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제 , 자본의 탐욕을 넘어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자!
뜨거운 감자, 주4일제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각 당의 대선후보 선출이 완료되자 후보자들은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을 앞 다퉈 발표하고 있다. 그 중 주4일 근무제 도입이 노동 관련 공약 중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노동자들의 관심과 기대가 집중되는 한편, 자본가들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대선후보 중 가장 먼저 주4일제 입장을 밝힌 건 정의당 심상정 후보다. 심 후보는 9월 6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1호 공약으로 주4일제 도입을 주장했다. 심 후보는 주4일제 도입취지에 대해 “대한민국은 OECD 국가 평균보다 한 해 30일을 더 일하지만, 연차휴가 일수는 절반에 불과할 정도로 지독한 과로사회”라고 비판하며 “주4일제로 전환하고 연차휴가도 25일로 확대하겠다.”고 주장했다.
뒤를 이어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된 이재명 후보도 주4일제 도입을 공약으로 검토 중이라 밝히며 노동시간 단축 논쟁에 가세했다. 이 후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간다운 삶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주4일제는 언젠가 해야 할 일이다.”라며 주4일제 도입을 시사했다. 다만 자본의 반발을 의식해 “장기적인 국가 과제가 되겠지만, 4차 산업혁명에 맞춰 가급적 빨리 도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 120시간은 근무해야 한다.”며 노동자를 기계부품 취급하는 막말로 스스로 조롱거리가 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임금삭감 없는 주4일제 실시”를 제시한 진보당 김재연 후보까지 포함해 많은 대선주자들이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입장을 쏟아내며 주4일제가 대선의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노동시간 줄어들면 좋겠지만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일단 기대와 찬성을 하고 있다. 지난 5월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노동자의 97%가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향상 등을 이유로 주4일제 도입에 찬성했다.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여행과 취미활동 등을 통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것이다.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찬성이 조금 줄기는 했지만 주4일제 도입에 찬성하는 노동자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본가들은 당연히 주4일제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이 높았다. 다만 연차소진이나 임금삭감, 추가 채용 없이 생산성 증가(노동강도 상승), 하루 노동시간을 10시간으로 조절 등의 조치가 따른다면 주4일제 도입에 동의하는 조건부 찬성의 경우에는 찬성률이 조금 올라갔다. 노동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절대 이윤에서 손해를 볼 수 없다는 자본의 속내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에 반대하는 노동자들도 바로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주4일제 도입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은 임금삭감, 노동강도 상승, 추가 채용으로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지 않을 것 등을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5일 동안 하던 업무를 4일 동안 해야 해서 노동강도가 올라가고, 그마저도 임금이 줄어든다면 누구라도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4일제 도입을 주장하는 대선 주자들도 이 부분에서는 한 발 물러서고 있다. 자본의 눈치를 보는 이재명 후보는 두말할 것도 없고, 심상정 후보도 “OECD 지표나 또는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조사한 것을 보면 주4일제를 하면 1인당 평균 1.5배의 생산성 향상이 있다.”며 노동시간 단축의 전제조건으로 생산성 보전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다.
제대로 된 주4일제가 가능하려면
오늘날 자본주의 주류 경제학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케인즈는 세계대공황이 한창이던 1930년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에서 “향후 100년 후의 소득수준은 4배에서 8배 정도 높아지고, 주당 15시간만 일하더라도 살아가는 데 충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술의 진보와 생산력 발전으로 인류가 장시간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그로부터 90년이 지난 지금 소득수준은 케인즈가 예상했던 8배 이상 성장했지만, 노동시간은 그 당시와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줄지 않고 있다.
왜 인류는 아직까지도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케인즈가 미래사회를 예측하면서 놓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자본의 탐욕이다. 케인즈는 기술의 진보와 생산력의 발전이 생계유지에 필요한 일은 최소한으로만 하고, 남는 시간은 충분히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윤의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자본의 탐욕은 인류의 진보와 발전의 결과물을 독점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치권에 노동시간 단축을 기대해서도 안 된다. 설령 주4일제를 주장하는 정치인이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 하더라도 자본의 이윤추구 탐욕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노동시간 단축을 가로막고 무력화하려 할 것이다. 노동존중을 내세운 문재인 정권이 주52시간 근무제, 탄력근로제 확대, 특별연장근로제 등으로 주40시간제를 무력화했던 것처럼 말이다.
결국 노동자 스스로의 투쟁으로 주4일제를 쟁취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동강도 강화 없고, 임금삭감 없는 주4일제를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힘든 청년노동자, 실업노동자가 투쟁의 전선에 함께 할 수 있다. 노동시간을 늘려야만 임금이 오르는 구조인 시급제, 건당제를 생활임금이 보장되는 월급제로 전환해 노동자들이 잔업, 특근에 매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영세사업장 노동자들, 최저임금이 곧 자신의 임금인 저임금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힘이 될 것이다.
이길로