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부터 민주노총 12개 간접고용 사업장(현대위아, 포스코, 현대제철, 기아차, 현대차, 한국지엠, 아사히,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등 금속노조 9개 간접고용 사업장, 한국마사회, 지역난방공사 등 공공운수노조 2개 간접고용 사업장, 전국 지자체 생활폐기물 민간위탁 조합원으로 구성된 민주연합노조 등 민주일반연맹 1개 사업장)은 원청에 △상시지속 업무 정규직 전환 △위험의 외주화 금지 : 원·하청 공동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원청은 답하지 않거나 교섭 의무가 없다고 했고, 이에 5월 20일 공동으로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조정회의 등을 통해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안임을 알고 있다”고 했지만, 결국 원청 사용자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간접고용노동자에게는 원청과의 교섭권 없음을 통보했다. |
지난 5월 20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 앞에 금속노조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천막이 설치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인 원청과의 교섭할 권리를 정부가 나서서 부여해줄 것을 촉구하는 농성이었다.
그동안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형식적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는 원청의 허락없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앓는 소리하고, 실질적 업무지시를 하는 원청은 자신들과 직접적 계약은 없다며 교섭을 거부했다. 교섭에 얽매이지 않고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할 경우, 원청 관리자들을 대체인력을 투입하여 파업파괴행위를 일삼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행위는 ‘합법’이라는 보호막을 쓰고 진행 했다. 이런 일들은 ‘원청이 실제 사용자’임을 중노위를 비롯한 정부기관이 인정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문제였다. 그래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원청 사용자성을 제대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농성에 들어가게 됐다.
중노위 –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
중노위는 6월 1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원청에 대한 쟁의조정신청에 대해 “직접적인 계약관계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의 성립여부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원청이 비정규직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정했다. 현대차, 한국지엠의 경우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내놓고, 수천장의 증거자료가 있지만 “노동조합의 주장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른 적절한 권리구제 절차를 통해 해결방법을 강구 할 것”을 권고했다. 하청업체는 힘이 없다고 하고, 원청은 하청노동자와 관계없다고 발뺌한다. 이런 문제를 비정규직 스스로 돌파하기 위한 해결방안으로 원청에 대한 쟁의권을 달라고 하는데 또다른 해결방법을 강구하라니!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도 원청과 교섭조차 할 수 없다면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어떤 다른 방법을 찾아낼 수 있겠는가.
결국 단결과 투쟁
98년 파견법이 만들어지고 비정규직이 확산되면서 이미 비정규직 숫자는 1200만명을 넘어섰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부당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국회, 정부, 법원은 노동자들의 편인 적이 없었다. 투쟁 과정에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반복해서 확인한다. 국회의원들은 노동자를 위한 법 제정은커녕 노동악법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중노위는 노동3권을 제약하고 노동자들의 발목을 붙잡아 투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법원은 ‘명확한 법리’에도 불구하고 재판 시간을 끌며 불법파견을 비롯한 문제를 뭉개고 있다. 그러는 동안 한국지엠, 현대위아평택의 경우 비정규직이 해고되고, 폐업 위협을 겪고 있다.
자본가에게 면죄부를 주는 중노위의 판정은 한편으로 예상된 것이기도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에게 기대는 방식이 아니라 노동자 스스로 힘을 모으고 투쟁해야만 자신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결국 자본가들의 이익을 지키는데 여념이 없는 중노위를 비롯한 정부에 맞서 투쟁을 만들어가야 한다.
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