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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명천의 정리해고, 치졸한 해고에 맞서 싸우는 명천노동자들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업체 ㈜명천에서는 수차례의 희망퇴직에 이어 정리해고가 진행되고 있다. 명천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명단이 나오기 전부터 출투, 중투, 퇴투, 기자회견 등 사측의 부당하고 일방적인 인원감축 계획을 폭로하며 명천뿐만 아니라 타업체 하청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명천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명단이 발표되자 다음날인 11월 3일(화) 대우조선 내 서문 안 삼거리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정리해고자는 물론 명단에 들어가지 않은 노동자들도 이 천막농성에 함께 하고 있다. 노동해방의 깃발은 천막농성에 함께 하고 있는 명천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명천동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11월 2일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명천노동자들과 함께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질문1.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인 명천이 희망퇴직에 이어 정리해고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동지들은 정리해고 명단이 나오기 전부터 투쟁을 시작하셨습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주십시오.

▶ 함께 투쟁하는 명천노동자
10월 6일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주)명천 정리해고 규탄 기자회견부터 시작해 공개적인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출투, 중투를 서문식당 앞에서, 퇴근 후엔 서문에서 명천 동료들과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인원감축 계획의 부당함을 알렸습니다. 
그동안 사측은 강제연차, 희망퇴직, 무급휴무를 강요했습니다. 그리고 평일 5시 퇴근, 특근도 없다고 했습니다. 이는 돈을 못 벌게 해서 본인이 알아서 퇴사하게 만들려는 사측의 얄팍한 의도입니다. 

▶ 명천 정리해고자 A
정리해고를 한다는 말을 사무실과 직반장들에게 듣고 현장에 마음이 통하는 작업자들과 함께 조선하청지회에 들러 지금 처해있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하고 바로 다음날 아침부터 서문 식당 앞에서 선전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나서 해고자 명단이 발표되고 그 명단 속에 제 이름도 포함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선전전으로는 안 된다는 판단으로 하청지회 분들과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 해고자 명단에 들지는 않았지만 현장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들과 함께 천막농성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 명천 정리해고자들은 11월 3일 정리해고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동지들과 함께 대우조선해양 내 선각삼거리에서 천막농설을 시작했다.

 
질문2. 일개 조선소 하청업체에서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를 단행한 사례는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조선소 업체들은 일방적으로 무급휴업, 임금삭감 등을 시행해왔고, 이도 안 되면 해고와 폐업을 서슴없이 자행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명천의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는 이례적입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함께 투쟁하는 명천노동자
명천 근무자 중 거통고조선하청지회에 가입된 동지들은 다른 하청업체보다 많습니다. 명천 동지들은 무슨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앞장서고 함께 연대했기 때문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천 정리해고는 곧 거통고조선하청지회를 없애기 위한 수순이라 생각합니다.  

▶ 명천 정리해고자 A
제가 배운 것도 많이 없고 조선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지만 인터넷이나 TV언론에 보도되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한 뒤 아주 편하게 현장에 있는 하청노동자들을 부려먹기 위한 사전포석인 듯싶습니다. 대우조선원청이 협력사 대표들에게 인원 감축을 지시했을 것입니다. 가능하면 상용직을 모두 없애고 물량 작업자나 단기계약직으로 바꿔 손쉽게 인원을 늘렸다 줄였다하려는 것 같습니다. 

 

▶ 명천 정리해고자 B
회사는 인원감축을 하려고 노사위원회를 이용했습니다. 거통고조선하청지회가 만들어지고 서류에만 있던 노사위원회를 모든 작업자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꿨었는데 회사가 노동자대표를 회유했습니다. 이 노동자대표라는 사람이 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희망퇴직, 무급휴직, 강제 년차사용, 권고사직(정리해고, 인사평가)을 허용해줬습니다. 노동법을 피하려는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한 이벤트라 보면 될 것입니다. 


질문3. 정리해고 명단이 발표되었을 때 충격이 컸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사측은 노동자들 개개인에게 점수를 매겨 명단을 발표했는데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동지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 함께 투쟁하는 명천노동자
10월 28일 아침에 해고자 명단이 나왔는데 사측이 문자를 개별적으로 보냈습니다. 동고동락했던 동료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가슴이 너무 아프고 분노가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차라리 나를 해고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료는 조선소 일하다 너무 많이 다쳐서 몸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더욱더 아프네요.  

