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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목숨이 이윤보다 소중해지는 세상을 위해 -「김용균이라는 빛」/「나, 조선소 노동자」 북콘서트를 다녀와서

지난 7월 1일 창원 용지문화 공원에서 북콘서트가 열렸다. 북콘서트는 2017년과 2018년에 일어난 산재사망사고 중 삼성중공업 크레인 추락사고와 태안 서부화력발전소 고(故) 김용균의 이야기를 풀어낸 ‘빛이 된 당신을 기억합니다’로 시작했다.
극에서 ‘용균이 엄마’와 크레인 사고 피해자 ‘동생’은 ‘세월호 엄마’를 만나면서 서로를 보듬는다. 그 후 문송면 수은 중독 사건이 검은 천에 띄워지더니 지금까지 일어났던 굵직한 사고들이 읊어졌다. 극은 각 사건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을 외치고 투쟁을 기약하며 마무리되었다. 
불공정한 다단계하청,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처지, 비정규직의 상징이 되어버린 컵라면 먹는 모습 등 현실이 적나라하게 반영된 극이 마무리 된 후 토크콘서트가 시작됐다.


피해자의 몫이 되어버린 진상규명과 법 제정

잇따른 중대재해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어가고 있다. 중대재해법, 기업살인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법과 제도를 제정하고 정비하라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너무도 당연한 ‘죽지 않고 일할 권리’는 아직 멀어 보인다. 
극중 인물의 외침처럼 ‘피해자만 존재하는 사건은 없다’. 산재사망사고는 원인이 있고 책임자와 해당기업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진짜 책임자인 기업주에 대한 처벌도,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대책도 없다. 
고(故)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은 “마냥 슬퍼하고만 싶었는데 그렇게 슬퍼만 하다보면 우리 용균이가 왜 죽었는지도 모르고,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법 제정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 “엄마로서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고통

살아남은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들은 끝나지 않는 고통을 겪고 있다. 산재사망사고를 낸 진짜 책임자와 기업이 처벌되고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들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이들의 아픔도 조금은 아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육체적, 심리적 고통의 치유도 빠져서는 안 된다.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은 극 중 대사처럼 ‘우리도 살아갈 수 있다’, ‘살아남은 자들은 남은 생을 채워가야 한다’고 되뇌지만 과거와 같은 일상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의 생존자인 김영하는 “3년이 지나서 잊힐 만도 하지만 나는 아직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다”고 말한다. 김미숙도 “사고 이후로 기뻐서 웃었던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책 「김용균이라는 빛」에는 사고현장을 목격하고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동료들의 이야기도 있다. 고(故) 김용균의 처참한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목격자로 조사를 받으면서도 죄인취급을 당했던 이야기, 환각과 환청 때문에 그나마 숨 쉬고 잘 수 있었던 빈소에서 장례가 끝날 때까지 버텨야 했던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김영하는 30년 지기 친구조차 떠나간다고 한다. 너무나 지친 부인과는 이혼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보험사도 언제까지 할거냐며 치료종결을 독촉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피해자에게는 ‘보살핌’이 필요한데 법과 제도는 해주지 않는다. 

살아남은 자들과 살아있는 자들의 연대

산재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운이 좋아 산재사고에서 살아남는다 해도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 삶이 망가져버린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산재사고를 유발한 기업이 피해자와 유가족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트라우마에 고통 받는 생존자들을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것은 살아있는 자들의 몫이다. 언제든 자신이 그 당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재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故)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이 투쟁을 선택했던 이유도 이것이다. 
“용균이가 죽고 나서 목숨 값을 헐값 치부하고 사고를 무마시키려 했던 사람들을 절대로 용납할 수가 없다. 내 슬픔 안에는 앞서 죽은 이들의 한(恨)이 서려 있다. 최대한 해보려고 한다.”
이윤이 목숨보다 중요한 세상에서 법과 제도가 아무리 좋아진다 한들 산재 없는 현장은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살아남은 자와 살아있는 자가 함께 연대하고 투쟁해야 한다. 노동자의 목숨이 자본가의 이윤보다 소중해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