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 이윤이냐, 생명이냐?

바이러스의 공격. 막을 수 있는가?
2월 3일 9시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중국 내 누적 사망자는 361명으로, 확진자는 1만 7,20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9개월 동안 8,422명의 감염자가 발생한 2003년의 사스보다 4배나 빠른 전염 속도다. 중국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독일·일본·미국·한국·태국 등 21개 국가에서 사람 간 전염이 확인되고, 국제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세계보건기구(WHO)는 1월 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자 중국정부는 춘절(한국의 구정) 연휴를 2월 2일까지 연장했으며, 상하이 등 일부 지방 정부는 2월 9일까지 연장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자동차·전자 등의 일부 사업장에서 조업 중단을 계획하고 있고 다른 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예상 가능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스와 메르스를 일으켰던 코로나 바이러스의 주요한 보유숙주인 박쥐가 옮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 연구팀은 이미 작년 3월에 사스와 메르스를 유발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또다시 박쥐에서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책마련을 경고한 바 있다.
박쥐가 질병을 일으키는 다양한 바이러스의 보유숙주로 알려지면서 학자들 사이에서 박쥐에 대한 연구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그리고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이 ‘기후변화와 핵’과 함께 인류를 위협할 3대 위험요소로 지목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는 학자들 사이에서 울리는 작은 북소리에 그쳤다.
그러나 과소평가와 늑장대처
중국정부는 우한에서 발생한 폐렴의 위험성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12월 중순 사람간 전염이 확인되었으나 이를 한 달 동안이나 숨겼다. WHO도 작년 12월 29일 중국 보건당국으로부터 우한에서 발생한 이례적인 폐렴에 대해 보고받았으나 그것의 위험을 과소평가했다. 그 결과 지난 달 22일과 23일 비상사태(PHEIC) 선포를 논의했지만 PHEIC를 선포하지는 않았다.

WHO는 ‘보건기구’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신종바이러스에 대처할 때 인류의 보건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대신에 각 나라들의 산업에 미칠 경제적 손실을 우선 계산한다. 이번에도 WHO는 중국 관광산업에 미칠 손실을 계산하면서 중국 정부의 눈치를 살폈다.
그들의 대응법
중국 정부를 비롯해 각국 정부가 확산성이 강한 각종 감염병에 대처하는 기본적인 태도도 이와 같다. 경제적 손실을 우선 고려해 그것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위로와 공조’한다는 말씀과는 다르게 각국 정부는 자신들에 미칠 위험과 손실을 피하려고 할 뿐이다.
그러나 미리 대비하거나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마련이다. 중국 정부는 경제적 손실이라는 대가를 조업 중단의 방식으로 이미 치르고 있다. WHO가 중국 정부의 눈치를 살피며 중국의 관광산업을 염려하고 있지만, 목숨을 걸고 전염병이 창궐하는 중국 여행길에 나서려고 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윤을 위해 작동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하는 자본가계급과 권력자들은 제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 아니라면 인간의 목숨보다 이윤의 손실을 더 크게 염려한다. 이윤을 위해서라면 전쟁을 도발해 사람을 살육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 이들에게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인해 인간의 목숨 몇이 죽어나간들 무슨 대수겠는가?
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때는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인해 이윤의 손실이 그들의 기대치보다 커질 때다. 그보다 이른 때라고 하더라도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더 큰 이윤 손실이 충분히 예상될 때다. 이것이 그들의 대응법이다.
더 빠른 길
자본주의는 지구를 하나의 촌락으로 만들어 놓았다. 사람들은 거대도시에 밀집해 살아가고, 수천, 수만 Km를 몇 시간만에 옮겨 다닌다. 이런 조건은 한곳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나 세균 등에 의한 감염병이 급속하게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 놓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의학·생물학 등 과학기술의 발전과 교통과 정보·통신의 발달은 인류가 아주 빠르게 그런 공동의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가능성도 또한 높여 놓았다.
문제는 이런 자원들을 이용해 ‘공동의 위험에 어떻게 인류가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는냐’하는 것이다. 이윤을 위해 작동함으로써 서로 분열되고 경쟁하는 사회가 아니라, 인간의 행복과 건강과 목숨을 위해 작동하는 공동체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면 인류는 바이러스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는 방법 또한 충분히 찾아낼 것이다.
아마도 자본주의 사회가 바이러스에 너무 늦지 않게 대응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보다, 인류가 모두의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공동체 사회를 건설함으로써 감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것이 더 빠를 지도 모른다.
김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