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 발행되고 난 뒤 총파업을 하루 앞둔 5월 13일, 다스 사측은 지회의 세 가지 요구 중 징계위 철회와 민형사상 면책에 대해 수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지회는 책임자 처벌도 요구했지만 사측은 본부장 공동명의의 사과 대자보 게시를 제시했고 지회는 의견접근을 했다. 비록 지회가 요구한 세 가지 요구안 전체가 관철되지 않았고, 합의 문구에 있어서도 부족한 점이 있지만 이후 철저한 평가를 통해 극복해 나갈수 있을 것이다. 투쟁은 일단락 됐지만 세계적인 위기 국면에서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누려온 것을 지키려면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이번 투쟁을 통해 배워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다스 투쟁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다. |
국내 사업장 인건비 개선 TFT. 이름에서부터 그 의도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 이 기구는 다스가 4월 초에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인건비를 절감하겠다며 만든 기구다. 이명박의 비자금과 횡령으로 인한 추징금 납부, 자동차 판매 부진에 코로나19까지 발생하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을 노동자들의 임금을 줄여 극복하겠다는 발상은 지극히 자본가적이다. 다스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휴일근무 축소, 생산성 향상, 복지 축소 등 노동자를 쥐어짤 모든 수단과 방법을 고안하고 적용시키려 하고 있다.
특근 축소? 그럼 일 안 해!
다스는 그 동안 휴일근무(특근)를 노사가 합의하고 시행해왔다. 하지만 사측은 특근이 확정되는 금요일에 조합원들을 모아놓고 회사가 어렵다며 특근 축소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분노한 해당부서 2조 조합원 29명 중 26명이 조퇴하고, 다음날 1조 조합원들은 특근을 거부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 사측은 단체협약을 밥 먹듯이 위반하며 지회를 무시하고 현장을 들쑤셨다. 현장 조합원들이 나서서 사측의 위기 책임 전가와 노동조합 무시에 제동을 거는 투쟁을 벌였다.
그러자 사측은 이를 빌미로 해당부서 전체 조합원을 징계하겠다며 징계위원회 개최를 통보했다. 징계는 노사 합의로 시행해야 하는데 사측은 또 다시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공격해왔다. 이제는 지회가 나서 징계위원회 철회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전 공장 특근 거부를 하고 공장 사수 투쟁을 벌였다. 관리자들을 동원해 라인을 돌리려는 사측과 이를 막기 위한 지회의 공방이 두 차례 벌어졌다. 결품을 각오하고 주말에도 집결한 확대간부, 조합원들의 힘에 밀려 결국 사측 관리자들은 쫓겨나듯 라인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움츠려들지 말고 투쟁에 나서야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업장에서 자본가들은 강제 연월차 강요, 무급휴직, 임금삭감, 해고 등으로 노동자를 공격하고 있지만,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은 잘 들려오지 않는다. 자신을 보호해 줄 노동조합을 가지지 못한 미조직 노동자들도 있겠지만, 조직 노동자들 조차 위기 책임전가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고 움츠려들어 있다.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는 자본가의 논리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는 논리는 환상일 뿐이고,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기 위한 자본의 얄팍한 술책에 불과하다. 노동자들의 희생과 양보로 회사가 살아나더라도 노동자들에게는 지옥 같은 현실만이 남는다는 것을 쌍용자동차와 한국GM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노동자들의 목숨 값과 정부의 지원으로 살아남는 것은 자본일 뿐, 노동자들은 여전히 해고의 고통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자본이 줄 수 있는 시혜는 당연히 줄어든다. 당장 자신의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의 안위 따위는 안중에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기의 국면에 노동자들이 취해야 할 태도는 자본에 굴종하고 타협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맞서 위기를 만든 자들의 책임을 묻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위기와 야만의 시대에 우리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이다.
‘위기는 니들이 책임져라. 노동자는 살아야겠다!’
이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