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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에 이어 대우조선해양 파워노동자들도 작업거부 나서

noheflag 2021. 4. 8. 15:58

▲ 4월 2일(금) 대우조선 파워노동자들이 2년만에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첫 출투를 시작했다.

삼성중공업 최초의 하청노동자 집단행동

지난달 삼성중공업 사내하청 파워노동자들(300~500명)이 ‘일당 2만원 인상과 퇴직 적치금제 폐지, 연월차 지급’을 요구하며 10일 동안 작업을 거부했다.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파워노동자들의 불만이 분출한 것이다. 삼성중공업 사내하청 파워노동자들은 10일 동안의 작업거부 끝에 ‘일당 1만원 인상, 퇴직적치금 폐지, 연차지급’을 쟁취했다.
그런데 삼성중공업 파워노동자들이 작업에 복귀하자 하청사장들은 2개월짜리 단기계약을 강요했다. 2개월짜리 계약을 반복하다, 하청사장들이 1년이 되기 전에 노동자들과의 계약을 종료하면 노동자들은 퇴직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퇴직적치금은 폐지되었지만, 단기계약으로 무력화될 공산이 큰 것이다. 또한 연차를 일당에 포함시키지 않고 별도로 지급하는 대신 법정 공휴일을 일당에 포함시킨 근로계약서를 노동자들에게 들이밀었다. 이런 기만적인 하청사장들의 행태는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단호하고 철저하게 싸워야 하는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 삼성중공업 파워노동자들의 투쟁 승리는 대우조선해양 파워노동자들의 투쟁에 불을 붙였다 .

 

또다시 일어선 대우조선 파워노동자들

삼성중공업 파워노동자들의 작업거부 투쟁에 이어 대우조선 파워노동자들이 작업거부 투쟁에 나섰다. 지난 2019년에도 대우조선 파워노동자들은 작업거부를 통해 일당 2만원 인상을 쟁취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작업에 복귀하자 사장들은 태도를 바꿔 일당을 1만원밖에 올려주지 않았다. 그때 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고, 합의서를 작성하지도 않았다. 단지 하청사장들의 구두 약속만을 믿었다. 
이제 대우조선 파워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것, 사장들의 구두약속이 아니라 합의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 투쟁에 나선 파워노동자들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하청지회)에 집단가입해 조합원으로서 투쟁하고 있다. 그리고 집단토론으로 정확한 요구안을 마련했다. ‘▲일당 2만원 인상 ▲퇴직적치금 폐지 ▲단기계약 폐지(최소 1년 단위계약) ▲법정 연차휴가 보장 ▲법정 공휴일 유급적용 ▲블랙리스트 철폐’가 그것이다. 삼성중공업 파워노동자들의 투쟁을 보며 하청사장들이 얼마나 기만적인 술수 부리는지 목격한 대우조선 파워노동자들은 하청사장들이 술수를 부릴 수 없도록 요구사항을 철저하게 보완했다.


거대한 노동자의 파도가 되기까지

3월 31일(수)이었다. 출근시간 서문식당 앞에 파워노동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청지회도 몰랐다. 우연히 모여 있는 이들을 발견한 하청지회 간부가 왜 모였는지 이유를 묻고 나서야 일당을 삼성중공업 파워노동자들 만큼은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를 확인했다. 150여명이나 되는 파워노동자들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4열종대로 줄을 맞춰 앉더니 하청지회 간부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바로 다음날 아침 대우조선 옆 조각공원에서 다시 모인 파워노동자들은 업체별 대표를 선출하고 요구 사항을 취합했다. 선출된 업체 대표들과 하청지회는 이렇게 모은 요구들을 정리해 파워노동자 6대 요구안을 확정했다. 그리고 이날부터 하청지회 집단가입이 시작됐다. 
다음날인 4월 2일(금)부터 본격적인 투쟁이 시작됐다. 서문안 선각삼거리에 전날보다 많은 파워노동자들이 집결해 자신들의 요구가 선명한 피켓과 현수막을 펼치고 섰다. 우렁찬 구호와 선동이 출근시간을 채웠다. 그리고 대우조선 하청지회가 설립된 후 처음으로 파워노동자들이 소속된 9개 업체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4월 5일 월요일이 되자 더 많은 파워노동자들이 아침 출투에 참여했다. 집단가입도 계속됐다. 하청지회는 이날 원청에게 ‘파워그라인더 노동자 임금인상 단체교섭 협조 요청’공문을 보냈다.  업체들이 교섭에 응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할 것, 만약 교섭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원청을 상대로 투쟁할 수밖에 없음을 천명하는 공문이었다. 
그러나 하청업체 사장들은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대신 하청사장들은 금속노조 중앙교섭을 하자고 요구했다. 하청사장들의 이런 요구는 시간을 끌고, ‘거제통형고성조선하청지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어쨌든 하청사장들이 하청지회의 교섭요구에 직접 응한 것은 아니지만, 파워노동자들의 요구를 그냥 묵살하고 넘어갈 수만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청지회와 파워노동자들은 하청사장들의 교섭거부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았다. 4월 7일(수) 아침 출투에 350여명의 파워노동자들이 집결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대오가 계속 불어나고 있었다. 출투 후 모든 대오가 두 번째 교섭 시간인 09시까지 기다려줬다. 그리고 10분 정도를 더 기다려주다 바로 옆 1도크 바닥으로 내려가 1시간가량 집회를 진행했다. 이는 파워노동자들의 교섭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음엔 더 강력한 투쟁을 할 것이라는 확고한 경고였다. 

