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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거역하는 정치, 촛불을 배신한 정부 - 문재인 정부의 이재용 가석방 결정

noheflag 2021. 8. 12. 14:24

결국 이재용이 풀려난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지난 9일 비공개회의를 열어 이재용의 가석방을 결정했다. 이재용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올해 1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인 8월 13일 자유의 몸이 된다. 이로써 삼성 일가는 3대(이병철, 이건희, 이재용)가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거나, 처벌을 받더라도 사면과 가석방으로 풀려난 세계 유일의 자본가들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법 위에 군림하는 자들


문재인 정부는 자본가단체, 종교계, 언론 등이 이재용을 사면해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어내자 “일단 사면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재용이 재수감되자, 뒤에서 조용히 그를 구출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대표적인 근거가 가석방 심사 기준 완화다. 법무부는 지난 4월 28일, 대부분 형기의 80% 이상 경과자에 대해 허가하고 있던 가석방 심사 기준을 60%로 낮췄다. 이렇게 바뀐 지침을 7월부터 적용하기로 해, 7월 28일이면 형기 60%를 채운 이재용도 8월 가석방 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다. 이재용을 풀어주기 위해 명백한 특혜를 제공한 것이다.

특혜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가석방 요건에 맞춰 절차대로 진행했고 이재용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반박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법무부가 지난 7월 28일 발행한 '2021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가석방된 2만 4,682명 가운데, 복역률 70% 미만 인원(244명) 비율은 0.98%에 불과했고 60% 미만은 단 1명도 없었다. 이재용처럼 다른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가석방된 인원(67명) 비율은 0.85%에 불과했다. 이런데도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문재인 정부의 뻔뻔한 태도는 역겨울 지경이다.

 

드러낸 본심


문재인 정부는 내심 이재용을 사면하고자 했지만, 자신을 권좌에 앉게 해 준 촛불민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그래서 사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가석방을 선택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라는 그럴싸한 변명도 잊지 않았다.

2015년 최태원 SK 회장 가석방 논란 당시 국회의원이던 문재인은 "(재벌 대기업 총수나 임원들은) 이미 형량에서 많은 특혜를 받고 있는데 가석방 특혜까지 받는다면 그것은 경제정의에 반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선 후보 때는 "재벌의 중대한 경제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세우겠다"며 사면권 제한도 공약했지만, 이 모든 원칙을 뒤집고 범죄자를 풀어주는 결정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의 이재용 가석방 결정에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다. 기사가 올라온 포털 댓글에는 ‘촛불을 거역하는 정치, 촛불을 배신한 정부’라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처음부터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촛불정신을 계승할 마음이 없었다는 것을 집권 내내 보여줬다. 노동존중, 평등과 공정이라는 거추장스러운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본가와 권력자만을 위한 정부라는 본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실망과 배신감이 아니라, 권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투쟁이다.

 

이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