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 착한 ‘척’하는 기업!
엘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연대하며
우리는 다르다?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이라는 것이 있다. ‘사회적인 이슈를 기업의 이익 추구에 활용하는 마케팅 기법’을 의미한다. ‘(특정)기업의 제품 소비 = 정의로운 소비’라는 등식을 만들어서 ‘착한 기업’, ‘좋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것이다. 그런데 ‘착한? 기업’이 진짜 사회적 책임을 지면서 소비자이자 노동자를 위하고 있는 것일까?
독립 운동에 기여한 기업가?

LG 창업자 연암 구인회 회장이 독립운동을 지원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거대언론사들에서 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독립운동가 안희제 선생에게 약 1만 원(지금 돈 1억 원 정도)을 독립자금으로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것에 대한 기록은 LG 그룹 연암 기념 사업회에서 펴낸 『연암 구인회』라는 책에서 처음 등장한다. 구인회 회장 동생인 구평회씨의 지인이자 극작가인 한운사가 쓴 것으로 사후에 행적을 조사하고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진술을 누가 했는지, 사료는 무엇인지, 목격자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 없다.
하지만 1940년대 구인회는 ‘친일’ 활동을 했다. 1941년과 1942년 1월에는 매일신보의 일제 찬양 광고에 회사 이름을 걸기도 했다. 또한 1944년에 구인회는 전쟁 물자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경남상공경제회’의 진주 지부원을 지냈다. 장남인 구자경은 일제 말, 1945년 4월 지수국민학교 훈도가 됐다. 훈도는 초등 교사로, 당시 황국신민(일제 강점기에, 천황이 다스리는 나라의 신하 된 백성이라 하여 일본이 자국민을 이르던 말)화 교육에 앞장서는 역할을 했다. 훈도 자체로는 친일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독립운동가 이미지에 비추어보면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다. 기업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LG는 불명확한 독립행적을 부각시켜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만드는 일에는 공을 들였지만, 명확한 친일행적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Life is Good? whose life? LG!
그렇게 LG는 착한 기업이 됐다. 다단계 하청과 각종 산업재해, 무노조 경영 등으로 이미 악명을 드높인 삼성전자는 피하자는 생각으로 LG전자 제품을 구매하는 구매자들이 있다.
그런데 지금 LG 전자, LG 생활건강, LG 유플러스를 대상으로 불매운동이 한창이다. 자신의 sns프로필 사진을 “청소노동자 쫓겨나면 LG 제품도 쫓겨나요”라고 적힌 사진으로 바꾸는 움직임이 진행 중인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2020년 12월, LG가 LG 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을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했다. 10년 넘게 그 건물을 청소했던 노동자들을 단번에 해고시켜 생계를 위협했다. 청소 노동자들을 쫓아낸 ‘지수I&C’라는 용역업체의 주인들은 그룹 총수 구광모 회장의 고모들인 구훤미와 구미정이다. 이 두 사람은 청소 용역업체를 설립한 뒤, 그룹으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혜택을 받았다.
그룹 측은 본사가 입주한 청소노동자 집단해고에 대해 “직접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 밝힐 입장이 없다”고 한다. 자본가들은 ‘하청용역’을 줘서 인력비용을 줄이려 하면서도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들하고는 무관한 일이라고 발뺌을 한다. 용역업체 사장이 ‘배째라’하는 용기가 있다손치더라도 본사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가? 본사에서 청소 노동자들의 고용을 유지하라고 지시하면 용역업체는 그 지시를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본사 건물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S&I코퍼레이션’은 지주회사인 (주)LG가 100% 출자한 자회사다.
집단해고와 관련해 자회사는 ‘고객사의 불만족’을 이유로 계약을 종료했다고 변명한다. 그러면서 “이번 집단해고가 노조 결성과는 무관한 일”이라 한다. 지난해 초부터 LG 계열사들의 불만이 제기되어왔다는 것이다. 그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불만이 제기되었다고 이야기한 시기가 정확히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 후이기 때문이다.
지수I&C는 10여 년 간 청소용역 업무를 별 탈 없이 수행해왔다. 청소 방식이나 노동자의 구성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바뀐 점이 있다면, 2019년 10월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것이다.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건을 두고 협상을 벌여왔다.
그 과정에서 근무시간 꺾기(줄이기)와 관리자의 막말 갑질이 멈췄다. 노동조합 분회장은 “일하다 다치면 마음 놓고 산재 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용역업체와의 계약만료를 통한 해고는 지난해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이를 없애려고 벌인 일”이라며 “부당한 일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그게 싫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착한 기업의 응수?
