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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하청노동자 최초의 노동3권 쟁취 ㅡ 거통고조선하청지회 대우조선 도장분회 투쟁선포식

noheflag 2021. 11. 18. 23:58

지난 11월 11일 대우조선에서는 역사적인 파업출정식이 열렸다. 올해 4월 23일간의 비공식 파업투쟁을 하며 노동조합으로 조직됐던 도장부(파워그라인더, 터치업, 스프레이) 노동자들이 합법적인 쟁의권을 얻어 투쟁선포식을 진행했다. 4시간 파업과 함께 진행된 투쟁선포식에는 도장부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발판, 핸드레일 노동자 등 다른 직종의 노동자들도 참여했다. 

지난했던 조선소 하청노동자 조직화


지금까지 조선소에서 하청노동자가 노동3권을 온전히 행사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1999년 한라중공업(전라도 영암, 현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처음으로 조선소 하청노조가 만들어졌지만 노조간부를 납치, 감금, 폭행하는 등 극심한 탄압을 자행하는 사측에 의해 와해됐다. 2001년 울산 방어진에 위치했던 INP중공업에 사내하청노조가 결성됐다. 그러나 이 노조 또한 사측의 탄압을 극복하지 못했다. 2003년 현대중공업에 사내하청노조가 만들어지고, 2004년 박일수 열사가 분신하면서 소지공들이 대거 노조에 가입했었다. 현대중공업은 업체폐업, 블랙리스트를 가동하며 노동조합의 현장기반을 와해시켰다. 
이후에도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수차례 투쟁을 벌였지만 고립되거나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하게 반복되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조직화 노력은 대우조선에서 꽃이 피기 시작했다. 현재 남아있는 조선하청노조 중 가장 늦게 출발했지만 대중투쟁을 현실화하고 조직화로까지 연결시킨 조선하청노조는 거통고조선하청지회가 처음이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의 대중투쟁


<11·11 투쟁선포식>은 거통고조선하청지회 소속 대우조선 도장분회가 투쟁으로 쟁취한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한 날이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어떤 역경을 이겨내고 이 날이 만들어졌는지 이해를 돕기 위해 거통고조선하청지회가 대우조선 현장에서 만들어낸 투쟁의 일부를 동지들에게 소개한다.


○ 2019년 대중 투쟁의 시작

 

▶ 대우조선 파워공 임금 인상 투쟁

ㅡ 2019년 3월 대우조선 도장 업체 파워공 200여명이 15일 동안 파업투쟁
ㅡ 주요 요구는 일당 2만원 인상, 퇴직금 별도 지급
ㅡ 파업 투쟁 후반 급속한 조직력 와해
ㅡ 일당 2만원 인상 되었으나 노동조합 가입으로 이어지지 못함

 

○ 하청노동자 총궐기

 

▶ 2019년 5월10일 하청노동자 2,000여명 집회

▶ 2019년 5월16일 하청노동자 1,000여명 집회

ㅡ 정규직 노동조합 단체 교섭에서 합의된 하청노동자 성과금을 지급하지 않아 촉발
ㅡ 역사상 최대 규모 하청노동자 대중투쟁
ㅡ 성과금이 지급되자 일회성 투쟁으로 종료
ㅡ 하청노동자 150여명 노동조합 가입

 

▶ 2019년 11월 21일 삼광 피엔씨 파업투쟁

ㅡ 대우조선 하청 업체 삼광 피엔씨 여성노동자 40여명 회사의 4대 보험료 체납과 임금체불에 항의하며 15일 동안 파업투쟁
ㅡ 업체 측 체납 국민연금 4억 원 납부
ㅡ 대우조선 본관 로비 농성투쟁
ㅡ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투쟁을 하였으나 투쟁이 끝나고 다수 탈퇴

 

○ 2020년 대중투쟁의 정체
ㅡ 2019년초 잠시 회복하던 조선업 경기가 2020년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다시 하강
ㅡ 대우조선에서 2020년 1년 동안 4천명 넘는 하청노동자가 해고
ㅡ 대량해고 국면에서 하청노동자 투쟁도 정체

 

