경’이 유행처럼 따라붙는다. 
그리고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쪽에서는 케이블카가 ‘이동약자의 자연환경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전국에서 운행 중인 케이블카와 모노레일 199기 중 전동휠체어가 탑승 가능한 곳은 6곳밖에 없다. 심지어 국민의힘은 이동약자들에게 꼭 필요한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는 장애인들의 요구에는 비난과 혐오를 조장해왔다. 그런데 깊은 산속, 몇 년에 한번 갈까 말까한 곳의 이동권을 위해 케이블카는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얼마나 기만적인가. 이들에게 친환경이니 교통약자의 이동권이니 하는 것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쓰다 버리는 말일 뿐, 어떠한 진정성도 찾아볼 수 없다. 

일방적인 강행


설악산 케이블카나 제주 제2공항 건설은 소수의 사적 이익이 아니라 사회의 장기적 이익을 놓고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케이블카나 공항이 반드시 필요한지, 대체할 방법은 없는지, 이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인지 등을 충분히 따져보고 판단해야 한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단체, 당사자들의 논의와 의견이 있었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채 시간만 끌어왔다. 그리고 이제 윤석열 정부는 공약사항이라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결론을 강제했다. 답정너처럼

탐욕이 불러올 공멸


사회주의자들은 환경을 자연 그대로 보존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생명체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가고, 환경을 변화시키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노동을 통해 환경에 적응해왔고 환경을 변화시켜왔다. 그 결과 생산력은 급속도로 발전했고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높은 생산력은 계급착취가 기초가 된 사회를 등장시켰다. 지배계급은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손쉽게 자원을 낭비하고 탕진하며 끊임없는 위기를 만들어냈다.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탐욕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자본가들은 필요가 아닌 이윤을 위해 생산을 확대한다. 자원은 무분별하게 소모되고, 팔리지 못한 생산물은 폐기되어 버려진다. 자본가들의 경쟁 속에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규모의 과잉생산이 이루어진다. 지배계급들에게 장기적, 사회적 전망은 아무 의미가 없다. 자신들의 지위와 권력, 특권을 위해서라면 사람이든 환경이든 파괴하는 것을 거리끼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공멸의 길이다. 

문제는 자본주의


엥겔스는 “인간이 자연을 정복했다고 우쭐해지지 말자. 각각의 승리에 대해 자연은 우리에게 복수하고 있다. 최초의 승리는 우리에게 기대하던 결과를 가져다주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승리는 최초의 승리를 무로 돌리는, 아주 다르고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중략) 우리는 언제나 외국인을 지배하는 정복자처럼 자연의 외부에서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살과 피를 가진 우리가 자연에 속하고 그 한복판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과 환경을 무책임하게 파괴하며 이윤을 향해 달려가는 자본주의적 생산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 지금의 우리가 다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케이블카 하나 더 생기고, 공항 하나 더 짓는 게 대수일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구멍이 둑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봇물터진 난개발이 가져다줄 미래는 예상보다 더 참혹할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무질서하고 탐욕적인 자본주의 사회가 계속된다면 지구가 없어지지 않는 한 재앙은 더 확대·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권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