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후 전 세계가 락다운(봉쇄)에 들어가며 경제활동이 중단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2분기 경제성장률은 –20%로 예상되고 있다. 생산시설은 멈추고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었다.
코로나 사태 직전 트럼프는 미국 경제의 호조로 지난 50년간 최저치의 실업률과 높은 고용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자랑했다. 그런 미국조차 노동자들이 대량실업을 겪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인 14%대로 치솟았다. 4월 한 달 사이 2,0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지난 6주간 3,000만 명(한국인구의 3/5)이 해고되어 실업수당을 신청했다. 심각한 문제는 이런 대량실업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실업대책 – 굶주리기나 죽거나
대량해고로 노동자들이 생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세계 자본가들은 이 문제를 ‘소득지원’으로 해결하려 한다. 미국은 1인당 1,200달러(약 146만원)를 지급하고 있고, 한국도 재난지원금을 풀고 있지만 당장 생계를 해결하기에도 어려운 금액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몇 달 안에 끝나지 않을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실업과 노동자 생계에 대한 근본적 해결은 되지 못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대책마련은커녕 근거없는 낙관론을 들이밀며 노동자들을 감염의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트럼프는 한 달 새 실업률이 10.3%포인트 오르며 14.7%로 치솟은 것에 대해 "이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국 경제가 3분기에는 전환할 것이며, 일자리는 곧 되돌아오고 내년에 우리는 경이로운 해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며 ‘경제활동’을 시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4월 작업이 중단된 육류가공 공장들에 대해 트럼프는 ‘육류대란’의 가능성을 우려하며 작업 재개를 지시했다. 미국 최대육가공업체인 타이슨푸드 워털루 공장의 경우 직원 중 37%인 1,031여 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폐쇄되었음에도, 5월 7일 다시 공장을 가동했다. 그런데 재가동한지 하루 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했다. 워털루 공장 직원들 중 이미 3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이미 미국에서만 8만명이 사망한 이번 사태와 이번 사태로 실업과 생계의 고통을 겪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트럼프의 눈에는 이미 보이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희생만을 요구하고 있다.
실업대책 – 감염 혹은 빈곤의 양자택일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에게 양자택일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활동이 위축되면 경제가 위험하기 때문에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소득이 없어 생계의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일을 하라’고 주문한다. 감염에 걸려 목숨이 위태롭더라도 말이다. 반대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서 노동자들에게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요구한다. 노동자들은 해고와 무급휴직에 생계를 위협받더라도 희생을 감수할 것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에겐 감염과 실업이라는 양자택일을 강요하지만 자본가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위기는 기회라며 부(富)를 늘리고 있다. 미국인 2,600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 동안 억만장자들은 3,080억 달러(약 378조원)를 더 벌었다. 3월 18일부터 4월 22일까지 부자들의 자산은 모두 10.5%가 증가했다고 한다. 기업들은 전염병 대유행을 틈타 폭리를 취했고, 이들 억만장자들에게는 코로나 구제금융과 지원의 틈을 이용해 부를 늘렸고, 세금 의무까지 큰 폭으로 줄였다.
실업대책
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선 자본가들의 정책에 기대선 안 된다. 노동자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제기하고 실현시켜야 한다. 모든 해고를 금지해야 한다. 일자리를 보장하고 휴업을 한다면 충분한 휴업급여를 지급토록 해야 한다. 만약 실업상태에 놓여 있다면 일자리가 제공될 때까지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거냐고? 부를 독점하고 있는 재벌들과 자본가들이 부담하게끔 해야한다. 불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사태를 핑계로 기업들에겐 240조 가량의 기금을 풀었지만 노동자들에겐 재난지원금을 포함하여 20조 원 가량만을 지원했을 뿐이다. 재원이 없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위해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쉽사리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당장 위기가 해결되더라도 전염병은 또다시 창궐할 수 있다. 이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자본가들의 이윤추구를 위해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돈이 되는 일자리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의료, 공공부문을 비롯한 새로운 일자리를 확대하고, 기존에 수요가 줄어들어 어려운 생산시설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다른 시설로 전환해야 한다. 자동차공장의 가솔린차 판매가 줄어든다면 전기차공장으로 전환하는 것이 왜 불가능하다는 말인가?
자본가들의 선의에, 우연에 모두의 운명을 맡겨선 안 된다. 예견되는 위험과 문제를 확인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방향으로 생산과 분배가 이뤄지도록 이제는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윤중심의 무정부적 생산을 필요중심의 계획생산으로 전환하는 길을 코로나 사태는 요구하고 있다.
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