▶ 2020년 11월 3일 ~ 27일, 명천기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

ㅡ 대우조선 하청업체 정리해고 통보에 맞서 천막농성과 고공농성 진행
ㅡ정리해고 비대상 노동자가 연대하며 함께 투쟁
ㅡ조선소 하청업체 최초의 정리해고 시도를 고공농성 등 강력한 투쟁으로 저지

○ 2021년 대중투쟁의 확장과 재점화

 

▶ 2021년 3월 31일 ~ 22일 대우조선 2차 파워공 임금 인상 투쟁

ㅡ 삼성중공업 파워공 투쟁에 자극 받아 2021년 3월 31일부터 자발적인 작업거부 돌입
ㅡ 파업 시작은 자생적이었으나 초기부터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조직적이고 강고하게 투쟁
ㅡ 9개 도장업체 파워공 중 80% 이상이 투쟁에 참여
ㅡ 파업 중 스프레이, 터치업 등 도장업체 다른 직종 하청노동자 일부도 투쟁에 결합
ㅡ 노동조합과의 교섭은 거부 되었으나 9개 도장업체 대표와 노동자 대표 간 집단교섭 진행
ㅡ 교섭도 최초, 합의서 작성도 최초

▶ 대우조선 발판공 임금 인상 투쟁
ㅡ 파워공 파업 투쟁에 용기를 얻어 2021년 7월부터 발판공 임금인상 투쟁 시작
ㅡ 아직은 실질적 파업 투쟁을 할 조직력은 안 되어 집회 중심으로 진행 중
ㅡ 조금씩 발판 노동자 참여가 늘어나고 투쟁 주체의 결의도 높아지고 있음

 

▶ 대우조선 도장분회 단체 교섭 투쟁

ㅡ 4월 파업 투쟁 성과로 이전 1~2개월에서 1년 단위로 근로계약
ㅡ 1년 근로계약 후 5월 3일 9개 도장업체 전체에 교섭 요구
ㅡ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5월말 교섭권 확보
ㅡ 6월 23일 ~ 10월 1일 6차례 단체 교섭 진행
ㅡ 집단 교섭 거부로 9개 업체와 각각 개별 교섭
ㅡ 교섭 결렬로 10월 7일 쟁의 조정 신청, 10월 18일 쟁의 조정 종료로 파업권 확보
ㅡ 10월 19일 ~ 10월 2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ㅡ 11월 11일 도장 노동자 투쟁 선포식
ㅡ 오후 4시간 파업 후 야드 행진, 최초의 합법파업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빼앗긴 역사를 뒤집을 투쟁을 위해 


거통고조선하청지회 간부들이 오전부터 준비했던 투쟁선포식은 걱정했던 것 보다 잘 진행됐다. 첫 파업이니 만큼 앞으로 투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제대로 조직력을 보여줘야 했다. 이 날 투쟁선포식을 조직했던 한 동지는 “얼마나 참여할지 몰라 밤잠을 설쳤으나 다행히 기대만큼은 모인 것 같다”고 했다. 4월 투쟁 이후 처음으로 모이는 도장분회 조합원들이 다 참여할까라는 걱정이 컸을 것이다. 
도장분회 조합원들만 온 것도 아니다. 한창 조직화의 기세를 올리고 있는 발판공들도 5개 업체 40여명이 참여했다. 모두 합쳐 약 400여명의 하청노동자가 대우조선 민주광장에 모였다. 
김형수지회장은 투쟁선포식에서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자 대한민국 하청노동자들의 삶이 바뀌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우리의 삶이 바뀌고 빼앗긴 역사를 뒤집어놓을 투쟁을 위해 한 목숨 바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투쟁선포식 후 야드를 행진해 원청 사장실이 있는 지원센터까지 이동했다. 파업대오는 이곳에서 선전포고를 했다. “지금 분명히 밝히겠다. 지금 이곳 원청이 우리의 타격대상이다” 끝까지 함께 했던 발판공 중 한명이 이렇게 화답했다. “다음은 발판이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대중적인 파업투쟁을 다시 시작했다. 숫자는 많으나 숨죽이며 살아왔던 다른 조선소 하청노동자들도 거제 대우조선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반응해 대중적인 투쟁을 시작하기를 바래본다. 

 

정용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