LG는 결국 해명에 나섰고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 그러나 앞뒤 안 맞는 해명의 연속이다. 먼저 업체에서는 노동자들이 ‘청소 못해서’ 해고했다고 하지만 해고 노동자 중에는 일을 잘한다고 표창장까지 받은 노동자도 포함되어 있다. 그 노동자는 노동조합 조합원이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대부분 10년 경력의 청소 배테랑들이다. ‘일을 잘 못해서’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이들이 해고된 것은 순전히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것 때문이다. LG는 기존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업체를 선정했다. 그리고는 이전 업체에서 일하던 관리자와 비조합원들을 그대로 승계했다. 계약해지를 통한 해고는 어느 모로 보나 노동조합을 깨기 위한 공작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업체는 ‘정년 70세, 월급 240만원’이라는 노동조합의 요구가 너무 무리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노동조합에서 정년의 나이를 정해서 요구한 적이 없다. 오히려 LG 관리자가 “나이 상관없이 일할 수 있으며,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정년 정해둔 것이 없다.”고 늘 이야기 해왔다고 한다. 240만 원을 요구했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청소노동자 80여 명은 최저시급을 적용받아 왔다. 그조차도 업체는 계약한 시간보다 더 적은 시간 일을 시키는 이른바 ‘시간 꺾기’로 임금을 줄여왔다. 그래서 월 실수령액은 169만 원 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 교섭에서 노조는 시급 9,400원을 요구했다. 이 시급을 그대로 적용받는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80명 청소노동자들에게 추가적으로 더 지급해야 할 임금은 한 해 2억 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LG 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3분기에만 9,590억 원이었다. 그런데도 회사에서는 노동조합의 요구에 경영부담을 핑계대고 있다. 노동자들의 집회를 막기 위해서 경비용역에게 일당을 적게는 8만 원에서 많게는 20만 원까지 쓰고, 비싼 값에 대형 로펌을 사서 노동자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남발하면서 경영부담을 핑계대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또한 업체는 노동조합이 억지를 부려서 다른 청소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면서 거짓 소문을 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순전히 회사의 잘못으로 만들어진 상황이다. 2020년 11월부터 노동조합에서는 고용승계 주장을 했으나 회사에서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새로 청소노동자들을 모집했다. 그래놓고는 이제 와서 노노갈등을 부추기며 그것을 노동조합 탓으로 돌리는 것이야말로 지독한 억지이다. 오히려 기존에 청소 노동자 1명이 청소해야할 곳의 면적이 1,200~1,300평이나 될 정도로 노동강도가 높았기 때문에 노동강도를 대폭 낮출 필요가 있고, 그렇게하면 신규채용된 노동자들을 핑계대며 노노갈등을 부추길 이유도 없어진다.
LG가 트윈타워빌딩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들을 마포빌딩으로 보내 고용을 유지시켜 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고용유지가 가능하다면 왜 트윈타워에서 일하는 것은 안 되는가? 회사가 고용을 유지해 주겠다면서도 굳이 일하는 곳을 옮기라고 하는 것은 결국 LG본사가 있는 트윈타워 내에서만큼은 절대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LG의 이 뻔한 수작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청소 노동자들은 예전처럼 트윈타워에서 그대로 일하는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노동조합을 사수하는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맘대로 해고하는 똑같은 기업
고용이 불안하고 노동조합의 진입장벽이 높은 간접고용 노동자가 계속 일하려면 회사의 갑질을 무던히도 견뎌야 한다.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관리자들은 “주머니에 손 넣지 마라”, “웃지 마라”와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아무 때나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고된 작업 때면 “미친○” “○○○들아. 빨리빨리 안 해!” 등 욕설이 쏟아졌다. 한 조합원은 “예전 감독은 말끝마다 ○○○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분통을 터뜨렸고 소장이 조회 때마다 “당신들은 하루살이 인생이다. 나가고 싶으면 당장에라도 나가라. 너희들은 일회용이다”라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청소 노동자들은 이런 관리자들의 폭언과 막말이 제일 서럽고 수치스러웠다고 한다. 끔찍한 갑질은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면 한층 심해졌다고 한다. 이것이 착한 기업의 행태다. 그런데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니 관리자들이 폭언과 막말이 사라졌다.
그들의 본질은 감출 수 없는 것
LG의 창업정신은 ‘인화(人和)’다. ‘인화’란 ‘사람을 아끼고 서로 화합한다’는 의미다. LG는 ‘기업에게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며 입에 발린 소리를 하고 사실인지 알 수도 없는 과거의 일을 끌어다가 기업의 평판을 좋게 만들려 한다. 그러나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맘대로 해고하고 내팽개친다. 자본가에게 ‘사회적 책임’이란 그저 이윤을 늘리는 수단일 뿐인 것이다.
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