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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집값을 만드는 미친 세상

noheflag 2021. 1. 10. 19:14

2020년 5월 8억 원하는 34평 창원 의창구의 한 아파트가 12월 10억을 넘어섰다. 최근 몇 달 사이에 창원의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2~3억 원이 뛰어올랐다. 창원의 갑작스런 부동산 폭등은 의아한 일이다. 제조업 중심도시인 창원은 최근 몇 년간 제조업 경기가 하락하고, 구조조정과 해고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위축되면서 부동산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어 집값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이미 창원의 주택보급율은 112%로 집이 남아도는 공급과잉 상황이다. 집값이 떨어지면 떨어졌지 오를 상황이 아님에도 몇 달 사이에 25%나 부동산가격이 오르니 이상하게 보여지는 것이다.

투기과정


상식적인 눈으로 보면 참으로 이상한 현상이지만, 실제로 이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부동산 투기가 벌어지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창원의 부동산 급등 과정은 이러하다. 지난 5~6월 서울의 투기꾼들을 중심으로 묻지마 매수가 시작되었다(경남지역 신규 아파트 30% 이상을 외지인들이 구매한다). 가격이 올라가자 8~10월 부동산 상승을 기대하며 지역의 실수요자들이 추격매수를 시작했다. 반년만에 아파트 가격이 25%나 올랐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정부가 12월 창원시 의창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후 상승폭은 줄어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창원뿐만이 아니다. 부산, 광주, 대구 등 광역시를 비롯해 전주, 파주, 순천 등 중소도시까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에선 지난 12월 36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고, 창원 의창구는 투기과열지구로 묶었다. 그러나 급등한 부동산은 정부 정책을 비웃듯 내려오지 않고 여전히 상승 중이다. 
지방의 부동산 급등은 정부의 서울지역 부동산규제와 함께 이뤄졌다. 정부가 서울지역 부동산값을 잡겠다고 나서자 투기자금이 지방으로 몰려왔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가 지방에 생겨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 3년간 24번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지만, 백약이 무효였고, 그동안 부동산 가격 인상분은 2,000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역대 정권 중 최대 수준이다.


부동산 폭등을 원하는 이들

부동산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들의 상당수는 강남에 집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다. 부동산 관련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이었던 박덕흠 의원은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강남 재건축 특혜3법(부동산3법)을 통과시키고 이후 본인 소유 강남 부동산으로 73억 원의 시세차익을 본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정부 관료와 국회의원들은 개인적 투기로 돈을 벌기도 하지만 부동산으로 이득을 얻는 건설사들과 결탁하여 이득을 취하기도 한다. 2014년 국토부 장관, 국회의원들이 부동산경기가 침체라며 건설사살리기에 나선다. 부동산 가격의 인상을 부분적으로 막고 있던 분양가 상한제가 이때 폐지된다. 2014년 분양가상한제폐지를 비롯해 부동산3법이 통과됐는데 이후 건설사 수주액은 107조에서 158조로 1년만에 47%나 급증한다. 건설사들은 재건축, 재개발로 돈잔치를 벌였다. 건설사들의 돈벌이에 기여한 이들은 이후 건설자본들의 연합체인 대한건설협회, 대한주택협회 등으로 자리를 옮겨간다. 국토부 차관, 기조실장들은 퇴직 후 전관예우를 받으며 로비스트로서 자본가들의 이해를 돕는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고 하면 “세금폭탄”, “부동산 규제는 사회주의”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다. MBC 보도에 따르면 언론사 주요간부 949명 중 305명이 강남3구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변화의 이해당사자들인 언론사의 주요간부들이 어떤 기사를 쓰겠는가? 그리고 구조적으로 건설사들은 언론사들을 먹여살리고 있기도 하다. 언론사 지면의 상당부분은 건설사들의 광고로 도배되어 있다. 
이 사회의 권력을 가진 자들이 부동산 투기에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과연 부동산 투기를 진정 막으려 하겠는가?

