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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기후위기, 자본주의 탄소경제와 결별해야

noheflag 2021. 8. 12. 17:07

폭염으로 세계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럽 남부지역 국가들에서 산불이 올 여름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북부에서도 한 달 넘게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폭염으로 700명 이상이 사망했고, 미국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해 2주 넘게 이어지면서 976㎢가 넘는 산림이 소실됐다. 고온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대규모의 산불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중국의 간쑤성 둔황에서는 거대한 모래폭풍이 일어 도시 곳곳을 덮치기도 했다. 3월~5월이 아니라 7월의 모래폭풍은 이례적인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물난리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벨기에와 독일에서는 100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폭우로 17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중국, 인도 서부, 영국 런던에서도 폭우가 쏟아져 사람들이 죽거나 집을 버리고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지구의 한편에서는 폭염과 가뭄 그로 인한 산불이,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폭우와 홍수가 덮치고 있다. 극지방을 덮고 있는 얼음층이 녹으면서 그 아래 갇혀있던 메탄이나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새어나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할 위험이 증대하고 있다. 해수면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온난화로 생태계가 변하면서 수많은 생물종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상기후로 농축산물의 생산량이 줄면서 전 지구적으로 식료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먹지 못해 죽거나 굶주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후변화가 지구생태계와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폭염과 홍수, 산불 등 재난으로 특히, 가난한 이들이 죽거나 생존의 위협에 내몰리고 있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분명하다. 그리고 그것은 인류가 화석연료를 다량으로 사용해서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진 탓이라는 것도 매우 분명하다. 그런데도 정치적 이유에서건, 과학적 이유에서건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이들이 있다. 인류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지배자들의 탄소중립 선언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살 곳을 잃고 있다. 각 나라의 지배자들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각국 정부들이 모여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고 협약(2015년 파리협약이 대표적이다)을 맺기도 했다. 미국, 영국 등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의 정부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재인 정부에서도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선포했다. 지난 6일에 문재인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그러나 말로 선언하는 것과 실제로 실현시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각국 정부들에서 속속 발표하고 있는 탄소가스 제로(zero) 계획들은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일까? 그렇게 해서 인류가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기후를 제자리로 돌릴 수 있을까?

탄소중립화의 수단 


실현가능성을 검토하기 전에 주요수단을 검토해 보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면 그것이 얼마나 가능한 지를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수단은 매우 간단하다. 그것은 전기를 발생시키고, 차와 배 등 운송수단을 움직이고, 공장과 가정에서 난방을 하는 데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곧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발생시키는, 그래서 지구를 점점 뜨겁게 달구는 화석연료를 주요한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경제와 단절하는 것이다. 그 핵심에는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에서의 변화가 놓여 있다. 재생 가능한 자연력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면적으로 개조함으로써 화석연료를 이용한 전기생산방식을 완전히 퇴출시키는 것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핵심인 것이다. 
기후재앙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화력발전 대신 원자력발전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이나 최재형이 대표적인 인물인데, 이들은 원전산업 자본가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원전산업에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만약 화력발전을 대신할 만한 태양광, 풍력, 조력 등을 이용한 재생 가능한 전기생산 기술이 없다면 원자력을 이용한 전기생산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도 있다. 그런데 훨씬 안전하고 원자력에 비해 경제성이 뒤떨어지지 않는 재생 가능한 전기생산 기술이 있는데, 굳이 대단히 위험하고 노후 원전을 폐기하는 데서 그리고 핵폐기물을 저장하고 관리하는 데서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는 원자력발전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발전방식의 변화만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 수는 없다. 화석연료가 아니라 태양광, 풍력, 조력 등을 이용한 친환경 전기에너지를 이용해서 사회가 움직일 수 있도록 사회를 친환경적으로 개조하는 일이 수반되어야 한다. 가정과 산업현장에서 이용하는 난방방식이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친환경 전기에너지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천연가스 보일러(콘덴싱 보일러를 포함해서)를 전기보일러로 바꾸어야 한다. 내연기관을 이용한 각종 운송수단, 생산현장의 기계들도 친환경 전기에너지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전기차에서 이미 그런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의 동력원을 화력발전에 의존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전기차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적 대안이 되려면 자연력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전기생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철을 제련하는 과정에서도 석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석탄 대신에 그린수소(친환경전기에너지를 이용해 만든 수소)를 이용하는 제련 기술이 각국에서 시험 중이다. 문재인 정부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면서 석탄을 이용하는 용광로 대신에 전기로나 수소환원제철법을 언급한 것은 이 때문이다. 화력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해 땅 속에 묻거나 달리 사용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시시각각 인류를 위기로 몰아가는 기후위기를 정상으로 되돌리고 사회를 친환경적으로 재편하려면 이러한 기술들의 발전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석탄이나 석유의 생산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석유산업과 석유화학산업의 퇴출과 연결되어 있다. 석유를 재료로 하는 플라스틱류, 즉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컵, 전자제품이나 각종 생활용품에 이용되는 모든 플라스틱을 퇴출하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입는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옷도 퇴출 대상에 오른다. 화장품이나 세제, 타이어와 같은 고무제품 등도 포함된다.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어려운, 지금껏 우리의 편리한 삶을 지탱해 왔던 화석연료를 중심에 둔 경제시스템 자체와 결별해야만 진정한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 

수단은 있다, 그러나 수단을 강제할 방법은?


