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여름휴가 시작하자마자 추락사고 - 다단계 하청구조가 부른 참사는 계속되고 있다
휴가도 없이, 일요일에 일하다 추락
현대중공업의 하기휴가가 시작된 첫 주말에 중대사고가 발생했다. 8월 1일(일) 13시 50분경 현대중공업 자회사 현대중공업MOS(이하 모스)의 하청업체 천우물류 소속의 하청노동자가 블록에서 추락했다.
재해자는 컨테이너선 T25 블록(선박 상부 블록)을 골리앗 크레인으로 턴 오버(다른 블록이나 건조 중인 선박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블록의 상하부를 바꿔줘야 한다)하기 위해 한창 준비 중이었다. 재해자는 블록 내부에 남아있던 산소절단기호스와 공구깡통을 발견하고 치우다 절단기호스를 묶어놨던 번선(철사)이 안전벨트에 걸리면서 중심을 잃고 2.2m 바닥으로 함께 추락했다.
재해자는 사고 직후 바로 응급실로 이송됐다. 왼쪽 이마부위를 3바늘 꿰매고 손목과 갈비뼈 골절 등이 확인되었으나 이때까지만 해도 의식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의식을 잃어가더니 결국 쇼크상태에 빠졌고 8월 4일 긴급 뇌수술을 받았다. 재해자의 좌뇌는 뇌출혈로 괴사하였고 현재까지 자가호흡도 못하는 위중한 상태다.
누구의 잘못인가?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회사 측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항상 마련한다. 모스 측의 <안전사고 즉보>에서도 이는 확인된다. ‘2인 1조 작업 미실시’, ‘절단기 호스 하선시 걸림 여부 확인 미흡’, ‘낙하물 하선 위치 부적절’이 사고원인으로 되어 있다.
언제나 그렇듯 사고의 원인을 재해자로 몰아 “재해자가 철저히 안전작업을 했다면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올해 2월 국회 산재 청문회에서 한영석사장이 산재사고의 원인을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 때문이라고 했던 말과 똑같다.
그러나 재해자의 잘못이라고는 안전을 위해 턴 오버 시 떨어질 수 있는 낙하물을 치우려 한 것뿐이다. 안전난간대라도 있었다면 수십kg의 절단기호스가 걸렸더라도 함께 추락하지는 않았다. 안전관리자가 정확한 작업지시를 내려 2인 1조 작업을 할 수만 있었다면 굳이 그 무거운 호스뭉치를 혼자 치우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높이에 맞는 사다리를 제대로 제공했더라면 추락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모스의 안전관리 부재는 처음부터였다
모스와 관련된 사고는 처음 설립됐을 당시부터 끊이지 않았다. 2016년 현대중공업이 정규직이 일하던 크레인/트랜스포터/지게차 등 중장비운전, 설비보전업무 등을 분사시켜 별도의 자회사를 만들었다. 당시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은 부당한 강제전환배치와 외주화시켰을 경우 사고위험이 높아진다며 강하게 반대했었다.
노동조합의 경고는 모스가 8월 1일 설립되자마자 현실이 되었다. 2016년 8월 31일 지브크레인 붐대가 데크하우스와 충돌하는 사고가 나더니, 다음날 사망사고까지 발생했다. 9월 1일 전날까지 정규직노동자가 작업하던 일이 모스 하청업체로 넘어갔다. 크레인으로 E31 블록 상부에 유니트를 탑재하던 중 보강재를 제거하던 다른 업체소속 하청노동자가 쓰러지는 프레쉬 워터펌프 탱크에 깔려 숨졌다.
이후에도 프랜스포터가 다른 블록과 충돌하거나 크레인이 고소차나 다른 크레인과 충돌하는 사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심지어 수백억 원에 달하는 LNG선 모스 형 탱크가 크레인 오조작으로 변형되어 폐기하는 일도 있었다. 크레인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메인 훅이 흘러 내리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산소와 압축공기 호스를 바꿔 설치하는 바람에 대형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다. 연이은 사고에 노동자들은 갈비뼈, 허리, 다리 등이 골절되고 심지어 죽기까지 했다. 올해에만 모스 관련 중대사고가 7건이다.
다단계 하청구조가 만들어 낸 지옥
모스는 현대중공업의 자회사다. 말이 좋아 자회사지 사실 하청회사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은 하청업체들이 맡는다. 그런데 연이어 발생하는 사고가 이들의 잘못일까? 그렇지 않다.
모스의 정규직도 현대중공업의 하청이다. 모스소속 하청업체는 하청의 하청이다. 빠듯한 공정을 밀어 붙이는 현대중공업 때문에 항상 일은 바쁘고 사람은 부족하다. 모스의 하청노동자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하청의 하청이라 뭐하나 제대로 요구하지도 못한다. 같은 공간, 같은 블록에서 일해도 서로 회사가 달라 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원청이 다르니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모스에는 노동조합도 없고 하청업체는 제대로 파악도 되지 않고 있다. 이러니 사고가 안 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이런 구조에서 아무리 안전교육을 한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긴 안전교육조차 제대로 할 지 의문이다.
안전사고는 모스에서 끝나지 않는다. 모스소속 하청업체 노동자가 운전하는 크레인 때문에 죽은 정규직노동자가 있을 만큼 모든 노동자가 위험하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은 다단계 하청구조를 방치하고 생산제일주의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 한국의 모든 조선소를 통틀어 가장 많은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