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국적 확산 기세를 멈추지 않으면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위험은 노동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 산업 현장 역시 비켜가지 않는다.
코로나로 인한 ‘비상 경영 사태’ 때문에 소모품 예산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한다는 공지가 LG전자 냉장고 부서에 나붙었다. 이 소모품에는 안전화 및 안전 장비들도 포함되어 있다. 생산하는 데 필요한 안전장비를 신청해도 제한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소모품을 줄일 정도로 진짜 비상상황인걸까.
코로나로 인해 단 하루도 쉬어본 적 없는 이 공장에서는 코로나 이전 시대보다 훨씬 더 많은 냉장고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한동안 상시 주간이던 근무 체계를 주야 맞교대로 바꾸어 ‘꺼지지 않는 공장’을 만들었다.
정부가 전염병 위기시대에 ‘경제 챙기기’라는 핑계로 풀어준 여러 규제들을 회사는 아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자본가들은 노동시간 규제완화를 이용해 합법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지금 정부의 성과라는 ‘주 52시간’제도는 이곳에서 없어진 지 오래다. 얼마나 장시간 노동을 시켰는지 월 매출, 생산량 모두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에게는 값싼 ‘성과품’이 주어질 뿐이다. 도대체 신기록을 달성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라는 모순을 어떻게 봐야 한단 말인가.
이전보다 장시간 노동을 하다보면 필요한 물품이나 안전 장비 요소들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비상 경영 체제라는 이름으로 안전장비 신청을 제한하고 지급비를 깎는다는 것은 위험으로 노동자들을 내모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과 동시에 소모품 지급 횟수를 줄이다 보면 낡은 것을 더 오랜 기간 쓸 수밖에 없고 그만큼 더 위험해 질 수밖에 없음은 당연하다. 안전은 이윤보다 항상 뒷전이다.
현장 곳곳에 붙어있는 안전에 관한 플랭카드들은 얼마나 노동자들을 기만하고 있는가! 그렇게 노동자들을 쥐어 짜내어 만들어진 이윤은 절대 노동자들을 위해 쓰여지지 않는다.
과연 이 비상경영체제는 누구를 위한 비상경영인가? 결국 자본가의 이윤을 보존하고 늘리기 위한 비상경영체제이다. 다쳐도 산재는커녕 공상도 하기 힘든 사업장, 최저임금 비정규직노동자를 계약직으로 돌려가며 쓰고 버리는 사업장에서 '어렵다', '위기다'는 호들갑은 극도의 '착취강화'를 의미할 뿐이다.
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