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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하기 ━ 권력기관들의 단결된 모습

 

6월 9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재판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사장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등 범죄행위에 대해 장기간의 수사로 증거가 대부분 수집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영장기각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의 주장은 근거없다. 
이재용과 삼성은 2018년 2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같은 해 5월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바닥을 뜯어 회계사기 의혹 관련 각종 내부 문건을 은폐·조작했고 관련 혐의로 기소된 이들은 2019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미 증거인멸을 해왔던 전력이 있음에도 법원은 이를 외면하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삼성전자 소유권 확보

이재용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을 주었다.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주식 4% 가량을 소유하고 있고, 이를 이재용이 확보하기 위해서  제일모직과 (구)삼성물산의 합병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비롯한 다양한 범죄를 벌였다. 그리고 이재용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합병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가진 삼성물산 주식이 필요했고, 이를 박근혜에게 뇌물을 주고 청탁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노동자들의 연금에 손해를 끼치면서도 이재용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했다.

 


진정성 없는 사과

지난 5월 6일 이재용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요구에 따라 △자식 경영권 승계 포기 △무노조 경영 포기 △시민사회와 소통 강화할 것 △재판에 관계 없이 준법감시위 활동 보장 등 4가지를 약속했다. 갑작스럽고 한편으로 생뚱맞은 대국민 사과는 이미 ‘계획’된 것이었다. 
이재용은 박근혜에 뇌물을 준 사건으로 구속되었다 풀려난 상황에서 다시 파기환송심이 진행중이다. 여기에 삼성전자 지배권을 둘러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건으로 검찰조사가 막바지에 이르러 구속영장청구가 임박해 있었던 것이다. 다시 구속되지 않기 위해 이재용은 대국민 사과를 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려 한 것이다. 
이런 이재용의 사과를 두고 조중동을 비롯한 자본의 나팔수들은 이재용의 ‘과감한 결단’이라며 칭찬했다. 그러나 이재용의 사과에는 구체적인 조치는 없는 말뿐이다.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지만 그동안 노조파괴를 담당했던 노무담당 임원들은 여전히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 안기부 X파일 사건, 2008년 비자금 사건 때도 대국민 사과와 경영혁신안을 내놓았지만 유야무야되었다. 자본가들이 실질적 이득을 포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삼성전자의 지배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불법도 서슴지 않는다. 자본가들 자신이 가진 자본에 대한 지배권을 포기하지 않는 사과문 속에 진정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입법, 사법, 행정부의 밀접한 공조

온 나라의 권력이 이재용 구하기에 나섰다. 5월 이재용 대국민 사과를 두고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삼성그룹의 어제 선언을 사법적 회피를 위한 얕은 눈속임으로 절대 보지 않는다”며 추켜세웠다. 애초 감형을 겨냥한 ‘재발방지 대국민 선언’은, 대법원 파기환송심의 고법이 지난해 10월 "기업 내부 준법감시제도“를 권고했고,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을 ‘감형’시켜주기 위한 방안으로 권고한 것이기도 하다. 법원은 '감형 면죄부'를 내밀었고, 이재용은 이에 화답했다. 힘을 가진 모두가 이재용을 구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부치고 있다.

 

5년짜리 정치권력 위에 대대손손 군림하는 경제권력

 

▲ 회장들의 마법휠체어,  왼쪽부터 정몽구회장, 이건희회장, 김우중 전 대우회장, 정태수 전 한보회장

 

재벌들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선 법도 쉽게 무시한다. 혹시라도 걸리면 마법의 3종세트(휠체어, 마스크, 닝겔)을 이용해서 집행유예를 받고 구치소를 쉽게 벗어난다. 미꾸라지처럼 피해가는데 정부 기관들이 힘을 쏟는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달라지지 않았다. 
5년짜리 대통령 박근혜도 구속을 피해가지 못했는데, 이재용은 피해갈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실제 권력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1%도 되지 않는 재벌, 자본가들은 대대손손 물려받은 생산수단의 지배권(경제권력)을 활용하여 부를 축적해간다. 2019년 개인 배당금 1위는 이건희(4,748억원), 이재용은(1426억원)은 2위였다. 주식을 가졌다는 이유로 받는 배당금만 천문학적 금액이다. 그리고 이 배당금은 불법, 편법을 동원하여 만들어낸 기업의 지배권을 활용하여 얻는다. 
매우 불편부당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고, 공식적 국가권력이 이를 비호한다. 이것이 현실 자본주의의 쌩얼이다. 이런 현실은 일부가 정치,경제 권력을 독점하는 상황에선 계속 반복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남는 것은 잘못된 현실의 권력관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이다. 

 

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