▲ 4월 7일 거통고조선하청지회와 파워노동자들은 9개 하청업체사장들이 교섭에 나오지 않자 1도크 바닥으로 내려가 집회를 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투쟁

대우조선 내의 파워그라인더는 이제 멈췄다. 모든 파워노동자가 투쟁에 참여하든 안하든 일을 하지 않고 있다. 몇 명되지 않는 관리자들이 아등바등하고 있을 뿐이다. 그 만큼 작업거부 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파워노동자들의 기세와 규모는 커졌다. 
하지만 하청사장들은 물론 원청도 완강하다. 이번에 파워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다른 직종의 하청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날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하청지회와 파워노동자들은 하루하루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제 더 큰 힘, 완강하게 버티는 원하청사장들이 두려워하는 힘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다른 직종의 노동자들, 임금삭감과 고용불안에 고통 받고 있는 대우조선 전체 하청노동자들과의 결합이 그 힘이다. 
이후 투쟁 과정은 이 글에서 다룰 수 없다. 아직도 투쟁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하루 모든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에게 가슴 뛰는 소식을 전하고 있는 대우조선 파워노동자들의 투쟁이 꼭 승리할 것이라 믿는다.

 

김정모

 


조선소 파워공의 열악한 현실


조선소 파워공은 선박 블록에 페인트칠을 하기 전에 철판의 녹이나 이물질을 그라인더로 갈아내는 작업을 하는 노동자다. 파워그라인더 작업은 조선소 일 중에서도 가장 힘든 일에 속한다. 한마디로 ‘골병드는’ 작업이다. 이 때문에 파워공 중에서 ‘20대, 30대’의 젊은 노동자를 찾기가 어렵고, 10년 이상 20년씩 이 일을 해온 고령의 노동자들은 몸이 성한 곳이 없다. 그래서 조선소 파워공들은 “돈 벌어서 병원에 다 갖다 바친”다고 하소연한다. 
그런데도 15년 전에 14만원 이었던 일당이 지금 16~17만원이 되었을 뿐이다. 자본가들이 ‘물량을 표준화’한답시고 하루에 할 일량을 더 늘려서 훨씬 높아진 노동강도를 감안하면 15년 전에 비해 실제로 일당이 오른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만적인 포괄임금제

그런데 그뿐이 아니다. 조선소 물량팀일당직 노동자들이 받는 일당에는 ‘주휴수당, 휴일가산수당, 미사용연차수당, 고정연장수당’ 등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각종 수당들이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는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퇴직금까지 일당에서 빼서 적치한다. 일당에서 각종 수당들을 공제하고 난 기본일당은 9만 원 정도밖에 안 된다. 이것이 건설업 조선업 등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포괄임금제’라는 것이다. 
포괄임금제 폐지는 문재인의 선거공약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에 고용노동부에서 〈포괄임금제 사업장 지도지침〉을 만들어 포괄임금제를 폐지할 것처럼 했다. 그러나 이 지도지침은 언론보도용으로만 사용되었을 뿐, 문재인의 ‘최저임금제 1만원 공약’이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약’과 마찬가지로 흐지부지되었다. 
조선소 파워노동자들에게는 사실상 연월차 휴가도 없고, 주휴수당도 없고, 휴일수당도 없는 셈이다. 게다가 퇴직금까지 일당에서 빼서 적치한다. 여기에 지난 4~5년 전부터 잔업과 특근마저 없어지면서 월급이 반토막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