▶ 명천 정리해고자 A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담당 반장으로부터 전화로 해고통보를 받았습니다. 그 순간부터 밥도 못 먹고 가족들에게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 말도 못했습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다음날 아침 출근해서 담당 반장으로부터 해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회사 마음대로 작업자들을 채점하여 점수가 낮은 작업자들을 해고시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7월부터 일이 없다는 핑계로 본공들은 매일 A코드(5시 퇴근)고 잔업, 특근은 회사에 소속된 물량작업자, 심지어는 밖에서 A/S(알바)를 불러서 시켰습니다.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말도 안 되는 해고 명분만 쌓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제가 왜 해고가 되어야 하는지 이유도 듣지 못했습니다. 담당반장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고 하면서 자기도 형님이 왜 해고자 명단에 들어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용접사로서 기량도 우수하고 근태도 너무 좋고 부양가족도 있는데 왜 명단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몇 해 전 장비이동 중 허리를 다쳐 허리에 고정핀을 4개나 박는 허리수술을 산재로 하고, 회사에서 작업자들에게 불합리하게 지시하는 것에 반발을 많이 해서 이번 해고자 명단에 포함시킨 것 같습니다. 

▶ 명천 정리해고자 B
그건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 있다고 산자를 공격하기는 싫습니다. 심사기준이 이해할 수가 없는 수준입니다. 제멋대로고 이유를 설명해주지도 않습니다. 


질문4. 11월 3일부터 정리해고 철회투쟁을 위해 천막농성을 시작하셨고, 강도 높은 현장투쟁을 계획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동지들의 높은 결의만큼이나 연대의 힘이 절실할 것 같습니다. 주변의 하청노동자들이나 정규직노동자들이 동지들의 투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연대를 확대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시고 계신지요.

▶ 함께 투쟁하는 명천노동자
회사 안에서 명천노동자, 거통고조선하청지회 동지들과 해고 철회를 위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같이 일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우리가 지금 안 일어서면 제2, 제3의 해고가 다시 닥칠 것이 분명하다, 같이 연대해서 투쟁해야 한다, 외면하고 무시하면 곧 우리의 생존권을 박탈당할 것이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우리가 투쟁해서 해결해야할 숙제입니다. 
하청노동자가 죽어가는 현실이 대중언론에 보도 되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비정규직(하청노동자)이 무시당하고, 한 번 쓰는 일회용품처럼 버려지고 있는 억울함을 알려야 합니다.  

▶ 명천 정리해고자 A
저는 이런 투쟁이 태어나서 처음이라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르겠으나 하청지회와 함께 싸우는 동료들과 함께 할 겁니다. 

▶ 명천 정리해고자 B
저희들은 정리해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각오로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투쟁하고 있습니다. 연대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다른 지회에서도 도와주시고 감사드립니다. 
다른 하청노동자들도 명천 정리해고를 철회시키는 것이 모든 하청노동자들의 고용을 지키고 생존권을 지키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르면 일감이 있을 때 취업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많은 하청노동자들이 앞에 나서지 못할 뿐입니다.

 

질문5. 작년부터 시작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명천동지들의 정리해고 철회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동지들의 투쟁이 앞으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입니다. 동지들이 투쟁에 임하는 각오를 밝혀주십시오.

▶ 함께 투쟁하는 명천노동자
해고자명단에 있지 않더라도 또다시 정리해고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데 하청지회, 명천노동자, 타업체 하청노동자와 연대해서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입니다. 투쟁을 하다보면 어려운 상황도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쇠도 두드릴수록 단단해지고, 사람도 시련과 고통을 견딜수록 강해진다는 믿음으로 동료들과 단결해 하나 되어 투쟁할 것입니다. 이 모든 상황을 다시 역전시켜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 명천 정리해고자 A
저희가 이번 투쟁으로 많은 것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앞으로 우리자식들이 저희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복직하여 예전과 같이 일할 수 있도록 할겁니다. 

▶ 명천 정리해고자 B
네 저희들은 정리해고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정년으로 나간다. 우리가 생존하지 못하면 다른 하청노동자들 다 정리해고 당한다는 마음으로 우리가 밑거름이 되고자 합니다. 정리해고 철회시키고 모든 하청노동자 고용안정 지켜내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하청지회와 투쟁하겠습니다.

정용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