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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알 수 없는 수렁이 된 조선업 4대보험체납

noheflag 2020. 1. 8. 17:22

고통의 연장 

조선업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기간이 또다시 연장됐다. 정부는 지난 2016년 7월부터 시작된 이 지원제도를 2020년 6월말까지 6개월 연장하면서 노동자들의 고통 또한 연장시켰다. 
조선업불황을 이유로 시작된 조선업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대자본을 살리기 위해 소자본을 희생시키는 제도(원청은 납부유예 된 4대보험 만큼 하청업체에 줄 돈을 줄여버렸다)였고, 소자본에 고용된 하청노동자들이 결국 이 모든 책임을 떠안고 있다.
조선업을 살려야 한다고 외치는 지자체장들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같은 사용자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지정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이들에게 노동자의 고통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자본가를 위해 봉사할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뿐이다.

그들만의 조선업 세계 1위

한국조선업은 작년에도 중국을 제치고 2년 연속 수주 세계 1위를 달성했다. 애초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해양플랜트를 빼면 5대 조선사(현대중공업 3사,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목표의 93%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조선 발주량이 전년대비 40%나 급감했음에도 이정도의 성과를 냈다. 
올해 전망도 나쁘지 않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따른 노후 선박 등의 교체수요와 카타르, 모잠비크, 러시아, 미국 등에서 90여척의 수출용 대형LNG운반선 발주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인력도 증가하고 있다. 조선업 피보험자수는 2018년 8월 10만 5천여 명으로 최저였다가 차츰 상승해 2019년 11월 11만 1천여 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1천명 미만 업체만 늘고 있다는 점이다. 1천명 이상 업체는 아직도 감소추세다. 이 말은 원청 정규직의 고용은 계속 줄고 있고 하청노동자는 늘고 있다는 뜻이다. 
많은 언론에서 한국조선업이 살아나고 있고 앞으로도 전망이 밝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의 희생이 전제되어 있다.

 

▲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기간 연장 검토>, 고용노동부, 2019.12.19.



자본가를 위한 조선산업 지원대책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기간 연장을 결정한 정부는 조선업 노동자들이 어떤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자료(<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기간 연장 검토>)에는 “낮은 임금 수준, 열악한 작업환경” 등의 원인으로 숙련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청업체들도 물량팀을 늘리고 있고 신규 채용이 힘들어 노동자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된다고 분석한다. 물량팀이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고, 대부분 4대보험도 미가입되어 있다는 사실도 잘 안다. 
작년 5월 30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동으로 낸 보도자료에는 사용자의 연금 보험료 “체납 시 피해는 근로자에게만 발생”한다고 밝혔다. 조선업의 4대보험 납부유예와 체납처분 유예(처벌 유예)가 노동자에게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 <사업장 보험료 체납 사실 근로자에게 모바일로도 알린다>,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19.05.30.


하지만 대책이 없다. 대부분의 대책은 사용자에 집중되어 있다. 온갖 세금 및 보험료 납부를 유예하고 처벌도 미뤄준다. 이렇다보니 하청사장들은 월급에서 꼬박꼬박 4대보험을 공제하고도 체납하기 일쑤다. 


폭탄이 되어 버린 4대보험 납부유예

2017년 12월부로 국민연금의 납부유예와 체납처분 집행유예가 종료됐다. 하지만 건강보험·산재보험·고용보험의 납부유예, 체납처분 집행유예는 지속된다. 
정부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국민연금 체납사실을 노동자에게 빨리 알려주고 체납자(사용자) 명단 공개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정도다. 미납된 보험료는 여전히 노동자가 납부해야만 한다. 건강보험이 체납된 노동자는 대출도 되지 않아 자비로 체납금을 채워야만 한다.
윤소하의원에 따르면 2019년 8월 기준 조선업 국민연금 체납사업장(1,323곳)의 91%(1,203)가 탈퇴(폐업)를 했다. 대부분의 조선소 하청업체 사장들은 재산이 없다. 그들은 모든 재산을 빼돌리고 사업을 하기 때문에 강제집행을 하고자 해도 받아낼 방법이 없다. 이렇게 하청사장들이 폐업하고 줄행랑치면 모든 피해는 노동자에게 돌아간다.
정부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도 오로지 자본가 살리기에만 집중할 뿐이다. 문재인정부에 기대할 것은 없다. 문재인정부 스스로 불법과 책임전가의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것은 노동자의 힘이 좌우하게 될 것이다. 싸우면 되찾을 것이고 방관하면 빼앗길 뿐이다.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