그런데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이득을 챙겨온 이들이 비판하듯이 이런 변화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기존 공장과 설비, 운송수단 등과 함께, 이것들을 가동하거나 움직이게 하는데 필요했던 사회적 인프라를 폐기해야 한다. 이것은 막대한 손실임에 틀림없다. 대신에 새로운 친환경 산업이 육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산업에 필요한 사회적 인프라가 새롭게 구축되어야 한다. 당연히 이런 일에는 비용이 들어간다. 

화력발전시설을 폐기하고 태양광이나 풍력, 조력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사회를 친환경적으로 바꾸려면 친환경전기에너지를 이용한 방식으로 사회를 개조해야 하는데, 이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많은 전기에너지의 생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모든 차가 전기차로 바뀐다면 그만큼 전기공급이 확대되어야 한다. 산업과 가정에서의 난방에 화석연료가 아니라 친환경전기에너지를 이용해야 한다면 그만큼 전기공급이 확대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매우 강력한 의지와 치밀한 계획, 그리고 실행능력을 필요로 한다. 더군다나 화석연료 사용 경제에서 이득을 얻어왔던 자들은 그들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들은 사회의 친환경적 변화를 어떻게 해서든 지연시키면서 자신들의 이윤을 사수하려 할 것이다. 일례로 석유회사 자본가들은 탄소배출량을 줄이라는 정부와 사회의 압력을 피하려고 배출된 탄소를 흡수할 대규모의 나무심기 계획을 제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기업들이 배출하는 탄소를 모두 제거하기 위해서는 인도 대륙의 5배에 해당하는 면적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 이는 전세계 경작면적과 비슷한 규모이다. 석유회사들의 나무심기 계획은 단지 탄소배출량을 유지하려는 눈가림일 뿐이다.  

그런데 각국 정부들이 이들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그들은 탄소중립을 외치면서도 탄소경제에서 이득을 챙기는 이들에 휘둘리면서 좌충우돌한다. 각 나라의 정부들이 탄소경제의 주요한 산업들을 강제로 퇴출할 방법이 있는가? 문재인 정부는 화력발전을 폐기하려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폐기에 따른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물며 탄소경제 전체를 폐기할 법적 근거를 어떻게 마련하고, 그것을 모두 보상할 재원을 또 어떻게 마련할 수 있겠는가? 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각 나라의 정부들은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도 그것에 필요한 강제력을 동원하는 대신에 시장경제의 원리에 그것을 내맡기려 한다. 탄소경제와 친환경경제를 경쟁시켜 시장에서 친환경경제가 승리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거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고, 기술적으로도 아직 미숙하고, 사회의 인프라도 구축되지 않는 친환경경제가 수백 년의 역사 속에서 이미 모든 것을 갖춘 탄소경제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특별한 뭔가’가 필요하다. 각 나라의 정부들은 친환경경제에 진출하는 기업들에 재정, 기술지원, 금융, 세제 등의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친환경경제가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한다. 요즘 유행하는 인센티브 정책, 일종의 유인책이다. 
그런데 시장경제원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려 하지 않는 각 나라 정부의 유인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탄소경제에 속한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이윤 축소에 저항할 것이 틀림없는 상황에서 이런 방식으로 이상기후의 위험을 물리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한가한 방식으로는 기후변화에 늦지 않게 대응할 수 없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수호자들은 이 방법 이상을 생각할 수 없다.

이로부터 발생하는 혼란들은 인터넷포털사이트에서 ‘탄소중립’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거기에는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비판하는 온갖 기사들이 난무한다. 정부의 시나리오에 지지를 보내는 기사들도 줄을 잇는다. 한편에서는 탄소경제를 유지하려고 하고 다른 편에서는 그것을 대신해 새로운 친환경 경제를 발전시키려고 한다. 원전산업에 이해가 걸려 있는 이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난한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서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거나 폭등한다. 정부는 이들의 압력을 고스란히 반영해서 좌충우돌한다. 환경단체들은 그러한 정부에 대해 탄소중립의 의지가 없다고 비난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무정부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기후를 바꾸려면 체제를 바꿔야 한다


10월이면 문재인 정부가 탄소중립 계획안을 확정짓게 된다. 보나마나 여러 이권집단들의 압력 때문에 거의 누더기에 가까운, 그래서 도저히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없는 계획안이 도출될 것이다. 
이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로는 결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한 기후위기도 지속될 것이다. 결국은 선택의 문제다. 이윤인가, 생존인가? 생존을 위한 탄소중립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반대론자들의 지적대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탄소경제를 지탱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옮겨온다면 인류는 충분히 그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있다. 무엇보다 지구 생태계와 인류의 생존이 달린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비용문제를 앞세우는 것은 얼마나 우매한 짓인가? 이것은 암에 걸려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이 통장에 든 돈을 쓰기를 겁내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기후변화로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가난한 이들이 생존을 지키려면 이윤에 좌우되는 무정부적 사회가 아니라 인류의 생명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노동자들이 통제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기후를 바꾸려면 체제를 바꿔야 한다.

 

김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