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6일,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한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25)이 검거되었다. 언론을 통해 밝혀진 조주빈의 삶은 조폭도, 마약쟁이도 아닌 심지어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온 평범한 청년이었다. 무엇이 그를 범죄자로 만들었는가?
돈을 쫓는 악마들
조주빈을 비롯한 와치맨, 갓갓 등 성착취방 운영자들이 여성을 협박하여 성착취물을 만들고 배포해온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벌이가 되는 거라면 합법이든 불법이든 가리지 않고 이루어진다. 성산업 역시 좋은 돈벌이 수단이다.
한국의 성산업 규모는 8.7조원으로 영화 산업보다 크다. 경제 활동이 가능한 남성 17세~64세 인구가 1년에 60만원씩 써야 가능한 금액이다. 수요가 있다 보니 시대와 상황에 따라 형태만 달라질 뿐 성산업은 끊이지 않고 변화, 발전해왔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디지털성범죄인 ‘박사방, N번방’이다.
조주빈은 한 언론과의 대화에서 ‘돈이 목적이다. 돈이 아니라면 이런 일을 왜 하겠냐’고 자기 입으로 말하기도 했다. 텔레그램 유료방을 개설한 조주빈은 1만여명(박사방뿐만 아니라 N번방 등의 유료방을 이용한 숫자는 26만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의 이용자들에게 입장료를 받고 성착취 동영상을 공유해왔는데 가상화폐와 상품권으로 벌어들인 금액은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가난한 여성들을 미끼삼아 돈벌이 한 범죄자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타인의 삶을 망가뜨리는 짓이라도 서슴지 않았다. 돈이 필요한 여성들, 심지어 미성년자에게도 고액 알바를 미끼로 접근했다. 여성들의 개인정보를 확보하고 나면, 개인신상을 온라인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여 자신들이 지시하는 영상을 촬영하도록 지시했다.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될 것에 대한 두려움에 여성들은 계속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고, 이들은 이 영상들을 이용하여 손쉽게 돈을 벌어들였다. 이들은 평생 끔찍한 고통을 당해야 하는 여성들에게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의 고통을 이용하여 더욱 노예처럼 부리며 협박했다.
이들에게 여성은 단지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한 착취대상이었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인간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일들을 스스럼없이 저질렀고, 이용자들은 그들을 칭송하며 제2, 제3의 박사, 갓갓을 꿈꾸며 동참했다.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
디지털성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는 매우 낮다. 소라넷의 경우 2016년 폐쇄될 때까지 17년 동안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고, 성폭행을 모의하는 등 성폭력 범죄를 통해 수백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지만 법원은 운영자 단 1명에 대해 징역 4년, 추징금 0원을 선고했다. 공동운영자 3명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 100만 명의 유료 회원들 역시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소라넷 이후 만들어진 AV스누프, 웰컴투비디오 등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들의 경우에도 운영자들이 징역 1년6개월 정도의 형을 받은 것이 전부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N번방 사건은 플랫폼만 바뀐 것일 뿐, 이전 범죄들의 연장선상에 존재하고 있고, 관련자들은 자신들이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운영자들과 이용자들은 어떠한 두려움도 없이 자유롭게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공유하고 배포해 온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관대한 사회
성범죄자들에 대한 처벌만 가벼운 것이 아니다. 가진 자들은 100억을 사기 쳐도 3년형을 선고받고, 몇십 억, 몇백 억을 횡령·배임한 재벌들의 72%가 집행유예였다. 해고당한 노동자에게 방망이로 폭력을 자행한 회사대표도 집행유예, 유명한 땅콩회항의 주인공 조부사장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뿐인가? 산재사고가 나도 책임을 묻지 않고, 불법파견을 해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
반면 피해자들은 어떤가? 수많은 성범죄의 피해자들이 오히려 공범자라며 처벌되기도 하고, 제대로 된 피해보상을 받지도 못한 채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노동자들은 불법을 시정하라고 투쟁했다는 이유로 해고되고, 구속당하고, 손배가압류에 시달린다. 인간보다 이윤이 더 우선인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회정의보다 이윤추구가 더 중요하고 지켜져야 할 가치이기 때문에 이윤추구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범법행위, 불법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관대하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썩은 오물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왜곡된 성문화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넘쳐나고 성에 따른 불평등이 만연한 사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끊이지 않는다. 또한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심화된 경제적 불평등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을 더 좋지 않은 상황과 환경으로 내몰아 간다. 가난한 여성들의 경우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성까지도 팔고 마는 이들이 생겨나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불법이든, 반인륜적인 일이든 가리지 않고 불나비처럼 뛰어드는 부류를 양산하기도 한다.
이번에 불거진 N번방 사건은 새로운 범죄가 아니라 계속 반복되어 등장해온 범죄이며 자본주의 체제가 만들어낸 오물이다. 인간보다 이윤이 우선인 자본주의 사회가 끝장나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뿌리 뽑기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엄벌을 한다며 떠들어대지만 결국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고 말았던 것이다.
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 수익금 환수, 피해자에 대한 지원 등 후속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말자. 이윤 중심인 체제가 아니라 사람이 존중받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체제로 바꾸는 것이야 말로 성착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권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