이들을 뒷받침하는 자본

2020년 12월 가계 부채가 1,940조 원으로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1,918조 원)보다 커졌다.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기와 주식 빚투(빚내서 투기) 열풍으로 가계 대출이 급증하면서 1년간 온 국민이 번 돈으로도 가계가 진 빚을 다 갚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특히 올해 늘어난 가계 대출 중 2030세대의 비율은 42.7%일 정도로 2030세대의 빚더미가 커졌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전국적으로 집값이 급등하자 불안해진 젊은 층이 대출을 늘려서 집을 사러 나선 것이다.
이 돈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시중에 풀린 현금성 유동자금(M2)이 10월 기준 3,150조 5,000억 원이나 된다. 코스피를 두번 사고도 남는 엄청난 유동자금이다. 코로나19로 세계경제가 위축되자 자본가들의 이윤율 하락을 막으려고 정부에서 돈(유동성)을 풀었다. 이 돈들이 주식과 부동산 등에 투기자금으로 흘러들어 거품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자본주의다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부동산폭등 현상이 “투자”라는 포장지를 쓰고 “합법적”이라는 외피로 정당화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정부 관료, 정치인, 언론, 건설사, 금융권 등 이 사회의 주요 기득권자들이 협력하여 만들어 내고 있다. 이들은 부동산 폭등 속에서 직접, 간접적인 이득을 얻고, 나누고 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부동산 투기가 일부 가진자들만이 아니라 다수의 노동자들 속에 넓게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 짤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에, 최저임금으로 겨우겨우 생존해가는 노동자들에게 “집”을 가지려는 꿈은 “땀흘려 일하는 노동”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다. 결국 부동산 가격변동 속에서 빈틈을 이용해서 불로소득을 꿈꾸게 된다. 
그러나 거품이란 언젠가 꺼지지 마련이고, 누군가 돈을 벌면, 다른 누군가는 잃는다. 투기꾼들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 부동산 투기의 막차를 타는 이들은 벼랑끝으로 내몰릴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시스템은 이 벼랑끝으로 노동자들을 몰아가고 있다. 


다른 길은 없는가?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1가구 1주택 보유·거주를 기본으로 하는 주거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실거주자 외엔 부동산으로 생기는 불로소득을 100% 환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 일부도 이윤추구 수단으로 주택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지 않으면 미친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 힘에선 “사회주의 하자는 거냐”며 비난하고  민주당 내에서도 ‘무분별한 법안 발의를 통제’해야 한다고 나서자 진성준 의원은 “오해가 있다, 다주택 부정하는 것 아니다”라며 꼬리내렸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길은 있다. 부동산으로 돈벌이 할 수 없도록 만들면 된다. 다주택 소유를 할 수 없게 하고, 1가구 1주택을 기본으로 만들면 된다. 땅을 누군가의 독점적 소유물이 아니라 모두가 공동소유하게끔 하면 된다. 주택을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 되도록 만들면 된다. 자본주의 이윤시스템을 추종하고 거기서 돈벌이하는 민주당을 비롯한 자본가 정치인들은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 안정적 주거권을 뺏기고 있는 다수의 노동대중이 근본적해결책을 제기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사회주의 하자는 거냐”는 비난에 “해결방안이 사회주의라면 사회주의 해야 한다”고 제기해야 한다. 부동산 폭등과 폭락 속에서 안정적인 주거공간도 마련하지 못하는 불평등한 사회를 바꾸는 것 외엔 다른 길은 없다. 

 

진환


 

 

 

 

 

최근 KNN 추종탁 기자가 페이스북에 쓴 <부산이 매번 투기세력에 당하는 이유>라는 다음과 같은 글이 큰 호응을 얻으며 널리 공유되었다. 추 기자는 부동산 업계에서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정리했다고 한다. 
'서울 투기세력들이 부산에 온다 ⇨ 인기 아파트 여러 채를 산다 ⇨ 매물 호가를 올려 부른다 ⇨ 자기들끼리 비싼 호가로 거래를 한다 ⇨ 터무니없이 비싼 호가가 실거래가 된다 ⇨ 원주민들도 매물 호가를 올린다 ⇨ 중앙지들이 부산 부동산이 급등했다며 분위기를 띄운다 ⇨ 놀란 실수요자들이 비싼 호가로 산다 ⇨ 투기세력이 자신들이 올린 비싼 호가로 모두 팔고 떠난다 ⇨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다 ⇨ 가격 폭락 ⇨ 비싼 이자 내며 버틴다 ⇨ 수년 뒤 지역 언론에서 부동산 규제 해제 요구한다 ⇨ 정부 규제 해제 ⇨ 다시 서울 투기세력들이 부산에 온다.' 이 과정이 무한반복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