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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시작된 쇼, 총선을 바라보는 노동자의 눈

“요즘 여의도 의사당에 앉아서 웃기고 있는 놈, 졸고 있는 놈, 
돈뭉치 쳐발라 금뱃지 달고서 의사봉 삼박자에 쇼하고 있구나”
― 노동 가수 박준 <접수가> 중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또다시 금뱃지를 달기 위한 정치권의 쇼가 시작되고 있다. 민주당은 여전히 ‘촛불계승, 적폐청산’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자신들이 진보적인 세력인 냥 포장하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정권심판’을 내걸고 개혁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공천을 받기 위한 정치인들과 지역토호세력들의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각 정당들은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줄 인재를 영입하려고 혈안이다. 이미 청와대출신 인사들 60여명이 출사표를 던졌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도시가스공단 사장,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 보은 인사로 낙하산 자리를 꿰찬 공공기관장들의 사퇴와 출마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후보들

각 정당들의 예비 후보들은 어떤 인물들인가?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한국도로공사 사장 이강래는 정규직 판결을 받은 톨게이트 수납업무 노동자들을 법 판결도 무시하고 자회사로 밀어붙여서 천오백명이 넘는 노동자들을 해고하더니, 뒤에선 가로등 사업을 독점하여 개인의 이익을 챙긴 자이다. 말로는 노동자 편이라면서 노동법 개악을 추진하고,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더니 자회사를 강요하면서 자본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문재인 정부와 이강래 사장은 다를 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강래가 아무 거리낌 없이 민주당 후보로 선거에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수구세력의 선두부대인 자유한국당이 영입한 인물들은 볼 것도 없다. 자한당 영입1호였던 박찬주 전 육군대장은 공관병 갑질, 부정청탁 등의 문제로 군대 적폐 세력으로 지목받았던 핵심 인물이다. 청년대표로 영입된 백경훈은 20대 총선에서 자한당 청년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신보라의원과 선후배관계로 신의원 비서의 남편이다. 조국 사태 때 ‘공정과 정의’를 그렇게 외쳐대더니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 세습영입 논란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백경훈 청년대표


일하지 않는 국회

선거 때만 되면 국민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할 것처럼 호언장담하던 후보들이 막상 당선되면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조차 하지 않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회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인 입법 활동만 보더라도 상황은 명백하다. 
지난 12월 25일 기준 20대 국회에 접수된 법안은 총 2만3579건이었다. 그러나 이날까지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은 7211건으로 법안 처리율은 30.5%에 불과했다. 사상 최저치다. 처리되지 못한 법안 1만6368건은 20대 국회가 끝나자마자 자동 폐기될 예정이다. 
노동자 대중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법은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법이 훨씬 많음에도 이들은 자신들이 낸 법안조차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폭력행위도, 장외투쟁도 서슴지 않는다. 국정감사를 파행으로 몰고 가고 예결산안 심의도 뒷전이다. 
노동자들에게는 무노동 무임금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국회의원들은 일을 하지 않아도, 구속 수감되어도 매월 1,265만원, 연간 1억 5천만 원이 넘는 세비를 받고 있다. 이러니 돈뭉치 쳐발라서라도 국회의원이 되려고 목매지 않을 자가 누가 있겠는가?

선거법 개정? 공수처법 통과? 그래서 뭐?

최근 패스트트랙으로 준연동형비례대표제와 만18세선거권이 포함된 선거법개정안 및 공수처법이 통과되었다. 자한당은 필리버스터와 의장석 점거까지 하며 법 개정을 막으려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국민들을 위해 대단한 일을 해낸 것처럼 호들갑이다. 반면 자한당은 엄청 심각한 문제라도 벌어진 것처럼 법석이다. 
하지만 대중들의 지지를 사표(死票)로 만들지 않겠다며 야심차게 던진 비례대표제는 이미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면서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 게다가 자한당은 비례한국당을 만들어 비례대표제를 무력화시킬 방법을 고안 중이다. 
여당야당 할 것 없이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국회의석을 확보하는 데 무엇이 더 유리한가이고, 이들은 자신들의 필요와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있으며 입맛대로 법을 뜯어고치는 것도 예사다. 이들이 국민들을 위해 법을 만들고 국민들을 대변할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 
공수처법 역시 마찬가지다. 행정부든 입법부든 사법부든 돈과 인맥, 학벌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누가 누구를 공정하게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인가? 김학의나 윤중천이 그 많은 자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무혐의 처분을 받는 게 공수처가 없어서 그런 것인가? 공수처든 특별감찰관이든 자본주의 사회가 유지되고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힘을 가지고 있는 한 이들을 제대로 처벌할 방법은 없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잡아가는 경찰, 법을 위반한 자본가들은 내버려두고 항의하는 노동자들만 기소하는 검찰, 가진 자들의 죄는 덮어주기 급급하고 힘없는 자들에게는 무거운 형량을 때리는 법원, 그리고 자본가들의 시녀역할에 충실한 정부는 이미 공정함과는 거리가 멀다.

 


멈추지 않는, 멈출 수 없는 투쟁들

한동안 언론의 관심은 온통 총선에 쏠릴 게 분명하다. 하지만 후보들마다 국민을 위하겠다고 소리 높여 자신을 뽑아 달라 읍소하는 그 순간에도 노동자들의 삶은 고통으로 내몰리고 있다. 
촛불정부라고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싸우지 않고서는 하루도 살아낼 수 없다. 자회사를 강요하는 공기업에 맞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 무한경쟁에 내몰려 고용불안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마사회 문중원 열사, 해고와 노조탄압에 맞서 싸우는 영남대병원, 아사히,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싸우고 있지만 이들의 말에 진심으로 귀기울이는 정치인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선거철만 되면 소외받는 이들을 들러리 세워놓고 사진 찍기만 바쁜 이들에게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관리해야 할 골칫거리’. ‘엄정 대처’해야 할 대상일 뿐이고, 자본가들은 불법을 저질러도 감싸줘야 하는 든든한 우군, 믿음직한 뒷배인 것이다. 자본가들과 등지고선 자신의 정치적 생명도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치인들이 노동자들의 편에 설 리 있겠는가?

우리가 믿을 것은

전태일열사가 살았던 196~70년대보다 노동환경이 이만큼 나아진 것도, 박근혜를 구속시키고 정권을 끌어내린 것도 다 단결된 노동자 대중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말에 속지 말자. 노동자들의 노동을 무시하고, 국민을 우습게 알며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인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기지 말자. 
노동자들이 믿을 것은 앞뒤가 다른 국회의원의 세 치 혀가 아니라 노동자 계급 스스로의 단결된 힘이다. 단결만이 세상을 바꾸거나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다.

                                                                                                                                                권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