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0시간? 주52시간?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노동시간단축
올해 7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 전체로 주52시간제가 전면 시행됐다. 주52시간제는 2018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며 사업장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적용되어 왔다. 무려 3년이란 시간에 걸쳐 유예기간을 줬다. 그것도 애초 법개정 취지가 주40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었으나 정부가 나서 12시간의 연장노동을 허용해준 터였다.
그러나 막상 5인 이상 사업장에 시행되자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주52시간제가 임금감소와 인력난의 원인?
지난 9월 29일 중소기업중앙회와 신노동연구회,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주52시간제 전면시행, 중소기업에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노동조합은 사회악이라고 주장하는 보수학자들과 중소자본가단체, 그리고 10만명 이상을 일감이 없다고 쫓아내고 이제는 인력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조선산업 자본가들이 이들의 정체다.
이들의 주요 주장은 이렇다.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 상황으로 중소기업들은 주52시간제 도입을 위한 추가적인 비용을 감당할 형편이 안 된다”,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중소 조선ㆍ뿌리업체 근로자 임금이 30~40% 넘게 감소했으며, 이로 인해 숙련공들이 이탈해 인력난은 심화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세미나에 이어 14일엔 ‘중소 제조업체들이 주52시간제 시행으로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특히 중소 조선업체의 경우 근로자들이 임금 감소와 투잡 생활 등의 애로를 호소하며 76%가 주52시간제에 반대하고 있다’는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저임금, 불안정한 노동조건이 원인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각한 것은 저임금과 최악의 노동조건 때문이다. 이는 이제 상식이라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도 자본가들과 보수언론은 이 부분을 빼고 말한다. 자본가들은 최저임금만 주면서 툭하면 연장근로를 시키거나, 일이 없다고 해고 및 무급휴무를 시키고, 언제 다치거나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위험한 일을 시킨다. 불안전한 일자리. 이것이 인력난의 원인이다.
그런데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처럼 노동시간을 늘려달라는 노동자들이 실제로 있다. 그것도 상당히 많은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주52시간제 때문에 먹고살기 힘들다고 말한다. 자본가들은 영악하게도 이 조직되지 않은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들을 이용해 장시간노동을 유지하려고 여론을 조작한다.
이미 껍데기뿐인 주52시간제
그나마 생활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는 너무나 부족하다. 젊은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퇴직한 노동자들도 최저임금을 받는 일자리로 내몰린다. 그런데 택배, 배달, 대리운전 등 플랫폼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되어 있다. 노동자들이 주52시간만 일하는 쿠팡과 같은 대기업은 수없이 많은 아르바이트노동자들이 부족한 인력을 채운다. 이런 산업의 자본가들에게는 주52시간제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계절을 타는 산업과 최근 일감이 폭증하고 있는 조선업이다. 그런데 이런 곳도 얼마든지 연장노동이 가능하다. 정부는 자본가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특별연장근로, 변형근로제, 탄력근로제 등을 안내하고 행정처리를 신속하게 해주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자본가들은 노동자들 편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임금감소를 걱정하는 척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어주겠다 속삭여도 절대 속으면 안 된다. 저들의 속셈은 낮은 인건비로 최대의 이윤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