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에 위치한 S&T중공업 사측은 지난 5월 하청업체에 도급을 줬던 공정을 원청에서 직접 생산하는 공정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S&T중공업 사측은 7개 사내도급업체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하청노동자들이 일하던 자리에 90명의 정규직노동자들을 배치하겠다고 S&T중공업지회에 통보했다.
물량이 줄어들어 경영에 어려움이 있다며 도급줬던 물량을 다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영위기를 핑계로 정규직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을 몰아내는데 동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S&T중공업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져 비정규직 580여 명이 해고되기도 했다.
그러나 S&T중공업 정규직노동자들은 하청에서 하던 일을 인소싱을 하면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인소싱을 거부했다. 정규직노동자들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뺏으면서 ‘나 혼자 살자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 함께 살자’며 투쟁을 이어갔다.
그러자 사측은 6월 말일로 하청노동자들을 계약해지했다. 그리고 정규직노동자들에겐 희망퇴직 공고를 냈다. 유급휴직에서 돌아온 200여 명 중 110여 명이 희망퇴직서를 내고 공장을 떠났다. 회사는 남은 노동자들을 생산공정에 배치하지 않고 교육을 시키겠다며 인사발령을 냈다. S&T중공업 노동자들은 이에 맞서 투쟁을 이어갔다.
7월 22일 노사는 비정규직 공정을 인소싱하지 않고, 내년 말까지 정규직은 ‘순환교육⋅유급휴직’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조합원 60% 찬성으로 가결됐다. S&T중공업지회의 정규직노동자들은 비록 유급휴직에 합의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밥그릇 싸움을 부추기는 사측에 맞서 비정규직 해고를 철회시켰다. 정규직노동자들이 항상 비정규직노동자들을 고용의 안전판으로 보는 것은 아님을 S&T중공업 노동자들은 보여주었다. 나만 살려고 하면 전체가 위험에 빠진다.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해 자본에 맞서야만 자신의 고용도 지켜낼 수 있다.
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