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의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술에 미래는 없다!
올 해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10년이 되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35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35년이 지났지만 체르노빌 주변 지역은 방사능 오염이 계속되고 있고, 후쿠시마 원전 역시 사고현장을 수습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정부는 2022년부터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위험한 방사능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폭발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냉각수 유입이 끊기면서 핵연료가 녹아내려 폭발이 일어나 다량의 방사능이 유출되었다. 지금도 뜨거운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붓고 있는데, 그 양이 하루에 140톤에 달한다. 올 3월 기준으로 125만 844톤, 원형탱크 1000여 개 분량이다. 이미 저장용량의 90%를 넘겼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핵물질 정화장치인 ‘알프스’를 통해 방사성 물질 일부를 제거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오염수 125만 톤에는 200여 종의 방사능 핵종이 포함되어 있고, 860조 베크렐(㏃)의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다. 리터당 평균 58만㏃ 수준이다.(1㏃은 1초에 방사선이 하나 나오는 양이다) 또한 오염수 72%에 여전히 세슘, 스트론튬, 탄소14와 같은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남아있다. 실제로 방사선 물질이 기준치의 최대 2만 배가 넘는 오염수도 발견됐다. 일본 언론들은 알프스로 걸러내도 방사성 물질이 제거되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특히 삼중수소(트리튬) 같은 경우는 알프스로 전혀 걸러지지 않는데, 이게 해양생물에 침투해 있다가 인간이 섭취하여 인체에 들어와 내부피폭을 당하게 되면 DNA도 변화되고 발암물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버섯 등 농산물과 일본 연안에서 잡힌 물고기에서 높은 수치의 방사능 오염이 확인되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의 암 발생률 증가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처리했다고 주장하는 일본정부의 말과 달리 진실을 은폐·축소한 사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강행하려는 일본정부
상황이 이런데도 일본정부는 방사능 오염수를 20~30년에 걸쳐 태평양으로 내보겠다고 결정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정상적으로 처리하려면 최소 2조2600억 원에서 많게는 203조500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가장 값싸고 손쉬운 해양 방류를 선택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 배출 국제 기준치보다 훨씬 낮게 희석해 바다로 내보내기 때문에 해롭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오염수’라는 표현 대신 ‘처리수’라는 말까지 써가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포장한다. 미국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까지의 관행이고 기준에 따라 방류하는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도 작년 10월에 이미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류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국원자력학회도 원전 오염수가 우리 국민에게 미치는 방사선 피폭 영향이 거의 없다며 일본정부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본만이 아니었다
한국을 비롯해 핵발전소나 재처리시설이 있는 모든 국가들은 이미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해 왔다. 미국은 1946년부터 태평양과 대서양, 멕시코만에 핵폐기물을 버렸고, 영국·독일·프랑스 같은 유럽 국가들은 북대서양, 일본은 동해, 러시아는 동해와 북극해, 카라해 등 다양한 곳에 핵폐기물을 버렸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24기의 핵발전소가 지난 4년 동안 방출한 삼중수소 방출량은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로 10년 동안 발생한 오염수의 삼중수소 양과 비슷하다. 월성원전에서 유출되어 바다에 버려진 삼중수소의 농도는 일본이 버리겠다는 양의 30배가 넘는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핵발전소와 관련 시설에서 쏟아져 나오는 핵쓰레기들, 그리고 방사능 유출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핵과 관련한 문제에 대한 감시·감독의 책임이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오히려 원전의 안전성을 부풀리고 위험성을 축소시키는 기구가 된 지 오래다. 일본만 때려 잡는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일본정부에게 항의를? 웃기시네!
일본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결정하면서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바다를 끼고 있는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방사능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일본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 일본정부에게 정확한 자료를 공개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의 원전 문제 및 방사능 오염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침묵해왔다. 한국의 핵발전소는 처음 가동되기 시작한 1978년부터 2020년까지 총 760건의 고장과 사고가 발생했다. 한 달에 한 번 꼴이다. 부실 공사, 위조부품 납품, 서류조작 등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했지만 제대로 조사된 적도, 해결된 적도 없다. 월성을 비롯한 핵발전소의 방사능 유출과 주민들의 피폭 문제에 대해서도 아무 문제 없다며 쉬쉬하면서 덮기에 급급했다. 핵피아들이 활개를 치며 마음껏 이윤을 추구하도록, 안전을 소홀히 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도록,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진실을 은폐하도록, 원전을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인 것처럼 거짓을 일삼도록 용인해온 주범이 바로 정부를 포함한 정치권이다. 그런 자들이 일본의 오염수가 문제라고 떠들어 대면서 항의를 하고, 일본 정부에게 정확한 자료공개를 요구하고 있으니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그럼에도 원전은 확대하겠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정치권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이슈가 등장하면서 원전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이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를 막을 유일한 방법이 원자력이라는 것이다. 에너지 발생 과정만 본다면 탄소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 스탠포드대 제이콥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는 것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다른 에너지에 비해 긴 입안-건설-운영 과정에서, 원자력 발전시 발생하는 열과 이를 식히는 과정에서, 핵사용원료 처리 및 원전사고 처리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재생에너지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저하게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처럼 친환경적이지도 않고 안전성도 담보되지 않은 원전을 계속 유지·확대하려는 이유는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원자력기술을 수출해서 더 큰 이윤을 볼 기회를 잡으려는 것이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한 고통은 반복된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문명의 진보를 가져왔다. 인류는 기술적 진보를 활용하여 자연에 대한 지배력과 미래에 대한 통제력을 확대해왔다. 에너지의 확대 공급 역시 인류에게 더 많은 편안함과 안락함을 제공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더 안전하고 더 효과적인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진보를 가로막는 것이 있다. 바로 사적인 이윤추구이다. 무엇이 더 안전한가가 아닌 무엇이 더 돈이 되는가가 중요한 사회에서 기술은 돈벌이의 수단이 될 뿐이다. 강력한 폭발력과 심각한 오염을 유발하는 원자력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안전보다는 이윤을 추구한 후과는 전 인류를 공포와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체르노빌 폭발 사고가 보여준 무시무시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윤만을 추구한 결과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이어졌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소수의 핵피아들이 원자력 기술을 이용해 이윤을 쓸어가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가족과 직장을 잃고, 건강을 잃고, 사회적 고립상태에 고통스럽게 내몰리고 있다. 이번 오염수 방류 결정도 마찬가지다. 해결이 불가능한 게 아님에도 일본 정부는 더 적은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 전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윤만을 쫓는 사회를 바꾸지 않는 한 아무리 훌륭한 과학적 진보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인류를 고통에 빠뜨리고 인간사회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인간을 죽이는 무기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원자력처럼 말이다.
더 안전하고 더 풍요로운 미래를 원한다면 체제를 바꾸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권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