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누적 확진자가 8월 10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2천만 명을 넘어섰다. 누적 사망자는 74만 3천명으로 집계됐다. 변변한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상황에서 일주일 사이 하루 평균 25만~30만 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했고 최근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초기에 해외유입을 완전히 차단했던 홍콩ㆍ대만ㆍ베트남ㆍ몽골 등의 국가에서도 확진자가 늘어나 국경봉쇄로는 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는 인류를 구할 코로나19 백신개발 소식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백신개발 어디까지 왔나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165개 이상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이 개발되고 있고, 이 중 27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진행했다고 알려졌다.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미국의 화이자, 중국의 칸시노 바이오로직스가 개발 중인 백신이 초기 임상실험에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모더나 역시 코로나19 백신이 긍정적인 항체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임상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아직은 초기 임상결과일 뿐이지만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고, 제약회사들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백신개발이 완료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말 바이러스 정복이 눈앞에 와 있는 것일까?
생명보다 이윤이 먼저인 사회
백신이 개발되면 코로나19로부터 인류가 해방되어야 하지만 여기에는 이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애물이 놓여 있다. 바로 ‘이윤’이라는 장애물이다. 7월 21일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다섯 개 제약회사 대표 중 모더나와 머크, 화이자의 대표는 “백신을 실비만 받고 팔지 않겠다” “현 상황이 매우 특수하다는 점을 알기에 이를 백신가에 반영하겠다”며 백신으로 큰 이윤을 남길 계획임을 숨기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은 1차 유행 국면에는 이윤을 남기지 않겠지만, 또다시 대유행이 오는 2차 국면에서는 이익을 얻겠다고 밝혔다.
백신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 만큼 이윤을 남기겠다는 제약회사들의 주장은 타당할까?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등의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민간 기업에 100억 달러(약 11조 977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배정했다. 이 중 모더나는 9억 5,500만 달러(약 1조 1,498억 원)를, 머크는 3,800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개발비용을 지원받아 만든 백신을 또다시 돈을 받고 팔아 주머니를 채우겠다는 계산법은 분명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자본주의 사회의 수호자인 정부들이 막대한 개발비용을 쏟아 붓고 있는 이유도 생명을 중시하기 때문이 아니다.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가운데 전염성이 매우 강한 코로나19의 확산을 늦추거나 막는 가장 유효한 수단은 현재로서는 ‘거리두기와 셧다운’ 뿐이다. 하지만 경제활동 중단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두려운 각국 정부들은 서둘러 셧다운을 해제하고, 관광객을 받겠다며 국경을 개방하고, 여행을 부추기고 있다. 각국 정부들이 제약회사들에 막대한 개발비용을 지원해가며 백신개발에 서두르는 이유도 이 사태를 빠르게 종식해야 ‘자본주의 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 자체가 바이러스다!
많은 나라의 제약회사들이 백신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각국 정부들은 투자금과 행정적 지원으로 백신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백신개발 속도는 더디다. 국제적 협력과 지원의 집중 대신 막대한 이윤이 보장되는 백신 시장의 선점을 위한 경쟁으로 시간과 자원이 낭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에는 평균 5∼10년이 걸리고 들어가는 비용은 10억 달러(약 1조 2,200억 원)에 달한다. 100여 개가 넘는 곳에서 따로 진행되는 연구와 개발에서 얻어지는 성과를 공유하고 서로 협력한다면 이 시간과 비용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오직 이윤추구를 위해 작동하는 자본주의 사회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 인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이윤추구를 위한 경쟁으로 인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라는 바이러스도 함께 치유해야 한다.
이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