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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데이(노동절) 투쟁은 시작되었다!

연휴가 시작되던 노동절,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집회 금지’라는 명목으로 강요된 침묵을 뚫고 행동에 나섰다. 한쪽에서는 해고와 휴업, 다른 한쪽에서는 과로와 장시간 노동, 끝없이 이어지는 산재사고... 참을 수 없는 노동자들의 분노가 드디어 바늘구멍만한 숨통을 내며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무너지는 삶

코로나로 인해 IMF이후 최대 규모의 실업대란, 해고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3월 한 달에만 2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휴직자는 160만명에 달한다. 고용의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직, 임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휴업급여나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 채 무급휴직 당하거나 해고되고 있다.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긴급재난지원’이라는 명목으로 13조의 돈을 풀었지만 기업에게 지원하는 200조원에 비한다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다. 결과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피해의 직격탄을 맞은 건 가난한 노동자계급이다. 미국의 노동자 2,600만명이 실업에 내몰리는 동안 부자들은 한 달 사이 378조원의 부를 늘였다는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자본가들은 위기를 기회삼아 더 많은 부를 쌓아가고 있다. 반면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들은 삶의 뿌리까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런 노동자들이 노동절을 맞아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거리에 나선 것이다. 

 

집회를 불허하다

하지만 서울시와 경찰청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49조 제1항을 근거로 집회금지를 통보했다. 경찰은 집회를 예정한 장소마다 병력을 배치하고 시민들의 통행을 가로막으며 해산을 종용했다. 광화문으로 집결하기 위해 인도로 이동하려는 참여자들의 통행조차 막아선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근거삼지만 최근 문제가 된 이태원 클럽과 같은 유흥시설에 대한 집합금지조치는 4월 8일~19일까지 2주도 채 안 되는 기간동안만 진행되었다. 반면 노동자들의 집회에 대해서는 몇 달 째 계속 불허하고 있고, 집회금지장소라는 안내팻말을 거리 곳곳마다 설치하고 안내방송을 해대고 있다. 유독 집회에 대해 강하게 제재하는 이유는 투쟁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묻어버리려고 하는 의도가 강하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는 해산을 명령하는 경찰의 방송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더 분노에 찬 항의와 행동으로 터져 나왔다. 코로나로 인한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팔뚝질은 힘이 넘쳤다, 청와대를 향하는 골목골목마다 경찰의 봉쇄에 맞서 싸우며 청와대를 향해 전진해 가는 참여자들의 의지가 넘쳐났다. 그동안 말 한마디 못하고 속만 태우던 노동자들에게 긴급행동 집회는 단비와 같았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듯이 노동자들의 입을 틀어막아도 노동자들의 고통과 분노가 지속되는 한 투쟁은 사그라들지 않고 언젠가 더 강하게 등장할 것이다.

 


과제

자발적으로 모인 비정규직 긴급행동 참여자들의 의지는 높았지만 조직된 노동자들의 힘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는 여전한 과제로 남겨져 있다. 미조직 사업장뿐만 아니라 조직된 사업장에서도 코로나를 틈타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이 강화되고 있다. 지난 3월 경총은 △법인세·상속세 완화 △특별연장근로 허용 사유 확대 등 근로시간제도 유연성 확대 △경영상 해고 요건을 ‘경영합리화 조치가 필요한 경우’로 완화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 수를 ‘소정근로시간’만으로 최저임금법에 규정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부당노동행위 사용자 형사처벌 규정 삭제 △근로시간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폐지 또는 축소 등 40개 입법 개선 과제를 발표하고 국회에 제출했다. 노동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외면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위기상황을 이용해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고 자신들의 이익을 더욱 확대하고자 골몰하고 있는 자본가들의 추악한 본질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아직 미미하다. 오히려 개별 현장을 파고드는 공격에 대해 적극적인 방어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 큰 투쟁이 필요할 때!

 


선택은 하나다. 위기를 감수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 노동자들에게 닥친 고통을 감내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번 기회에 노동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을 끝장내겠다는 각오로 싸울 필요가 있다.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전면에 내세우고 정부를 압박하는 것처럼 노동자들 역시 노동자 계급의 요구를 선명하게 내세우고 투쟁에 나서야 한다. 이대로는 못살겠다고 외쳐야 한다. 모든 해고 금지, 생계가 어려운 노동자들에 대한 전면적 휴업급여와 실업금여 지급, 최저임금 인상, 노동3권 강화, 산재사고에 대한 처벌강화 등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를 가감 없이 제기하자. 
코로나사태는 자본주의의 위기를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가난한 노동자계급의 처지는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고 분노 역시 커져가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전세계 노동자들의 단결의 토대를 놓고 있기도 하다. 지금이야말로 130년 동안 이어온 메이데이의 정신을 올곧게 되살릴 때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투쟁하라! 

 

권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