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9일 이천의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4월 28일) 바로 다음날이자 세계 노동절(5월 1일)을 이틀 앞둔 날이었다. 벌어지지 말았어야 할 사고로 많은 노동자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기업의 이윤추구가 만든 사고
이천 물류창고 <한익스프레스>는 김승연 한화 회장의 조카 이석환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곳이다. 시공사인 ㈜건우가 하청업체에 정상적인 공사기간을 보장하지 않고, 유증기를 발생시키는 우레탄폼 작업과 불꽃을 일으키는 용접 작업을 동시에 하도록 하는 등 안전조치를 무시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려 9개의 하청업체가 작업에 참여했다.
그런데 이번 사고는 막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미 산업안전보건공단은 3차례에 걸쳐 ‘우레탄폼ㆍ용접 작업에서의 화재 폭발 위험에 대해 주의’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단은 문제를 알면서도 ‘조건부 적정’ 판정을 내렸다. ‘부적정’ 판정을 내릴 경우 공사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공사기간 단축으로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늘리려는 원청, 시공사의 욕심과 이를 알면서도 제재하지 않은 정부가 사고를 만든 것이다.
2008년과 판박이
이번 화재사고가 발생하자 2008년 1월 이천의 한 냉동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불이 났고, 40명이 사망한 사고가 다시금 알려졌다. 당시에도 인화성 증기가 밀폐된 건물 내에서 ‘강제 환기’가 되지 않았던 점과, ‘용접 불꽃’과 ‘샌드위치 패널’을 원인으로 짚었다. 12년이 지났지만 똑같은 사고가 반복됐다.
이제는 달라질 것인가? 기대하기는 힘들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사고 때도 27명이 사망한 1998년 부산의 냉동창고 화재사고가 조명되며 재발방지를 얘기했기 때문이다. 산재사망에 대한 기업처벌을 강화하고 구조적인 문제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는 당시에도 묵살되었다.
구조를 바꿔야 한다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자들의 안전과 목숨보다 기업의 이윤추구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사망자 보상금이 자본가들의 이윤보다 적다면 그들은 사망사고위험도 가볍게 여긴다. 2008년 이천 화재사고로 40명이 사망했지만 기업은 2000만원의 벌금을 받았을 뿐이다. 산재사망사고를 기업의 살인으로 규정해야 한다. 살인죄와 동일하게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의 산재사망의 80% 이상이 하청노동자에게서 발생한다. 원청에게 면죄부를 주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하청·재하청 구조를 금지해야 한다.
2018년 12월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후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지만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포장지는 다시 만들었지만 알맹이는 이전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2인 1조 작업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하다. 여전히 기업들은 사망사고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고, 그 와중에 노동자들은 목숨을 잃고 있다. 자본가들과 그들을 대변하는 자본가 국회의원에 기대서는 안 되는 이유다. 노동자들이 기업살인법 제정에 목소리를 높이고 함께 나서야 한다.
노동해방의 깃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